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데뷔 첫승+데뷔 첫 홀드'가 1경기에 다 나왔다! 독해진 레전드 사령탑의 퀵후크 결단 타이밍, 허슬두 '완벽 부활'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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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이 5회 2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LG 트윈스를 제압하고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의 독한 퀵후크 결단, 그리고 두산 선수단의 '허슬두' 정신이 빛난 경기였다.

두산은 13일 서울 잠실야구장(2만3750석 매진)에서 펼쳐진 LG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 경기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한 두산은 2연패에서 탈출 8승 11패를 마크하며 7위에 자리했다. 공동 5위인 LG와 승차도 1.5경기로 좁혔다. 1위 KIA와 승차는 6경기. 반면 LG는 9승 9패 1무를 기록하며 한화(9승 9패)와 공동 5위에 랭크됐다. LG와 1위 KIA의 승차는 4.5경기다.


두산은 이날 대체 선발로 투입된 이영하의 활약 여부가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앞서 12일 에이스 곽빈을 투입하고도 1점 차 역전패를 당한 상황에서 자칫 이영하마저 조기에 무너질 경우, 사실상 주말 시리즈 자체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었다.

두산은 정수빈(중견수)-허경민(3루수)-양의지(포수)-김재환(지명타자)-강승호(2루수)-양석환(1루수)-박준영(유격수)-김대한(우익수)-조수행(좌익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이에 맞서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1루수)-문보경(3루수)-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신민재(2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이영하에 맞서 LG는 최원태가 선발 출격했다.

두산 선발 이영하는 1회초 홍창기와 박해민을 연속 삼구 삼진 처리한 뒤 김현수에게 우중간 2루타를 내줬으나,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에 맞서 최원태는 1회 두산 타선을 삼자 범퇴 처리했다.


2회초 갑자기 흔들린 이영하였다. LG 선두타자 문보경이 우전 안타로 출루한 뒤 오지환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다. 이어 박동원마저 6구 승부 끝에 볼넷 출루에 성공, 절호의 무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만약 여기서 이영하가 무너졌다면, 사실상 두산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내주면서 불펜을 조기에 활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14일 경기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 그런데 위기를 자초한 이영하가 스스로 불을 껐다. 문성주를 2루수 인필드 플라이 아웃 처리한 뒤 신민재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하며 무사 만루 실점 대위기를 넘겼다.

두산은 2회말 1사 후 강승호의 우중간 안타와 양석환의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1사 2, 3루 기회를 잡았으나, 박준영과 김대한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3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영하는 2회와 마찬가지로 불안했다. 선두타자 홍창기를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한 뒤 박해민마저 2루 땅볼로 아웃시킨 건 좋았다. 하지만 김현수에게 초구에 우중간 안타, 후속 오스틴에게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각각 얻어맞은 뒤 문보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지며 재차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오지환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결정구 포크볼에 오지환의 배트가 헛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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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영하가 3회 위기를 넘긴 뒤 포효하고 있다.
3회말 두산의 육상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조수행이 3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성공시킨 뒤 후속 정수빈마저 1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잘 댔다. 포수 박동원이 공을 잡았으나, 이미 정수빈은 완벽한 세이프 상황. 이때 틈을 본 조수행이 2루를 돌아 3루로 질주했으나, 박동원의 침착한 송구에 걸리며 간발의 차로 아웃되고 말았다. 두산은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아웃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래도 두산은 허경민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낸 뒤 양의지가 중전 적시타를 터트리며 기어이 선취점을 뽑았다.(1-0) 계속해서 김재환이 7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강승호가 중전 적시타를 치며 점수를 2-0까지 벌렸다.

그리고 4회초. 이승엽 두산 감독의 결단이 빛났다. 선두타자 박동원은 2루 땅볼 아웃. 그런데 이영하가 갑자기 흔들린 게 아닌가. 8번 문성주와 9번 신민재에게 연속으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이제 LG의 상위 타순으로 이어지는 상황. 여기서 이승엽 감독은 이영하를 과감하게 내리는 대신, 김호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아직 실점도 하지 않은 투수를 내린 것.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 투수를 6회 전에 강판시킴)였다. 김호준은 홍창기에게 중전 적시타를 내주며 퀵후크 작전도 실패하는 듯했다. 하지만 박해민을 풀카운트 끝에 6구째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한 뒤 김현수마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시키며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채 이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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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영하(왼쪽)가 4회 강판되고 있다.
두산은 4회말 선두타자 박준영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대한의 희생번트 때 2루에 안착했으나, 조수행이 삼진, 정수빈이 2루 땅볼에 각각 그쳤다.

두산은 이후 불펜을 총동원하며 총력전으로 나섰다. 5회초 김명신이 올랐다. 동시에 3루수 허경민도 박계범으로 교체했는데, 두산 관계자는 "앞서 주루 과정에서 왼쪽 무릎 뒤쪽에 타이트한 것을 느껴 보호 차원에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LG는 1사 후 문보경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으나, 오지환이 루킹 삼진, 박동원이 좌익수 뜬공으로 각각 고개를 숙였다.

5회말 LG도 선발이 내려갔다. 선두타자 박계범의 볼넷과 양의지의 우중간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은 뒤 김재환이 루킹 삼진으로 아웃됐다. 최원태의 투구는 여기까지. 이어 '베테랑' 김진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불펜이 헐거워진 LG는 선발 투수의 뒤를 이어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를 두 번째 투수로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김진성이 강승호에게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3-1) 이어 양석환이 역시 좌측 담장 직격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며 5-1까지 달아났다. 양석환은 2루에 슬라이딩을 한 뒤 베이스 위에 엎드린 채 올해 두산의 7번째 우승을 기원하며 손가락으로 'V7'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안타로 양석환은 6경기 연속 무안타 늪에서 탈출했다.

