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한 이닝 9실점' 충격의 고척돔 5회말, 키움 타자들에게 들어보니... [고척 현장]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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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5회초 제구 난조로 연속안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한 후 교체되고 있다. / 고척=김진경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한 이닝에만 무려 9실점 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던 고척스카이돔의 5회 말. 충격을 안긴 키움 히어로즈의 어린 영웅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류현진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6000명 입장)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8.36으로 치솟았다.


한화는 류현진의 9실점 포함 5회에만 10실점 한 빅이닝을 극복하지 못하고 7-11로 패, 같은 날 삼성에 5-2로 승리한 KIA(8승 2패)에 1위를 내줬다. 반면 키움은 5연승을 질주, 5승 4패로 6위를 유지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에는 약 7년 만에 평일 정규시즌 경기 만원 관중이 들어섰다. 오후 7시 11분 무렵 1만 6000석이 전석 매진됐는데 이는 2017년 7월 20일 KIA전(당시 1만 7000석) 이후 2451일 만이었다. 류현진의 11년 만에 한화 복귀 후 첫 승이자, KBO리그 통산 99승이 기대되는 경기여서 가능했다.

키움은 이주형(지명타자)-로니 도슨(좌익수)-김혜성(2루수)-최주환(1루수)-김휘집(유격수)-이형종(우익수)-송성문(3루수)-김재현(포수)-박수종(중견수)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은 하영민. 류현진을 앞세운 한화는 문현빈(2루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채은성(지명타자)-노시환(3루수)-안치홍(1루수)-하주석(유격수)-이재원(포수)-최인호(좌익수)-이진영(중견수)으로 타선을 꾸렸다.


4회까지 순조로웠다. 1회 이주형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2회 1사에도 이형종에게 볼넷을 줬으나, 송성문을 병살 처리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3회와 4회에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를 활용해 두 이닝 연속 삼자범퇴에 성공했고, 한화 타선도 3회 1점, 4회 3점으로 득점 지원하면서 순조롭게 승리 투수를 향해 나아갔다.

5회도 처음에는 흔한 위기처럼 보였다. 선두타자 김휘집이 류현진이 바깥쪽 체인지업(시속 123km)을 걷어 올려 좌중간 외야를 갈랐다. 이형종에게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난 직구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줬고 송성문에게도 외야로 뜬 공 타구를 허용해 1사 1, 3루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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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5회 연속안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 고척=김진경 기자


하지만 김재현의 타석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김재현도 똑같이 류현진의 바깥쪽 공을 노려 좌측 파울 라인 위로 흐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생산했다. 이때부터 키움 타자들의 방망이는 망설임이 없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해 박수종, 이주형, 도슨, 김혜성이 4연속 적시타를 때려냈다. 최주환이 우전 안타로 다시 1사 만루를 만들었고 5회 첫 타자였던 김휘집은 초구 체인지업(시속 131km)을 공략해 기어코 2타점 적시타로 류현진을 마운드 아래로 끌어내렸다. 이후 구원 등판한 김서현이 류현진의 책임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면서 류현진의 자책점은 9점이 됐다.

이날 류현진은 총 81구(직구 30구, 커터 15구, 투심 패스트볼 13구, 커브 12구, 체인지업 10구, 슬라이더 1구)를 던졌다. 최고 직구 구속은 시속 147km, 평균은 143km이 나왔다.

평소답지 않은 제구가 5회 대참사를 만들었다. 직구, 체인지업,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던졌으나, 공이 하나같이 스트라이크 존 안쪽에 형성됐다. 전성기 시절보다 떨어진 구위로는 콘택트 능력이 좋은 키움 타선을 당해낼 수 없었다.

류현진이란 이름을 지우고 단순하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노린 키움의 전략이 류현진의 아쉬운 제구와 맞물려 한화에는 최악, 키움에는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 이날 류현진을 끌어내린 김휘집은 5타수 2안타 2타점, 리드오프로 나선 이주형은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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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1회말 안타를 허용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 고척=김진경 기자


경기 후 만난 김휘집은 "구종을 노려서 친 건 아니다. 방향만 잡고 치려 했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볼 카운트가 몰리면 타자도 엄청 압박을 받기 때문에 다들 적극적으로 친 것 같다"며 "항상 우리는 좋은 공이 오면 놓치지 말고 치자고 한다. 다른 형들은 모르겠고 난 득점권이라 스윙을 짧게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이름값 높은 선배들이라 그런 명성에 최대한 안 눌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오늘도 특정 투수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공격과 승리에만 집중해서 싸운다고 생각했다"며 "류현진 선배님 영상을 많이 보기도 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대구에서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게 문제였고 어떻게 방향을 잡고 쳐야 할까를 많이 생각했다. 또 한화가 요새 분위기가 좋고 타선의 파괴력이 좋아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주형 역시 "처음에는 류현진 선배가 아우라가 있으셔서 초구는 당황했는데 차츰 그런 걸 까먹고 경기에만 집중하다 보니 의식하지 않게 됐다. 류현진 선배님은 웬만하면 존 안에 넣을 수 있는 제구를 지니고 계셔서 빠른 카운트에 대결하려 했다. 그랬던 것이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시즌 전 꼴찌 후보로 평가받던 키움이지만, 어느덧 5연승을 달리며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이러한 저력에 이주형은 "우리 팀 장점이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끝없이 탄다는 것이다. 오늘도 그런 집중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며 "지금처럼 잘 칠 때도 있지만, 나중 되면 떨어지는 사이클도 분명 올 것이기 때문에 항상 하던 대로 들뜨지 않고 주눅 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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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김휘집이 5회초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태로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환호하고 있다. / 고척=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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