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ABS가 비 오니까 먹통이 됐다? 'X자' 계속 보낸 주심, 왜 경기 중단 안했나 '잠실구장 4회말 폭우 속 진실은...'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3.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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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모습.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LG전.

LG가 4-0으로 앞선 가운데, 4회말 LG의 공격. 2사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박해민이 서 있었다. 삼성 투수는 선발 이승민.


잠실구장에는 소나기성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째는 파울. 그리고 3구째. 이승민의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향했다. 중계방송 화면의 KBO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존 그래픽 상에서는 살짝 존에서 벗어난 볼로 찍혔다.

이때 함지웅 주심이 자신의 귀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이내 손으로 'X'자를 그리며 이상 신호를 보냈다. 김정국 3루심을 바라보며 보낸 사인이었다. 이어 4구째, 박해민은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다음 타자는 홍창기. 이때 심판진이 잠시 모여 이야기를 나눈 뒤 경기가 재개됐다. 이승민의 초구가 한복판에 스트라이크로 들어왔다. 그런데 함 주심은 재차 귀 쪽을 가리킨 뒤 'X자' 수신호를 재차 보냈다. ABS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표시로 보였다. 계속해서 LG가 이중 도루를 성공한 뒤, 2구째 상황에서도 'X'자를 표시한 함 주심.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홍창기를 향한 이승민의 3구째 속구가 바깥쪽 코스로 꽉 차게 꽂혔다. 그런데 주심은 재차 안 들린다는 수신호를 3루심에 보냈다. 그런데 3루심으로부터 무언가 신호를 받은 뒤 곧장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경기 중단까지는 선언하지 않았다. 4구째는 볼. 홍창기가 5구째를 받아쳤고, 삼성 3루수 맥키넌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출루에 성공했다.

다음 타자는 김현수. 이승민의 초구가 이번에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살짝 높은 코스로 들어왔다. 함 주심은 3루심을 향해 '안 들린다'며 'X'자를 표시했고, 뒤이어 볼을 외쳤다. 2구째는 몸쪽 높은 볼. 3구째는 몸쪽 존으로 걸친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됐다. 4구째는 파울. 김현수는 5구째를 공략했으나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그렇다면 왜 함 주심은 'X자' 수신호를 보내면서도 어떻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렸던 것일까. 진실은 이랬다. ABS 시스템 자체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심이 착용하고 있는 수신기(이어폰)에 문제가 생기면서 스트라이크·볼 판정 결과를 전달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보조로 수신기를 착용하고 있던 3루심이 수신호로 스트라이크·볼 판정 여부를 주심에게 전달해 경기 중단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KBO 관계자는 "ABS 투구 추적에는 이상이 없었고, 수신기의 문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LG 박해민 타석에서 삼성 이승민의 3구 투구 시점에 함지웅 주심의 수신기에 이상이 발생했다. 이에 ABS 요원에게 확인한 결과, 수신기 교체가 필요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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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운영 개요도. /그래픽=KBO 제공
이어 "다만 비가 많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수신기 교체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될 위험이 있었다. 이에 보조로 ABS 수신기를 차고 있던 3루심의 수신호를 통해 경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박해민부터 김현수까지 세 타자의 타석을 주심이 3루심으로부터 수신호를 받아 콜을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닝이 끝난 뒤에는 수신기를 교대해, 이후에는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는 KBO가 올 시즌 세계 최초로 도입, 현장과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ABS는 1루와 3루, 그리고 외야 중앙 쪽까지 총 3대의 카메라가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을 추적한다. 이어 사전 측정된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베이스 등 고정 그라운드 위치 정보를 토대로 타자별로 설정된 스트라이크 존 통과 여부를 판단한다.

이렇게 측정된 투구별 판정 결과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성 신호로 변환, 주심이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을 통해 전달된다. 이를 들은 주심은 음성 수신 결과에 따라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이번처럼 폭우와 같은 날씨 환경도 그중 하나다. 앞서 KBO는 "시즌 중 급격한 날씨 변화, 이물질 난입 등 기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100% 트래킹 추적 성공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추적 실패 시 대응 매뉴얼을 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지속적으로 심판과 ABS 운영요원 교육을 통해 추적 실패에도 경기 진행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모든 준비를 다 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심판원이 ABS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심판 자체 판정 또는 경기 중단 후 ABS 운영, 복구 가능 여부를 판단해 경기 재개 방식을 판단하고 양 구단에 이를 통보(심판원 - ABS 현장 요원 소통)한다"면서 "ABS 판정 이전과 판정 중, 그리고 판정 이후 후속 플레이가 이어지는 경우에는 해당 후속 플레이에 대한 최종 심판 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볼 인플레이 상황으로 진행한다. 이후에 최종 ABS 또는 주심 판정 결과에 따라 심판팀장의 재량으로 후속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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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두 KBO 심판위원이 지난 11일 시범경기 도중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이어폰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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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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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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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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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ABS 스트라이크 존 기준. /그래픽=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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