오타니 본격적 '통역 손절', 같이 찍은 사진 SNS서 모조리 삭제... 그러나 ML 사무국 조사 시작, 위기 찾아왔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2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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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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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의 인스타그램. 미즈하라 잇페이와 찍은 사진이 모두 사라졌다. /사진=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 갈무리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40)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일본 매체 도쿄 스포츠는 23일 "오타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전속 통역사 미즈하라와 찍은 사진을 모두 지워진 것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가 비위 행위를 저질러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오타니 옆에 붙어 함께 다녔기에 의문을 자아냈다.

이후 스포츠매체 ESPN에 의해 전말이 드러났다.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하면서 큰 빚을 졌고, 이를 오타니가 갚아줬다는 것이었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로부터 받은 연봉은 8만 5000달러(약 1억 1400만 원)였지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3년에는 무려 450만 달러(약 60억 원) 이상을 잃게 됐다. 이에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빚 해결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지난해 10월까지 갚았다고 한다.

이 사실은 미국 연방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매튜 보이어라는 인물의 계좌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보이어는 미즈하라와 함께 포커 게임을 한 인물로, 그의 계좌에는 오타니의 이름으로 45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이 송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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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왼쪽)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다저스 선수단에 이 내용이 공유된 건 서울 시리즈 1차전이 열린 20일 밤이었다. 경기 종료 후 클럽하우스에서 회의를 가졌고, 미즈하라가 자신의 비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고 한다. 또한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해결해줬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 측은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지는, 오타니는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대변인에 따르면 오타니는 20일이 돼서야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깨달았다.

미즈하라 역시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오타니의 소속사를 통해 "분명 오타니는 이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오타니 역시 나로부터 이에 대한(불법도박)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또 내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 또한 이것이 불법도박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많은 걸 배웠고, 교훈을 얻었다. 스포츠 불법도박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스포츠 도박은 미국 38개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오타니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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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만약 오타니가 미즈하라가 도박에 연루된 사실을 알았다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매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도박법학자인 I. 넬슨 로즈 교수는 "불법 도박인 것을 알면서도 빚을 갚아준 것이라면 연방법에 의해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례를 보면 불법 도박업자의 빚 독촉을 도운 경우 사실상 도박 사업을 한 것이라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의 도박은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자신과 관련된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나 심판, 코칭스태프 등은 영구제명, 관련 없는 경기에 돈을 걸더라도 1년 자격 정지, 불법 도박을 운영하는 등 관련이 있는 인물도 최소 1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오타니와 미즈하라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ESPN은 "사무국은 오타니와 미즈하라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들에게 진술을 요청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즈하라가 야구계를 떠났고, 오타니도 진술 거부가 가능하다. 다만 캘리포니아 경찰이나 미국연방수사국(FBI)이 조사에 돌입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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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의 배신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즈하라와 오타니는 10년 이상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미즈하라는 학창시절 축구 골키퍼였지만 1995년 노모 히데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2007년 오카지마 히데키(당시 보스턴)의 통역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미즈하라는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투수 크리스 마틴 등의 통역사로 일했는데, 당시 신인으로 입단한 오타니와 만나게 됐다. 오타니는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부터 미즈하라를 통역으로 고용했다.

메이저리그 생활 동안 오타니 옆에서 통역 이상의 역할을 한 미즈하라였다. 오타니가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전에는 운전기사 역할도 수행했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는 주차장에서 캐치볼 파트너가 되어줬다. 오타니와 동료 선수들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해줬다. 최근 서울 시리즈 때도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미즈하라의 아내와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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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LA 에인절스 구단이 자체적으로 미즈하라 잇페이의 공로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을 맡아왔던 미즈하라 잇페이는 LA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사진=LA 에인절스 구단 공식 SNS
이에 오타니가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1년, 미즈하라는 구단 선정 최우수 통역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오타니가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구단 차원에서 미즈하라 잇페이의 공로를 인정했다. 구단은 "이 상은 우리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상"이라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고, 오타니도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는 동안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가장 큰 의지를 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미국 매체 스포츠키다는 오타니와 미즈하라 잇페이의 관계에 관해 "그들의 우정은 직업적인 유대 관계를 넘어선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즈하라가 늘 곁에서 변함없는 의사소통 지원을 해준 것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런 미즈하라가 배신했다는 점에서 오타니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해당 사실이 알려진 21일 경기를 앞두고 오타니는 경기장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스타뉴스와 만난 일본 매체 교도 뉴스의 아키유키 시라이시 기자는 "오전부터 오타니 통역 이슈가 터지면서, 일본 취재진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며 "오타니가 숙소에서는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라운드는 물론 클럽하우스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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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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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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