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운데 투심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헛스윙을 했다. 쳐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
조별리그에선 강점을 보였던 타선이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는 단 2안타에 그쳤다. 타자들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그런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 경기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WBC 참가국 중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도미니카를, 대회 전부터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은 투수진이 상대하려니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더 눈길이 가는 건 도미니카 투수들을 상대로 9이닝 동안 단 2안타에 그친 타선이다. 조별리그 4경기에선 28점을 뽑아낼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뽐냈지만 메이저리거들을 상대하자 손도 써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선발 투수가 워낙 강했던 건 사실이다.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13승 5패, 평균자책점(ERA) 2.50, 삼진 227개를 잡아내고 피안타율 0.227에 그쳤던 투수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를 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던 투수다.
한국은 산체스를 상대로 5이닝 동안 단 2안타, 1볼넷에 그쳤고 삼진 8개를 당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 타자들은 산체스의 공에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고 산체스는 63구로 5이닝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어 등판한 앨버트 아브레유(주니치 드래곤즈)는 현역 빅리거가 아님에도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2이닝 동안 탈삼진 3개와 함께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과 김혜성(LA 다저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연신 삼진 혹은 범타로 물러났다. 4경기에서 11타점을 올리며 도미니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와 함께 WBC 전체 타점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문보경(LG 트윈스)도 이날 만큼은 침묵했다.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건 시속 150㎞ 중후반대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쏜살 같이 날아들지만 끝에서 꼬리를 그리는 패스트볼의 유형으로 범타를 이끌어내기 좋은 공이다. 그러나 이런 빠른 투심을 쉽게 접해보지 못한 한국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박용택 KBS 야구 해설위원은 경기 후 K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타자들의 입장에선 변화가 심한 공에 대해선 어느 정도 타석에 들어가다 보면 눈에 익고 대응을 할 수 있는데 투심 패스트볼이나 컷패스트볼이 너무 좋으면 한 두 타석으로는 대처가 안 된다"며 "이 공에 대해선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공의 움직임이 다르다. 우리 타자들이 무얼 해보지도 못할 정도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밍에 대해선 김도영이나 우리 타자들이 확실히 준비했고 빠르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는데도 그 움직임 때문에 한 가운데 들어가는 투심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헛스윙을 했다"며 "그만큼 투수들의 공을 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못하고 결국엔 그런 공을 쳐봤어야 대응이 되는데 그런 공을 던지는 투수가 없으니 쳐볼 기회가 없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형 해설위원도 "커브나 슬라이더는 대처가 되는데 빠른 공을 던지는 순간 투심이 몸쪽으로 향하니 그 타이밍에 전혀 대비를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투수들이 이런 계기를 통해 더 동기부여를 갖고 분발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더욱 경쟁력 있는 외국인 투수들이 KBO리그에서 뛸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장벽이 있다. 몸값이다. 현재 처음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은 100만 달러(약 15억원)로 제한된다. 3명 도합 400만 달러(약 60억원)로 제한되고 재계약을 할 경우 연차에 따라 총액이 10만 달러씩 증액되는 등 제약이 많다. 현재로선 이 샐러리캡을 초과하는 구단에겐 그 횟수에 따라 제재금과 지명권 순위 하락 등 페널티가 주어진다.
이는 구단별 재정 상황에 따라 외국인 선수 수준이 큰 편차를 그려 발생할 전력 불균형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외국인 자유계약에 대한 현장의 우려도 여전하다. 당초 외인 샐러리캡 도입의 목적이 흐려져 이는 구단 재정 상태에 따라 전력차이가 크게 벌어져 팽팽한 순위 경쟁에서 오는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KBO리그 행을 원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이션 현상이 과도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WBC를 통해 세계무대와 더욱 벌어진 전력 격차를 체감한 상황에서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허구연 KBO 총재가 부임하며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인재풀을 넓히는 등 장기적 발전 방향도 동시에 이뤄져야겠지만 단시일 내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선수 연봉 제한을 손보는 것은 가장 단기간 내에 리그 타자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덩달아 국내 투수들의 경쟁력 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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