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 실력으로 진 게 아니다" 막내 험난한 데뷔전, 감독-베테랑 선수 입모아 위로했다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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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조웅천 코치(가운데)가 김택연(오른쪽)과 얘기하고 있다.
"좋은 걸 가진 투수다. 어제(23일)는 실력으로 진 게 아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많은 기대 속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쓰라린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막내 김택연(19)을 향한 팀의 믿음은 여전하다.


이승엽(48) 두산 감독은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원정경기를 앞두고 "뼈아픈 실책이었지만, 그것이 김택연이나 우리 팀에는 올 시즌 더 좋아질 수 있는 패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두산은 전날 열린 개막전에서 NC에 3-4로 패배했다. 2회 초 박준영의 2타점 3루타로 얻은 우위를 6회까지 지켰지만 이후 리드를 날렸다. 결국 9회 말 3-3 동점 상황에서 NC 맷 데이비슨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2021년부터 이어진 개막전 연승 행진을 '3'에서 멈춰야 했다.

경기 중반까지 2-0으로 앞서던 두산이 흔들린 건 7회 말이었다.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오른쪽 허벅지 앞쪽 근육통을 느끼며 교체된 것이다. 투구 수도 66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더 투구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김택연이 올라왔다. 이 감독이 경기 전 "오늘(23일)은 편한 상황에서 나올 것이다"고 예고했지만 팀 상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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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7회말 2사 만루 NC 다이노스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김택연은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왼쪽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데이비슨에게도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내줬고, 박건우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맞아 순식간에 무사 만루 상황이 됐다. 6번 김성욱이 친 유격수 방향 깊은 땅볼을 박준영이 잘 잡아 1루 주자를 아웃시켰지만, 그 사이 NC는 한 점을 얻었다.

김택연은 다음 타자 서호철에게 허를 찌르는 느린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지만, 김형준을 몸에 맞는 볼로 내주며 다시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김주원에게도 볼넷을 허용하면서 밀어내기 실점을 했다. 두산의 리드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김택연은 까다로운 타자 박민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7회를 마쳤다. 그는 1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인천고 출신으로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자 김택연의 프로 데뷔전이었다. 그는 시범경기 3경기에서 승패 없이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고,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뛴 LA 다저스와 평가전에서도 ⅔이닝 2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이런 활약 속에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고, 첫 경기부터 바로 실전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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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창원 NC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개막 경기가 열렸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7회말 2사 만루 NC 다이노스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이 감독은 다음날 "알칸타라가 급하게 내려가다 보니 (김택연이) 가장 준비가 잘 됐다고 보고받았다"며 "리드를 하고 있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가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는데, 아무래도 첫 등판이어서 중압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감독은 "스무 살이 아닌 것 같다. 만 18살인데 전혀 (아닌 듯하다). 38살 같다"며 김택연의 평정심을 칭찬한 바 있지만, 그래도 신인은 신인이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실력으로 진 것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첫 등판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차분하게 하면 분명 좋은 투수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막전이 만원 관중(1만 7891석)이 들어찬 것도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 감독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관중이 많고 하면 흥분될 수밖에 없다. 마운드에서 힘이 들어간 게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두산 벤치는 김택연에게 이닝을 끝까지 마칠 기회를 줬다. 이 감독은 "중간에 바꿀까 고민도 했다"면서도 "이닝을 마무리짓게 하고 싶었다. 그 상황에서 뒤로 빠지면 다음 등판에서 마음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에 투수코치와 상의 후 믿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에 잘 이겨냈다. 어제 1패를 했지만 많은 걸 얻은 경기였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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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16년 차 외야수 정수빈(34) 역시 "(김택연에게) '야구가 쉽지 않다'고 농담식으로 말해줬다"며 "정말 야구가 쉬운 게 아니다. 아무리 택연이가 잘 던진다고 해도 신인이고 중요한 상황에 나가면 긴장이 많이 될 거다"고 두둔했다. 이어 "이런 경기가 많을 거니까 이번을 계기로 또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김택연이 아닌 코리아의 김택연이 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할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애지중지 키울 뜻을 밝혔다. 비록 첫 출발은 아쉬웠으나, 향후 커리어를 위한 발판으로 삼길 사령탑과 선배들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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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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