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오른쪽)이 구자욱과 함께 웃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삼성 라이온즈 이종열(51) 단장이 오승환(42)의 보호선수 20인 명단 제외 가능성을 일축했다. 따라서 오승환은 2025시즌에도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선다.
이종열 단장은 8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오승환 선수가 삼성에서 보여준 모습과 레전드로서 우리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넣으려 한다"고 확답했다.
지난 6일 삼성이 최원태(27)를 4년 총액 최대 70억 원(계약금 24억 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 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 원) 계약으로 FA 영입하면서 '돌부처' 오승환의 거취가 새삼 화제가 됐다.
FA A등급인 최원태를 영입한 이상, 삼성은 보호선수 20인 외의 선수 한 명을 내줘야 하고, 오승환이 그 보상선수로 LG에 입단한다는 시나리오다. 삼성은 LG에 2024시즌 최원태 연봉의 200%(8억 원)와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12억 원)를 줘야 한다. 야구계에 따르면 LG가 보상선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삼성은 먼저 20인의 보호선수 명단을 짜야 한다. FA 선수나 군 보류 선수, 신인, 육성선수, 외국인 선수 등은 자동 보호가 된다. 지난 2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김현준, 삼성이 FA로 지킨 김헌곤 등이 자동 보호 대상이다.
가장 관심이 쏠린 건 프랜차이즈 스타 오승환의 20인 보호선수 명단 포함 유무였다. 프로 20년 차를 맞이한 오승환은 올해 58경기에 출전해 3승 9패 2홀드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91, 55이닝 42탈삼진을 기록했다. 나이와 세이브 숫자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세부 지표는 꽤 심각했다. 피안타율이 0.32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69로 마무리로는 보기 힘든 지표를 기록했고 후반기 21경기 평균자책점 7.41로 갈수록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시즌 막판 2군으로 강등당했고,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던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종열(왼쪽) 삼성 라이온즈 단장과 최원태.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명확한 하락세에 높은 연봉은 삼성이 오승환을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2년 22억 원(계약금 10억 원)의 보장 계약을 맺은 오승환은 2025시즌 8억 원의 연봉을 수령한다. 얼마 전 영입한 1선발 아리엘 후라도(26)가 연봉 70만 달러(약 10억 원), 최원태가 평균 8억 5000만 원을 받는다는 걸 생각한다면 선발 투수급 연봉을 받는 셈이다. 따라서 오승환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렸다 해도 LG가 선뜻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호사가들의 추측이었다.
그런 오승환의 LG 이적설에 신경이 쓰이는 건 팬뿐 아니라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이종열 단장은 최근 불거진 오승환 보호선수 제외설에 "당연히 신경 쓰였다. 우리는 오승환 선수가 내년 시즌 계약 마지막 해라 누구보다 열심히 할 거라 생각했다. 선수 본인도 자신이 있다고 하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도 특히나 오승환 선수가 잘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사실 오승환이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린다면 LG만 좋을 일이었다.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계속된 불펜 유출로 시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LG로서는 오승환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더욱이 지난 10월 함덕주(29)가 왼쪽 팔꿈치 주두골 골절 핀 제거 및 골극 제거 수술을 받아 6개월의 재활 판정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마무리 유영찬(27)이 팔꿈치 웃자란 뼈 제거 수술을 받아 3개월 재활 소견이 나왔다.
지난달 불펜 FA 최대어 장현식(29)에게 4년 총액 52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36억 원) 전액 보장이란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두 명 이상의 불펜 자원은 필요한 팀이 LG였다.
오승환. |
오승환은 LG 입장에서 시도해볼 만한 자원이었다. 그동안 오승환이 홈구장으로 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KBO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고, LG의 홈구장 잠실야구장은 투수 친화 구장이다. 당장 올해 오승환의 구장별 성적만 봐도 대구에서 29경기 평균자책점 5.72, 28⅓이닝 피홈런 7개로 좋지 않았던 반면, 잠실에서는 4경기 평균자책점 2.25, 4이닝 피홈런 0개로 준수했다. 표본은 적지만,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고척스카이돔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0, 사직야구장 3경기 평균자책점 0으로 잘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던 전반기에는 37경기 1승 5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79로 필승조에 준하는 활약을 보였던 만큼 잠실 오승환 효과를 기대해 볼 만했다.
무엇보다 오승환은 삼성의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5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해 KBO 리그에서는 오직 삼성에서만 뛰었다. 삼성 소속으로만 통산 726경기를 뛰면서 44승 33패 19홀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를 마크했다. 2005년 데뷔 시즌부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후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삼성에 5번의 한국시리즈 반지(2005~2006년, 2011~2013년)를 안겼다. 또한 5번의 세이브왕(2006~2008년, 2011~2012년, 2021년), KBO 통산 최다 세이브 등으로 KBO의 마무리 관련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일본프로야구(NPB),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가면서 삼성 팬의 자부심이 됐다.
그런 오승환의 영입은 LG 입장에서 직접적인 5강 경쟁팀인 삼성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선택지였다. 설사 선택하지 않더라도 오승환의 보호선수 20인 제외는 구단 내부 분위기에도 충격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종열 단장은 그러한 사태를 일찌감치 잠재웠다.
최원태가 8일 오후 KBO에도 공시돼 정식으로 이적이 확정된 가운데 현재 삼성은 보호선수 명단을 꾸리고 있다. KBO 규약에 따르면 FA 계약 공시 후 3일 이내에, FA 영입 구단(삼성)이 보호선수 명단을 원소속구단(LG)에 넘겨야 한다. 이어 원소속구단은 보호 선수 명단을 받은 뒤 3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이종열 단장은 "(투수가 급한) LG의 사정보다 우리 팀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우리 팀에서 필요한 선수 20명을 전략적으로 잘 묶어 LG에 보내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