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패 중 2패가 류현진이라니... 믿기지 않는 '1이닝 9실점' 이른 韓 복귀는 당연한 결과였나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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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1회말 안타를 허용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 고척=김진경 기자
'류현진 패배-승리-승리-승리-승리'

지난주만 해도 농담 같던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한화의 3패 중 2패가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가 팬들이 차츰 현실을 깨닫게 하고 있다.


류현진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6000명 입장)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시즌 2패째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8.36으로 치솟았다.

한화는 류현진이 초래한 5회 10실점 빅이닝을 극복하지 못하고 7-11로 패, 8승 3패로 같은 날 삼성에 5-2로 승리한 KIA(8승 2패)에 1위를 내줬다.

그러면서 류현진은 KBO리그 복귀 3경기째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11년 만에 KBO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3일 잠실 LG전은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지난달 29일 대전 KT전에는 한화가 2-0으로 앞선 6회 초 강백호와 황재균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아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때까지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 범위 내의 부진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5회에만 7명의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7실점 했다. 다른 2실점은 구원 등판한 김서현(21)이 책임 주자를 들여보낸 것이었다.

4회까지 갈수록 경기 내용이 좋아지고 있었기에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1회 말 이주형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 후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2회 말 1사에도 이형종에게 볼넷을 줬으나, 송성문을 병살 처리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5회 말 빠른 볼 카운트에 승부를 건 키움 타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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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한화전이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 류현진이 5회초 제구 난조로 연속안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한 후 교체되고 있다. / 고척=김진경 기자


이날 류현진은 총 81구(직구 30구, 커터 15구, 투심 패스트볼 13구, 커브 12구, 체인지업 10구, 슬라이더 1구)를 던졌다. 최고 직구 구속은 시속 147㎞, 평균은 143㎞이 나왔다. 터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카운트를 잡으려 했으나,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쪽에 몰리니 콘택트에만 집중한 타자들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류현진이 무너지는 데는 5회 단 25구, 15분이면 충분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충격적인 하루다. 류현진은 2006년 데뷔 후 KBO리그에서 한 경기 9실점을 한 적이 없었다. 류현진의 종전 한 경기 최다 실점은 2012년 7월 18일 삼성전 2이닝 8실점이었다.

메이저리그 시절을 포함해도 9자책점은 처음이다. LA 다저스 시절이던 2017년 5월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방문 경기에서 4이닝 8피안타 4탈삼진 8사사구 10실점(5자책)을 기록한 적이 이었다. 하지만 이때는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라는 특수한 환경이었고 수비 실책으로 인해 자책점은 5점에 불과했다.

지난주 한화에는 '류승승승승'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지난달 23일 류현진이 패전 투수가 된 이후 펠릭스 페냐, 김민우,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가 차례로 선발승을 거두면서 생겼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약체였던 한화를 상징했던 '류현진 승리-패배-패배-패배-패배'의 반대되는 말로 180도 달라진 2024년의 한화를 나타내는 기분 좋은 신조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류현진의 부진이 길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농담처럼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이후 2경기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도 모자라 정교하지 못한 제구로 아쉬운 내용을 보여주면서 더 이상 웃어넘길 수 없는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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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2022년 커리어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해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기록을 남겼다. 평균 직구 구속이 시속 87~89마일(약 140~143.2㎞)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교한 제구력으로 준수한 성과를 내 미국 현지에서 '빈티지 류(Vintage Ryu)'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준수한 성적의 이면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의 철저한 이닝 관리도 있었다. 5회가 넘어가면 류현진을 칼같이 교체했다. 팔꿈치 수술 복귀 후 류현진을 관리하는 차원이었겠지만, 경기 내용으로도 후반으로 갈수록 제구력이 무뎌져 정타를 맞는 일이 늘어났다. 그 탓에 FA 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찾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야구계에 따르면 한국으로의 조기 복귀를 원한 류현진의 독특한 조건과 유독 느리게 흘러갔던 메이저리그 FA 시장도 이유였겠으나, 많은 나이와 여러 가지 한계를 노출한 37세 투수에게 만족스러운 제의가 가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몇 개 구단의 제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류현진은 다소 이른 한국 복귀를 선택했다.

복귀 후 3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류현진의 이른 복귀가 당연했던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이상 부진이 길어진다면 류현진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빛이 바랠 수 있기에 반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동안 숱한 위기와 우려의 시선에도 매번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고교 시절 토미 존 수술로 연고 구단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했음에도 KBO리그와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모두가 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던 어깨 관절와순 수술 후에는 커터와 체인지업을 가다듬어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고 2019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라 정점을 이뤘다. 지난해 두 번째 토미 존 수술 이후에는 커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 시즌을 평균자책점 3점대로 마무리했다.

37세 류현진이 마주한 한계는 평균 143㎞에 불과한 직구 구속과 일정 투구 수를 넘어가면 무뎌지는 제구와 떨어진 구위다. 커리어 끝 무렵 또 한 번 한계에 봉착한 코리안 몬스터가 이번의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지 야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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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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