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정후를...' 옴짝달싹 얼어붙게 만든 공 '단 1개', 뜨거웠던 쇼케이스는 이제 끝났다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3.27 19:06
  • 글자크기조절
image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채 뜨거운 쇼케이스를 마무리했다. 이제 이정후는 하루 휴식 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에 출격할 예정이다.

이정후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2024 미국 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3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이로써 이정후는 1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2루타 2개, 3루타 0개, 1홈런 5타점 6득점 5볼넷 4삼진 2도루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 OPS(출루율+장타율) 0.911의 성적으로 올해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오클랜드의 박효준(28)은 6회말 우익수 수비로 들어간 뒤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박효준은 시범경기 타율 0.477, 1홈런, 9타점의 맹타를 휘둘렀으나,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다.

비록 안타는 때려내지 못했지만, 상대 투수와 수 싸움에서 많은 걸 경험한 이정후였다. 이정후는 양 팀이 0-0으로 맞선 1회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등장했다. 오클랜드 투수는 우완 폴 블랙번. 이정후는 블랙번의 초구 바깥쪽으로 꽂힌 포심 패스트볼(91.8마일) 스트라이크를 그냥 지켜본 뒤 2구째 높은 커터(90.4마일)를 공략했으나 파울이 됐다. 그리고 3구째. 블랙번의 원바운드성 커브(81.8마일)에 이정후가 배트를 내지 않으며, 볼이 선언됐다. 1-2의 볼카운트. 이어 4구째. 블랙번의 솟아오르는 듯한 하이 패스트볼(90.5마일 커터)를 이정후가 제대로 밀어 치며 좌익수 쪽으로 타구를 날려 보냈다. 배트 중심에 잘 맞은 듯했으나, 더 이상 뻗지 못한 채 오클랜드 좌익수 세스 브라운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이정후는 팀이 0-1로 뒤진 3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번에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여전히 마운드에는 블랙번이 서 있었다. 초구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커브(80.3마일)에 배트를 내지 않은 이정후. 2구째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86마일)에 이정후의 배트가 헛돌아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 상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반 개 정도 걸치는 공이었다. 그리고 3구째. 이번에도 블랙번은 비슷한 코스의 똑같은 구종(86.6마일 체인지업)을 뿌려 이정후의 배트를 헛돌게 했다. 이번에는 볼이었으나, 이정후는 헛스윙 후 투수 쪽을 한 번 쳐다보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다시 불리한 1-2의 볼카운트에 몰린 이정후. 4구째. 블랙번도 집요했다. 다시 한번 똑같은 코스로 같은 구종(87.1마일 체인지업)을 뿌린 것. 그렇지만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 반 정도 빠지면서 볼로 선언됐다. 볼카운트는 2-2. 이정후의 머릿속에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 같은 구종을 같은 코스로 던질 것인가. 아니면 속구를 꼽을 것인가. 그리고 5구째. 이번에는 92.6마일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높게 제구되면서 이정후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 풀카운트가 됐다. 결국 6구째 블랙번의 구종 선택은 커터(88.7마일)였고, 가운데로 몰리며 이정후가 받아쳤으나 빗맞으면서 1루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팀이 0-3으로 뒤진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가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여전히 블랙번이었다. 블랙번이 뿌린 초구는 커브(77.5마일)이었는데, 완전히 이정후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은 공이었다. 이정후는 공이 통과하는 동안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대로 서서 투수를 지켜봤다. 커브는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묻으며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그리고 2구째. 이번에는 88.7마일 커터가 한가운데에서 약간 높은 코스로 왔고, 이정후가 받아쳤으나 파울이 됐다. 3구째는 하이 패스트볼(90.6마일 싱커). 이정후가 움찔하며 몸을 뒤로 젖혔다. 이어 4구째 낮은 커브(79.4마일)에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파울로 커트한 이정후. 정말 앞선 타석부터 종잡을 수 없는 블랙번의 구종 선택이 계속됐다. 그리고 이날 이정후와 블랙번의 승부에서 하이라이트가 될 만한 공 1개가 나왔다. 5구째. 블랙번이 뿌린 공이 낮은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다가 포수 왼쪽 무릎 근처에서 살짝 떨어졌다. 이정후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떨어진 체인지업(85.2마일)이었다. 주심은 팔을 뒤로 빼면서 루킹 삼진을 선언했다. 이정후는 잠시 타석에서 공이 마지막에 꽂힌 코스를 한동안 바라본 채 약 3초 정도 머물다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게임데이 상에는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직사각형 구석에 묻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번은 삼진으로 선언되자 고개를 가볍게 3~4차례 끄덕이며 자신의 결정구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image
6회 블랙번이 뿌린 5구째 체인지업(빨간색 원)이 절묘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며 이정후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사진=MLB.com 게임데이 갈무리
블랙번은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지난 시즌 만개했다. 21경기 중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 6패 평균자책점 4.43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로 뽑히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에는 더욱 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올해 시범경기 4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날 경기까지 포함,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04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17⅔이닝 동안 10피안타(2피홈런) 2볼넷 14탈삼진 4실점(4자책), 피안타율 0.167,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68의 좋은 성적을 냈다.

이제 이정후는 꿈의 메이저리그 정식 경기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29일 오전 5시 10분 대망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임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상대는 바로 김하성(29)이 버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장소는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 파크다. 샌디에이고와 4연전이 예정된 가운데, 이정후는 일찌감치 리드오프로 낙점되며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이어 4연전을 마친 뒤에는 오타니 쇼헤이(30)가 소속된 LA 다저스와 원정 3연전을 소화한다. 이어 4월 5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6일부터 8일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홈 3연전에 임한다. 이 3연전이 올해 샌프란시스코의 정규시즌 홈 개막전이다.





