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또 '마의 5회'에 와르르... 한 바퀴 돌고, 4회만 지나면 '대투수 RYU' 사라진다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5.09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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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8일 사직 롯데전에서 5회 말 고승민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후 아쉬워하고 있다.
타순이 한두 바퀴 도는 순간 전혀 다른 투수가 된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마의 5회'를 넘기지 못하고 이번에도 무너지고 말았다.

류현진은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 5이닝 8피안타 7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시즌 4번째 패배(2승)를 기록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5.21에서 5.65로 상승했다. 그는 8일 기준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25명 중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24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보다 높은 선수는 KT 위즈 엄상백(6.20) 한 명뿐이다.

이날 류현진은 12년 만에 정규시즌 롯데를 상대하게 됐다. 그는 지난 2012년 9월 6일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롯데를 상대로 8이닝 6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사직 마운드에 오른 것도 시범경기를 제외하면 2012년 개막전(4월 7일) 이후 4414일 만이었다.

류현진은 투구 시작과 함께 1회 말 1번 윤동희와 2번 고승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위기에 몰렸다. 빅터 레이예스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면서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시킨 그는 4번 전준우의 유격수 땅볼 때 윤동희가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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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
그래도 류현진은 경기 초반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스트라이크존 끄트머리에 걸치는 절묘한 제구력으로 매 이닝 삼진을 잡아냈다. 롯데 타선은 첫 득점을 올린 후 4회까지 유강남의 2회 안타를 빼면 좀처럼 류현진을 상대로 출루를 하지 못했다. 비록 상대 선발 찰리 반즈가 탈삼진쇼를 펼치며 득점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류현진도 이에 못지 않은 좋은 투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5회 말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선두타자 김민석을 삼진 처리한 류현진은 이주찬과 박승욱의 연속 안타에 이어 중견수 정은원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1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윤동희의 희생플라이로 롯데는 한 점을 추가했다.

롯데의 득점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롯데는 3번 레이예스가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고승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주장 전준우가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에 3루까지 내달리며 타점 하나를 추가했다. 결국 5회에만 4점을 내준 류현진은 이 이닝을 끝으로 투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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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지난 4월 5일 고척 키움전에서 5회 말 역전을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번 시즌 류현진의 투구를 보면 경기 중반 이후 흔들리는 모습이 잦다. 지난 4월 5일 고척 키움전에서 그는 4회까지 56구를 던지면서 단 1안타만을 내주고 있었다. 그러나 5회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안타를 맞은 후 1사 1, 3루에서 8번 김재현의 적시 2루타를 필두로 무려 7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그는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을 기록, 본인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을 세웠다.

이어 지난달 17일 창원 NC전에서는 두 번째 바퀴에서 김성욱에게 맞은 3점 홈런이 빌미가 돼 100승 도전에 실패했다. 다음 등판인 24일 수원 KT전도 한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이는 기록으로 봐도 알 수 있다. 류현진의 이닝별 기록을 보면 1회에서 3회까지는 피안타율 0.186, 피출루율 0.247로 아주 우수하다. 그러나 4회에서 6회까지는 피안타율이 0.384로 급상승한다. 3회 피안타율 0.172에서 4회 0.343, 5회에는 무려 0.500에 달한다. 투구 수 기준으로 봐도 31~45구 구간은 피안타율이 0.219로 낮지만, 46~60구 구간은 0.333으로 올랐다. 75구를 넘기는 순간 0.367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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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맨 오른쪽)이 8일 사직 롯데전에서 5회 말 전준우에게 1타점 3루타를 맞은 후 아쉬워하고 있다.
또한 상대 타선을 만나 첫 턴에는 피안타율이 0.206으로 낮지만, 두 바퀴째에는 0.274, 세 번째 만날 때는 0.419로 높아졌다. 투구 수가 늘어나고 상대가 익숙해지면 안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류현진 정도의 투수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결국 현재로서는 류현진이라는 이름값이 걷히고 나면 공략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을 상대로 멀티히트를 기록한 롯데 고승민은 "경기 전까지는 위압감이 컸다. 쫄고 들어가더라. 그래서 '이길 수 있다.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간 게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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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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