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코너씨'의 변신→'5월 ERA 2.35', 삼성 킬러도 꺾었다... '기교형 투구'서 답을 찾다

대구=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5.2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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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투수 코너 시볼드가 22일 KT 위즈전 승리를 챙긴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안호근 기자
데이비드 뷰캐넌과 결별 후 데려온 코너 시볼드(28)의 시즌 초반 활약은 매우 아쉬웠다. 그러나 이젠 당당한 1선발로 거듭났다.

코너는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5구를 던지며 2피안타 5사사구 9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코너는 팀이 3-1로 앞서간 7회초 승리 요건을 안고 내려왔고 시즌 4승(3패) 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ERA)도 4.47에서 4.16으로 낮췄다.

효자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떠나고 영입된 코너는 1년차 외국인 선수 최고 대우 100만 달러(13억 6600만원)를 받고 큰 기대 속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1선발 임무를 띄고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기복이 컸다. 1경기를 빼놓고는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졌지만 5경기 연속 3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3경기 연속 2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쳤다. 특히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선 KBO리그 데뷔 후 최다인 7이닝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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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가 KT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경기 전 만난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직전 경기에 잘 던져줬다.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믿고 1선발로서 이닝을 많이 소화해달라고 얘기 많이 했다. 문학 경기에서 6이닝보다 1이닝 더 던진 7이닝을 소화해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다. 7이닝은 아니라도 6이닝까지만 던져줘도 좋겠다. 좋은 흐름을 탔으니 오늘도 믿고 갈 것"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코너는 보답했다. 1,2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그는 3회초 오윤석에게 2루타를 맞고 문상철의 땅볼 타구 때 송구 실책을 범했다. 이후 배정대의 안타 때 이날 유일한 실점을 했다.

이후엔 흠 잡을 데 없었다. 6회 볼넷 2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스스로 불을 껐다. 7회 볼넷을 내준 뒤 김태훈에게 공을 넘겼고 실점 없이 막아내며 결국 시즌 4번째 승리(3패)를 수확할 수 있었다.

속구 최고 시속은 152㎞에 달할 만큼 위력적이었지만 39구만 던졌고 커터를 32구, 슬라이더를 13구, 체인지업 9구 등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며 KT 타선을 요리했다. 포크볼과 커브도 하나씩을 섞었다.

경기 후 만난 코너는 "기분이 좋다. 팀이 승리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고 동료들이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각자 해야 할 일을 했고 쿠에바스라는 좋은 타자 상대로 좋은 경기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팀 연패는 (투구와)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아쉽게졌지만 부담감이 있거나 그러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도 "코너 선수가 1선발답게 완벽한 투구를 보여줬다"며 "5월 들어서 안정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탈삼진 9개는 KBO리그 개인 최다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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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왼쪽에서 2번째)가 흔들리자 코칭스태프와 포수 이병헌(오른쪽)이 마운드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마운드 상태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던 코너다. 경기 도중 마운드 상태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는데 박진만 감독은 전날 "마운드를 보강하면서 (코너가) 초반보다는 마운드에서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며 "다른 구장도 경험하면서 라이온즈파크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보강하고 관리를 하고 있다. 앞으로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너의 말은 다소 달랐다. "원태인도 마운드에 대해 문제가 있었던 것 같고 이번 시즌 아직까지는 계속 마운드에 대해 뭔가 불편함이 있다"며 "다른 투수들도 적응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을 착지할 때 조금 밀리는 듯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구장에서 던졌을 때에 비해 유독 라이온즈파크에서 민감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무언가 보강이 필요하다며 "다같이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코너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 경기 도중 마운드 정비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동요되진 않았다.

투구 패턴의 변화로 해법을 찾았다. 4월까지 7경기에서 2승 2패 ERA 5.35로 부진했던 코너는 5월 치른 4경기에서 2승 1패, ERA 2.35로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최근 4차례 선발 등판에선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볼배합이 이 리그에서 잘 통하는지 어떤 부분들을 고쳐나가야 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타자들을 공략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연구하다보니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비결을 꼽았다.

특히 최근 2경기가 인상 깊다. 지난 16일 SSG 랜더스전에선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시즌 최다 이닝 투구를 펼쳤고 이날도 QS와 함께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너는 "공격적인 투구 때문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계속 두 포수와 볼배합에 대해 생각했고 시즌 초반 직구 위주로 던졌다면 이젠 여러 구종을 적절히 섞어가며 타자들을 어떻게 공략할지 연구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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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코너.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라이온즈파크는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다.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라이온즈파크는 홈런 파크팩터(구장에 따른 유불리를 나타낸 지표)가 가장 높다. 삼성 투수들이 홈구장에서 유독 잘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너 또한 이날 전까지 대구에선 1승 2패, 6피홈런, ERA 6.43으로 약한 면모를 보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는 "타자 친화 구장이라고 그것에 맞게 볼배합을 한다든지 그런 건 아니다"라며 "상대 라인업에 맞춰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 어떻게 매 타석 타자를 상대할지에 대한 볼배합에 대해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실점 과정에서 수비 실책도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 포수 이병헌과 호흡도 뛰어났다. 강민호에 비해 경험이 일천하지만 이날 코너가 볼넷을 내주며 흔들릴 땐 마운드를 찾아 다독이기도 했다. 코너는 "병헌이가 괜찮다고 잘 다독여줘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었다"며 "병헌이와 같이 경기를 하고 배터리 호흡을 맞출 수 있어 정말 재미 있고 좋다. 볼배합 등 생각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더 보여줄 게 있다는 생각이지만 과욕을 부리진 않겠다는 생각이다. 코너는 "KBO 타자들은 수준이 높고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선수들과 마이너리그나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비교해도 스타일이 다를 뿐"이라며 "볼넷이 많은 편인데 조금만 줄일 수 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잘 던지고 있기에 너무 과하게 욕심을 부려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킬러 윌리엄 쿠에바스와 맞대결에서 거둔 승리라 더 뜻깊다. 쿠에바스는 2019년부터 총 17경기에서 8승 3패, ERA 3.09로 잘 던졌다. KBO리그 첫 시즌이었던 2019년을 제외하면 ERA는 2.44까지 줄어든다. 그만큼 삼성에 강했던 투수다. 이날도 7이닝 3실점으로 잘 버텼다.

그러나 이젠 코너가 그에 맞설 수 있는 KT 킬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T전 2경기에서 1승 ERA 1.50으로 가장 강했다. 쿠에바스와 맞대결에 있어서도 더 이상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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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외국인 투수 코너.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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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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