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관중 여성 90.3%' 키움 압도적 1위... 히어로즈는 어떻게 女심을 사로잡았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6.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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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학생들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청파동에 위치한 숙명여대 진리관에서 열린 '2024 히어로즈 여대특강'에서 열띤 호응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해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여성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즌 320경기를 치른 10일까지 기준으로 누적 관중은 467만 9967명(경기당 1만 4625명)이다. 산술적으로는 최종 1052만 9926명(720경기)이 예상돼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인 2017년 840만 688명을 넘어 1000만 관중도 가능한 상황이다.


특정팀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KBO에 따르면 5월 31일 기준으로 10개 구단 평균 관중 수가 모두 늘어났으며, SSG 랜더스 8%부터 KIA 타이거즈의 68%까지 합계 28%의 관중 상승률을 보였다. 이를 두고 KBO 구단 관계자들은 공통으로 증가한 여성 팬들의 수를 눈여겨봤다. 한 KBO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확실히 코로나19가 풀린 이후 여성 관중이 늘어난 것이 보인다. 구단도 마케팅 부분에서 여성 팬이 늘어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프로스포츠협회가 발표한 2023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10개 구단 모두 신규 유입 고객 부문에서 여성의 비율이 남성을 앞질렀다. 가장 신규 여성 팬 비율이 적은 LG 트윈스조차 56.1% 대 43.9%로 여성 팬이 큰 차이로 앞섰다.

가장 눈에 띄는 구단이 키움이었다. 키움은 지난해 신규 유입 고객 중 여성이 90.3%로 남성의 9.7%보다 현격한 차이로 앞섰다. 지속 관람 비율도 72.3%로 10개 구단 중 가장 여성 팬 비중이 컸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여성 신규 유입이 54.8%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62.5%의 한화 이글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주된 이유로는 '응원하는 선수, 구단이 생겨서'가 57.5%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팬들도 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최근 서울 소재 5개 여대에서 진행된 '2024 키움 히어로즈 여대 특강'에서 만난 20대 키움 팬 A씨는 "친구가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지난해 야구장에 따라갔다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 보다 보니 키움보다 잘하는 팀이 있었지만, 다 무시하고 키움에 스며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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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관중이 들어선 키움 히어로즈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렇다면 키움은 어떻게 20대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여대 특강 현장에서 만난 팬들은 다채롭고 예쁜 유니폼과 젊은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에 주목했다. LG 팬 B씨는 "키움은 (경기에 갈 때마다) 여성 팬들이 많다고 느꼈다"며 "항상 신인을 적극적으로 쓰고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다 또 이렇게 여대 특강처럼 구단에서 여성 팬 공략도 잘하는 것 같다. 확실히 키움이 여성 팬들을 신경 쓰고 있고, 팬들을 유치하는 데 되게 열정적인 구단이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유니폼도 여성 팬들이 유입되는 데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친구들이 응원팀을 영업할 때 자주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키움은 기록 달성 유니폼과 특정 선수의 특징을 잡은 유니폼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많은 호응을 끌어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혜성을 살린 김혜성의 골든글러브 기념 유니폼과 김재웅의 별명인 하리보를 본떠 등번호 28 중 8을 곰돌이 모양으로 형상화한 플레이어 유니폼 등이다.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을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듯한 동질감도 무시 못 할 요소였다. 키움 팬 A씨는 "상위권 팀을 응원하는 친구들이 '왜 키움을 응원하냐'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우승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 응원하다 보면 첫 우승을 볼 수 있다는 마인드로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부산 출신의 키움 팬 C씨는 "부산 사람이라 야구는 익숙했다. 주위는 다 롯데 팬인데 난 2022년 이정후 선수가 백투백 홈런(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는 영상을 릴스로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한국시리즈를 통해 완전히 키움 팬이 됐다"며 "키움이 항상 저평가받는 팀인데 그에 비해 항상 좋은 성적을 내고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가 좋아 팬이 됐다. 지난해 이미 바닥을 찍어 봤으니 올해 잘할 거라 생각한다. 또 10등을 한다 해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신인 선수들을 많이 쓰는 시즌이고 이러한 과정이 나중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키움도 이러한 팬들의 호응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20대 여성 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했다 올해 다시 시작한 여대 특강이 대표적이다. 키움 팬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야구팬인 친구를 따라 호기심에 들른 신규 야구팬과 타팀 팬들도 참여해 함께 즐겼다. 키움 구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 여대 특강을 진행한 각 대학 학생들을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으로 초청해 직접 그 열기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이벤트도 계획, 진행 중이다. 친구 따라 호기심에 여대 특강에 들른 비 야구팬 D씨는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오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 야구 규칙이나 이런 걸 알려주시니까 오히려 더 궁금해져서 이젠 내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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