4점 차 리드를 잡았지만, 두산은 안심하지 않았다. 6회초 전날 마운드에 올랐던 좌완 불펜 이병헌을 투입했다. 선두타자 문성주를 8구째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한 뒤 신민재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홍창기와 박해민을 나란히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LG는 6회말 백승현이 올라 두산 타선을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백승현의 등판은 지난달 31일 키움전 이후 13일 만이었는데, 패배 중 소득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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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정수빈의 5회 슈퍼캐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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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조수행이 13일 잠실 LG전에서 7회초 2사 1,2루 때 LG 문성주의 타구를 슈퍼캐치로 연결했다.
7회초 이병헌이 김현수를 2루 땅볼로 아웃시킨 뒤 박치국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런데 박치국이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오스틴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120km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다. 두산 구단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타구 속도는 166.9km. 발사각은 27.8도. 비거리는 122m였다. 오스틴의 시즌 4호 홈런. 다시 마운드는 최지강에게 넘어갔고, 문보경을 투수 강습 땅볼로 유도하자 홍건희를 투입했다. 타구에 맞은 최지강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왼쪽 정강이 타박으로 교체했으며 아이싱 중이다. 현재로서 검진 계획은 없다"고 했다. 홍건희는 오지환에게 볼넷, 박동원에게 중전 안타를 각각 내줬으나 문성주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조수행의 슈퍼캐치가 만원 구장의 잠실벌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LG는 7회말 김대현을 투입, 2사 후 강승호에게 볼넷을 던지긴 했으나, 양석환을 중견수 플라이 아웃 처리했다.

8회초에는 김택연이 올라왔다. 김택연은 신민재를 3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홍창기를 좌익수 플라이 아웃 처리한 뒤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현수를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LG는 8회말 최동환이 올라와 삼자 범퇴로 이닝을 삭제했다. 그리고 9회초 두산의 클로저 정철원이 투입됐다. 선두타자 오스틴과 문보경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으며 위기에 몰리는 듯했다. 이때 한 차례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하며 흐름을 끊어줬고, 이후 오지환과 박동원, 문성주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승리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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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병헌이 역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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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두산 김택연.
두산 선발 이영하는 3⅓이닝 4피안타 5볼넷 4탈삼진 1실점(1자책)을 마크했다. 속구 25개, 스플리터 24개, 슬라이더 13개, 커브 1개를 각각 구사한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152km(평균 146km)까지 나왔다. 다만 총 63구 중 스트라이크가 32개, 볼이 31개일 정도로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2019년 두산에 입단한 김호준(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이 데뷔 첫 승에 성공했다. 이후 김명신(1이닝 1피안타 1탈삼진)-이병헌(1⅓이닝1볼넷 1탈삼진)-박치국(0이닝 1실점)-최지강(⅓이닝)-홍건희(⅓이닝)-김택연(1이닝)-정철원(1이닝 2피안타)이 차례로 나와 팀 승리를 지켜냈다. 총 9안타를 친 타선에서는 강승호가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양석환이 4타수 2안타 2타점, 양의지가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각각 활약했다.

반면 LG 선발 최원태는 4⅓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 6탈삼진 4실점(4자책)으로 흔들리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최원태는 총 87구 중 슬라이더 28개, 속구 21개, 싱커 19개, 체인지업 10개, 커브 9개를 각각 구사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8km, 속구 평균 구속은 145km였다. 스트라이크는 51개, 볼은 36개. 총 10안타를 친 타선에서는 오스틴이 5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문보경이 4타수 3안타로 각각 맹활약했다.

경기 후 이승엽 두산 감독은 "선발 투수 이영하부터 마무리 투수 정철원까지 9명의 투수들이 9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김호준의 데뷔 첫 승과 김택연의 데뷔 첫 홀드를 축하한다"고 마운드를 칭찬했다. 이어 "타선에서는 강승호가 중요한 순간마다 귀중한 안타를 때려내며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캡틴 양석환도 2루타 2개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했다. 멀티히트를 기록한 양의지, 또 수비에서 허슬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조수행도 칭찬하고 싶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신 팬들께서 오늘 승리를 완성해주셨다. 언제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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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승리 후 기뻐하는 두산 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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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이 13일 경기 후 팬들에게 손하트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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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호준.
데뷔 첫 홀드를 챙긴 김택연은 "1군 복귀 후 처음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과정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1이닝을 잘 막아서 기분이 좋다. 첫 홀드를 기록했다는 사실보다는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자체가 더 만족스럽다. 2군에 내려갔을 때, 투수코치님이나 선배님이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1군에 다시 올라왔을 때 '상대 타자를 의식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상대 타순이 강했지만, 타순을 보기보다는 (양)의지 선배님의 사인만 보자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최고 포수를 믿고 던진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마운드를 내려갈 때도,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할 때도 팬 분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주셨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 응원에 보답하는 것은 결국 좋은 경기뿐이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록을 보고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첫 홀드를 기록한 만큼 올해 두 자릿수를 채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팀 연패를 끊는 데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연패가 길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선수단 모두가 합심해 오늘 경기에 임했는데,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다행이다. 최근 경기에서 타격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타격이 늘 좋을 수는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승리에 보탬이 되기 위해 한 번쯤 흐름이 꺾였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타격보다 수비에서 만족감이 더 크다. 11일 경기 후 수비 훈련을 자청했는데, 그 결과가 나온 것 같아서 뿌듯하다. 오늘 경기 중 글러브 안에 공이 들어온 순간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듣고 희열감이 올라왔다. 이렇게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셔서 오늘처럼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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