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1만9000회 베팅 오타니 통역, 도박업자 오타니 집까지 찾아갔다... 신변 위태로울 뻔, '무려 219억' 빼돌렸다 (종합)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4.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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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40)가 오타니의 돈을 훔친 모든 전말이 공개됐다.

AFP 통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 검찰은 은행사기 혐의로 미즈하라 잇페이를 기소했다. 연방 검찰은 오타니가 도박에 전혀 연관된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


마틴 에스트라다 연방 검사는 이날 미즈하라 잇페이를 은행사기 혐의로 기소한 뒤 미즈하라가 지난 2021년 9월부터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마틴 에스트라다 연방 검사는 미즈하라가 2018년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시점부터 사실상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또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급여 통장 개설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미즈하라는 자신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 계좌에서 1600만 달러(한화 약 219억원) 이상의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당초 미국 매체 ESPN 등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금액, 450만 달러(약 60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도박 중독자의 삶을 살았다. 지난 1월까지 총 4070만 달러(약 55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베팅을 통해 약 1억 4200만 달러(약 1940억원)의 금액을 땄으며, 1억 8300만 달러(약 2500억원)의 금액을 잃었다. 건당 베팅 금액이 무려 1만 2800달러(약 17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또 베팅 횟수는 무려 1만 9000회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평균 25회로, 수시로 틈이 날 때마다 불법 도박을 했다는 뜻이다.

AFP통신은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중독된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과정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미즈하라는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면서 여러 차례 신용 증가에 관한 부분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도박업자에게 "돈을 안 갚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직접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즈하라의 도박 빚은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한 번 더 신용 증가를 요청한다"는 메시지를 불법 도박업자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요청이다. 나의 엄마를 걸고 맹세하겠다"는 메시지까지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미즈하라는 계속해서 깊은 도박 빚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2023년에는 불법 도박업자와 연락이 점점 줄어들었는데, 이 시점부터 불법 도박업자로부터 압박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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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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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특히 이 과정에서 아무 죄가 없는 오타니마저 불법 도박업자들과 마주할 뻔했다. 불법 도박업자는 지난해 11월 미즈하라에게 "왜 우리의 전화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가. 금요일 오후 2시다. 지금 우리는 뉴포트 비치(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 당시 오타니의 거주지가 있었다)에 왔다. 오타니가 애완견과 산책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당신(미즈하라)이 계속해서 연락을 받지 않으니, 이제 오타니를 찾아가서 어떻게 연락을 취할 수 있을지를 물어보겠다"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자칫 오타니의 신변까지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 이토록 오타니에게 자신의 도박 사실을 숨기고 있던 미즈하라는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업자에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가상화폐에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정말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돈을 갚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시간을 달라"며 불법 도박업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결국 지난달에 ESPN 등을 통해 미즈하라의 '오타니 통역 도박 스캔들'이 전 세계에 보도됐고, 미즈하라는 모든 것을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업자에게 "내가 오타니에게 돈을 훔친 게 맞다. 이제는 모든 게 끝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미즈하라는 오타니 계좌에 손을 대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 측과 통화에서 자신이 직접 오타니 본인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오타니의 계좌에 연결된 신상정보 역시 미즈하라의 것으로 변경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만약 스포츠 도박을 통해 돈을 따는 날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타니의 계좌에 다시 돈을 입금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에스트라다 연방 검사는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이런 모든 일을 저질렀다. 다만 그가 야구 경기에 도박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오타니 역시 이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이번 수사 과정에 자신의 휴대전화까지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미즈하라는 조만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출석,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연방 범죄인 은행 사기 혐의는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미즈하라의 이번 도박 스캔들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와 오타니의 관계가 매우 깊었기 때문이다.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면서 미즈하라와 인연은 시작됐다. 특히 지난 2022년 6월에는 메이저리그 경기 도중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는데, 당시 미즈하라가 오타니를 보호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그해 6월 28일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이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고 있는) 한가운데로 들어가려는 오타니를 전속력으로 달려가 막았다. 영웅적인 행동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매체인 캐나다 매체 더 스코어도 "벤치클리어링 막바지에 미즈하라가 오타니를 감싼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면서 치켜세웠고, 팬들은 '미즈하라와 오타니의 팀워크가 빛났다', '오타니를 떼어낸 건 영웅적인 행동이었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경호원이었다'며 거듭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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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이어 같은 해 7월에도 미국 매체 스포츠키다는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관계에 관해 "그들의 우정은 직업적인 유대 관계를 넘어선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즈하라가 늘 곁에서 변함없는 의사소통 지원을 해준 것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미즈하라의 도움으로 오타니는 미국에서 의사소통이나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 등의 걱정 없이 오롯이 경기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역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오타니와 잇페히 미즈하라의 사진을 게재한 뒤 '야구계에서 멋진 우정을 소유한 이들 중 하나'라며 둘의 관계에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통역 업무뿐만 아니라 경기 전 오타니가 몸을 풀 수 있도록 캐치볼도 함께하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과거 미즈하라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오타니와 오프시즌에도 함께 지낸다. 1년 365일 늘 그의 곁에 있다. 니혼햄 시절부터 오타니의 재능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그의 성공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정경기 때는 오타니와 함께 호텔에서 아침을 같이 먹고, 야구장으로 가는 버스에 오를 만큼 가깝게 지내고 있다"며 "오타니가 등판한 날, 특히 잘했을 때는 경기 후 휴대전화를 확인하면 일본에 있는 오타니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20여 개는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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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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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3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경기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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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또 지난 2021년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미즈하라는 에인절스 구단 선정 최우수 통역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오타니가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구단 차원에서 미즈하라의 공로를 인정한 것. 당시 에인절스 구단은 "이 상은 우리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상"이라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오타니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는 동안 미즈하라에게 가장 큰 의지를 했다"고 고백하며 인사했다. 그렇지만 그토록 아름다워 보였던 둘의 동행은 이처럼 믿기지 않는 파국으로 끝나고 말았다.

검찰의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오타니는 이제 더욱 야구에 전념할 전망이다. 오타니는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3(63타수 21안타) 3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2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타자에 전념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본토 개막 직후, 3월 30일 세인트루이스전부터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전까지 5경기 타율이 0.150에 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개막 9경기 만에 시즌 1호 홈런포를 터트린 뒤 11일 미네소타전까지 7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완벽하게 살아있는 타격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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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경기를 치르는 가운데, 그의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왼쪽)가 경기장에서 응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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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동료들 가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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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경기에서 승리한 뒤 새로운 통역인 윌 아이레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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