이정후는 이미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좀처럼 식지 않는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데뷔전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이정후는 1회 데뷔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터트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후 두 타석에서는 1루 땅볼과 삼진으로 각각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주루 플레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두 번째 경기는 더욱 대단했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이정후가 홈런포를 터트린 것이다. 시범경기 첫 홈런으로, 비록 정식 메이저리그 경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미국에서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린 경기였다. 당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 2루타 1개 홈런 1개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며 메이저리그 야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한 뒤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있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혼신의 주루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계속해서 이정후는 3월 2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자랑한 뒤 3월 4일에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붙어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기록한 도루는 그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도루였다. 그리고 3월 5일 설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펼쳐진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시범경기에서는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이렇게 시범경기 5경기 동안 단 한 경기도 쉬지 않은 채 안타를 때려낸 이정후였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꾸준함이 비록 정규 시즌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메이저리그에서도 증명된 순간이었다. 특히 콜로라도전이 끝난 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올 시즌 상대 팀을 성가시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KBO리그 키움에서 한 시즌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지만,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은 득점권 상황에서 충분히 점수를 낼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며 이정후의 주루 플레이를 주목했다.

이정후는 3월 8일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와서 LA 다저스를 상대했다. 그렇지만 경기 도중 애리조나 현지에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3회 전격적으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정후는 당시 경기에서도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뒤 한 타석을 소화하면서 범타로 물러났다. 그렇지만 경기 취소 결정과 함께 이정후의 기록도 사라졌다. 비록 경기는 취소됐지만, 당시 이정후는 1회 수비에서 빗속을 뚫고 전력 질주를 펼치는 투혼을 보여줬다. 또 타석에서는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뒤 처음으로 좌완 투수를 상대했다. 당시 LA 다저스 선발 투수는 12년 차 베테랑 제임스 팩스턴. 팩스턴은 속구 평균 구속이 96마일(154.4km)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구위의 빠른 볼을 구사한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64승 38패, 평균자책점 3.69. 그런 팩스턴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6구째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 3월 9일 샌디에이고전 역시 비로 취소되며 2경기 연속 휴식을 취한 이정후.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시범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
이렇게 2경기를 쉬면서 타격감이 잠시 떨어졌던 것일까. 이정후는 3월 10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처음으로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며 침묵했다. 이정후는 좌완 에이스 카일 멀러를 상대로 1회에는 1루 땅볼, 3회에는 중견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다. 그리고 4회에는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으나 유격수 뜬공으로 고개를 숙였다. 비록 공격에서는 침묵했지만, 수비에서는 재차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5회초 오클랜드의 공격 상황에서 1사 후 맥스 슈먼이 친 공이 내야에 높이 뜨면서 2루 베이스 뒤쪽으로 향했다. 이때 공을 잡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던 샌프란시스코 유격수 닉 아메드와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중견수 이정후에게 타구 처리를 맡기고 말았다. 그래도 전력 질주를 펼치면서 타구를 따라온 이정후가 한 번에 포구하지는 못했지만, 이내 바운드된 공을 침착하게 잡아낸 뒤 2루로 곧장 뿌려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이정후의 순발력과 수비 센스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정후는 3월 1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3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시애틀전에서는 마지막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터트렸는데, 그것도 좌완 투수를 상대로 때려낸 안타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1회초 시애틀 우완 조지 커비를 상대한 헛스윙 삼진, 3회초 좌익수 직선타로 각각 물러난 이정후. 그렇지만 5회초 시애틀 좌완 테일러 소시도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안타 생산을 재개했다. 그랬던 이정후가 3월 13일에는 그야말로 LA 다저스의 쟁쟁한 투수들을 상대해 또 한 번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정후가 현재까지 올해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 무안타 경기를 펼쳤는데, 바로 10일 오클랜드전과 13일 LA 다저스전이었다. 이정후는 LA 다저스의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 선발을 맡았던 최고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상대로 2차례 범타로 물러났다. 글래스노우가 5회 1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치는 등 5⅓이닝 8탈삼진 노히트의 무시무시한 괴력투를 펼치는 상황. 그래도 이정후는 삼진을 당하지 않은 채 1회에는 2루 땅볼, 4회에는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다. 그리고 6회에는 바뀐 투수 라이언 브레이저를 상대로 헛스윙 3구 삼진을 당하며 위력투를 체감했다.

image
햄스트링 부상으로 5경기에서 결장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신고했다.
이후 이정후는 14일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다시 안타 행진을 펼쳤다. 1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한 것. 그런데 두 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은 가운데,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 루이스 마토스로 교체됐다. 다소 이른 교체였기에 궁금증이 일었는데, 알고 보니 가벼운 허벅지 통증으로 인한 교체였다. 결국 이정후는 구단의 관리 차원에서 무리하지 않은 채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복귀했는데, 복귀하자마자 2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의 멋진 타격감을 보여줬다. 계속해서 하루 휴식 후 지난 23일에는 시카고 컵스를 상대,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아다니며 팀의 13-12 승리에 일조했다. 그리고 25일(한국 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산하 트리플A팀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와 연습경기에서는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연습경기라 시범경기 성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6일 오클랜드의 콜리세움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출루 능력을 뽐낸 이정후는 27일 경기까지 일단 2경기 연속 침묵한 채 정규시즌 개막전에 임하게 됐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수비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