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준 개막 엔트리 '청신호', 감독도 "놀라운 활약" 극찬... 시범경기 맹타→2년 만에 빅리그 복귀 눈앞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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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박효준. /AFPBBNews=뉴스1
2년 만에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박효준(28)이 현재로서는 빅리그 복귀가 유력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5일(한국시간) 2024시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개막 26인 로스터를 예상하며 외야수 5명 중 박효준의 이름을 올렸다.


오클랜드는 오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4시즌을 출발한다. 이제 시범경기도 26일 기준 단 1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박효준이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MLB.com은 "미겔 안두하가 오른쪽 무릎 반월판 파열로 인해 부상자 명단(IL)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뉴욕 양키스 시절인 2018년 27홈런을 터트리며 오타니 쇼헤이(당시 LA 에인절스)에 이어 신인왕 2위에 올랐던 안두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시범경기 기간 무릎 부상을 입었고, CBS 스포츠 등의 보도에 따르면 4~6주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를 언급하며 매체는 "이런 상황에서, 이번 스프링캠프 논-로스터(non-roster) 초청선수로 합류해 최고의 타격 기록을 보여준 박효준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시범경기 성적만 보면 박효준의 메이저리그 진입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26일까지 스프링캠프 캑터스리그 시범경기에 22경기 출전한 그는 타율 0.488(43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 5득점, 2도루, OPS 1.163의 성적을 거뒀다. 7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지난 1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2루타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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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준(오른쪽)이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오클랜드의 스프링캠프 홈구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6회 말 3점 홈런을 터트린 후 3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공식 SNS
또한 지난달 2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는 경기 중반 대수비로 출전, 6회 말 대만 투수 린위민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기록했다. 피츠버그 소속이던 지난 2022년 3월 30일 보스턴전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나온 스프링캠프 홈런이었다. 특히 린위민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과 두 차례 만나 11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던 선수여서 그 의미가 더 깊었다.

이에 현장의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MLB.com에 따르면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박효준에 대해 "이번 캠프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며 "빅리그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치고는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칭찬했다.

만약 박효준의 개막전 엔트리 합류가 현실로 이뤄진다면 개인 통산 2번째이자 2년 만의 감격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시즌 시작부터 빅리그 로스터에 들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개막전(4월 8일)에도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의 성적을 올렸다.

박효준 본인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MLB.com과 인터뷰에서 그는 "몇 년 전부터 오클랜드에서 뛰고 싶었다"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팀의 승리를 위해 돕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인생에서 최고의 스프링캠프를 보냈고, 그 결과가 시범경기를 통해 나왔다"면서 "이미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단호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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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은 박효준. 올 시즌을 앞두고 오클랜드와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AFPBBNews=뉴스1
미국에 진출한지 어느덧 10년, 박효준은 아직도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야탑고 시절부터 내야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을 밀어내고 유격수 자리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런 모습을 주목한 뉴욕 양키스가 2014년 박효준을 영입하며 그의 미국 생활이 시작됐다.

이듬해 고교 졸업 후 루키리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박효준은 56경기에서 타율 0.239 5홈런 30타점 12도루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어 2년 차인 2016년에는 싱글A로 승격했고, 2017년에는 상위싱글A에 올라오며 차근차근 단계를 거쳤다. 2019년 처음으로 더블A에 올라온 그는 113경기에서 타율 0.272 3홈런 41타점 20도루 OPS 0.734를 기록하며 상위 리그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리그가 취소돼 한해를 날린 박효준은 이듬해 트리플A에서 타율 0.328 10홈런 29타점 OPS 1.042라는 놀라운 기록을 냈다. 그동안 내야수로 뛰었지만 외야수 자리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며 유틸리티 능력을 증명했다. 이에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이 시즌 중 "박효준은 지난 몇 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뛰었고 점차 실력을 키웠다. 아주 잘해주고 있다"(SI 맥스 굿맨 기자)며 직접 언급했다.

결국 박효준은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그해 7월 16일 택시 스쿼드(유사시 명단)에 포함, 다음날 보스턴과 홈 경기에서 7회 팀 로카스트로의 대타로 나와 내야땅볼을 기록하며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를 이뤘다. 미국 진출 후 7년 만에 감격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아마추어에서 미국으로 직행한 선수로는 2016년 최지만(현 뉴욕 메츠) 이후 5년 만이었다.

하지만 강팀 양키스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박효준은 결국 콜업 5일 만에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고, 하루 만에 2대 1 트레이드를 통해(박효준+디에고 카스티요↔클레이 홈스) 피츠버그로 팀을 옮겼다. 8월 초 재콜업된 그는 이적 후 6경기 연속 안타를 터트리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그해 메이저리그 4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5 3홈런 14타점 1도루 OPS 0.633의 성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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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 시절의 박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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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시절의 박효준. /AFPBBNews=뉴스1
이에 2022년에는 아예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부진으로 인해 5경기 만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이후로도 콜업과 강등이 반복됐고, 그해 9월 8일 뉴욕 메츠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시즌 종료 후 피츠버그에서 웨이버 공시된 그는 보스턴으로 이적했고, 다시 한번 웨이버로 풀린 뒤 애틀랜타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 탈락하며 어두운 출발을 보였고, 결국 메이저리그에 한 경기도 오르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쳐야 했다.

박효준은 지난해 트리플A에서 101경기에 출전, 타율 0.262(317타수 83안타) 6홈런 42타점 49득점 16도루 OPS 0.763의 성적을 거뒀다. 출루율(0.385)과 도루성공률(88.9%)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다. 여기에 애틀랜타는 지난해 162경기에서 104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642)에 오른 강팀. 그의 자리인 내야에는 2루수 아지 알비스, 3루수 오스틴 라일리, 유격수 올랜도 아르시아가 탄탄히 지키고 있었다. 중견수에는 2022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마이클 해리스 2세가 버텼고, 우익수에는 빅리그 최초의 40(홈런)-70(도루) 클럽 가입자인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결국 애틀랜타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한 박효준은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재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절치부심 끝에 시범경기에서 엄청난 결과를 내면서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를 얻을지도 모르게 됐다.

박효준은 "이번이 네 번째 팀이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들을 만나는 건 익숙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프링캠프 초반만 해도 더그아웃이 조용했다. 그래서 이후 에너지를 가져오려 노력했고, 선수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기록뿐만 아니라 분위기 형성에서도 기여하고 있는 박효준이 과연 한 시즌 만에 빅리그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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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은 박효준. 올 시즌을 앞두고 오클랜드와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포함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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