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은퇴 또 미룬 이유 "팬분들의 응원이 가장 컸다, 최정상에 있는 모습 보여주고파" [일문일답]

양재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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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초=김진경 기자
통산 6번째로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최다 정규리그 MVP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배구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이 현역 연장을 선언했다. 은퇴를 하기에는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이 눈에 밟혔다.

김연경은 8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을 마친 뒤 현역 연장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은퇴를 미룬) 가장 큰 이유는 팬분들의 응원이었다. 아직 내 배구를 보고 싶어하는 팬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내년에 내 컨디션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그분들께)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연경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역사적인 리버스 스윕 허용해 준우승한 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했다. 고심 끝에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정규시즌 36경기 140세트에 출전해 775득점, 공격종합 44.98%로 득점 리그 6위, 공격종합 2위, 서브 6위, 수비 8위, 오픈공격 5위, 시간차 공격 4위, 퀵오픈 4위, 리시브 5위, 디그 7위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급 공격과 리그 정상급 수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흥국생명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끌었다.

그 결과 기자단 전체 유효표 총 31표 중 20표(양효진 5표)로 역대 6번째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하지만 주전 리베로 김해란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고질적인 세터와 외국인 선수 문제까지 겹치면서 최종전을 앞두고 1점 차로 정규리그 1위를 놓쳤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김연경은 총 74점으로 맹활약했으나,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해 또 한 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2년 연속 우승이 좌절된 김연경의 심정을 짐작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두기엔 김연경은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였다. 이날 받은 MVP가 그 증거였다.


김연경은 "어릴 때 국내서 뛰었을때 받은 MVP보다 올해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적지않은 나이에 최정상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함께했던 동료나 구단 관계자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다. 다음 시즌에는 7번째 MVP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록적인 면은 올해가 더 괜찮은 것 같다. 올해 많이 힘들었는데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각별히 챙겨주셨다. 긴 여정이었는데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만큼 다음 시즌에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매년 화제가 된 김연경의 시즌 후 거취는 이제 스스로 시즌 전에 밝힐 예정이다. "올시즌이 마지막이라고 하면 은퇴를 미리 이야기하고 한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는데 마음의 준비는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은퇴하게 된다면 말씀드리고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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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MVP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초=김진경 기자


다음은 김연경과 일문일답.

- 다음 시즌에도 뛰기로 결심한 계기는?

▶ 시즌 중반부터 어느 정도 결정했다. 시즌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구단 관계자, 감독님, 가족, 지인들과 어떤게 좋을지 많이 이야기했다. 팬분들이 많은 응원을 해줬다. 지난해에 비해 개인 성적도 좋아서 조금더 현역 연장을 결정하게 됐다.

- 이번 시즌 결과에 대한 아쉬움인지 개인 성적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결정인지.

▶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올해도 2등으로 마무리하면서 내년은 더 부담되는 시즌이 될 것 같다. 그걸 이겨내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고 주변에서 은퇴를 만류하기도 했다는데.

▶ 만류도 있었지만, (은퇴를 미룬) 가장 큰 이유는 팬분들의 응원이었다. 아직 내 배구를 보고 싶어하는 팬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내년에 내 컨디션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6월 국가대표 은퇴 경기 예정돼 있는데.

▶ 오랫동안 준비했다. 시간이 많이 없고 올해가 올림픽이 있는 중요한 해라 각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같이 뛰었던 선수들과 한국에서 뛰었던 선수들 위주로 구성했다. 토요일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랑 같이 하는 이벤트다. 은퇴했던 선수도 있고 은퇴를 밝히지 않았던 선수들도 있다. 은퇴식이라는 것이 없을 때 은퇴했어서 한국 배구를 위해 노력했던 선배님과 동료들이 다같이 마무리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 수상소감에서 아본단자 감독에게 감사 인사 못하겠다고 한 이유는?

▶ 장난이다. 지난해 FA 할때 흥국생명과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감독님과 많은 미팅을 했다. 더 좋은 배구, 더 우승할 수 있는 배구를 약속하셨는데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 편하게 해주겠다는 말을 믿은 내가 순진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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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MVP를 수상한 흥국생명이 양효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초=김진경 기자


- 본인에 대한 의존도가 큰데 혹시 데려오고 싶은 선수는?

▶ 일단 배구를 편하게 하게 해주겠다는 말 자체는 안 믿으려고 한다. 편하든 편하지 않든 상관없고 내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불평불만없이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 구단에서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선수 보강을 할 거라 생각하고 (FA 시장에도) 뛰어든 걸로 알기 때문에 구단을 믿고 있다. 우리 팀에 오는 선수는 우승에 갈망이 있고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가 왔으면 좋겠다.

- 대표팀을 한 걸음 떨어져 보면서 많은 생각 있었을텐데.

▶ V리그는 매 시즌 발전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V리그 관심도 만큼 대표팀 관심도는 줄어든 것 같다. 대표팀 관심이 줄어들면 V리그와 한국 배구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분들이 어떻게 하면 대표팀 성적을 낼지 생각해야 V리그에도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표팀이 잘됐으면 한다.

- 은퇴를 결정하면 현역 마지막 시즌이라고 이야기할 건지.

▶ 아직 4월이다. 말씀하신대로 올시즌이 마지막이라고 하면 은퇴를 미리 이야기하고 한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는데 마음의 준비는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은퇴하게 된다면 말씀드리고 하겠다.

- 이번 MVP는 어떤 의미인지

▶ 어릴 때 국내서 뛰었을때 받은 MVP보다 올해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적지않은 나이에 최정상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함께했던 동료나 구단 관계자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다. 다음 시즌에는 7번째 MVP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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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베스트 7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초=김진경 기자


- 올해 대표팀 관련 계획은?

▶ 올해는 대표팀 관련 계획이 없다. 뒤에서 응원하도록 하겠다.

- 흥국생명과 인연을 이어가는 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 흥국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인연이 깊다. 시작이 좋았고 중간에 갈등도 있었다. 마지막에도 성적이 좋지 않게 이어지고 있는데 구단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나는 흥국생명과 함께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어서 내년에는 꼭 같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 몸 관리가 관건일 텐데.

▶ 기록적인 면은 올해가 더 괜찮은 것 같다. 올해 많이 힘들었는데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각별히 챙겨주셨다. 긴 여정이었는데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만큼 다음 시즌에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 은퇴를 앞둔 선수가 우승 도전과 MVP에 도전하겠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인데.

▶ 다른 종목을 봐도 은퇴 시점의 선수가 개인 수상을 도전하고 목표로 한다는 건 사실 우스운 일이다.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는데 내년에는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 특히 국내 선수가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에 뒤지지 않게 노력하려 한다. 과거에 좋을 때 은퇴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내가 그렸던 그림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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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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