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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이즈'(감독 김수진)의 주연배우 이선빈이 17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2025.06.17 /사진=이동훈 photoguy@ |
17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노이즈'(감독 김수진)의 배우 이선빈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이즈'는 층간소음으로 매일 시끄러운 아파트 단지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이선빈 분)이 미스터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공포 스릴러.
이선빈이 연기한 주영은 사라진 동생을 찾아 아파트로 돌아온 뒤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로, 밤낮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층간소음과 동생이 사라진 뒤 들리기 시작한 수상한 소리들로 고통받으며 날이 갈수록 예민해진다. 이선빈은 때로는 공포에 휩싸여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소음에 예민해져 작은 일에도 분노하는 모습까지, 날이 갈수록 예민하고 피폐해지는 주영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날 이선빈은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저는 좋게 봤는데 공포 장르의 마니아로서 다른 분들이 보셨을 때 어떨지 설레기도 하고, 제가 신경 써서 연기한 포인트를 (관객들이) 캐치해 주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시사회 이후 도파민에 절여져서 오전 6시까지 잠을 못 잤다"고 밝혔다.
이선빈은 '노이즈'를 통해 첫 공포 장르에 도전하게 됐다. 공포 영화 마니아라는 이선빈은 "사실 여배우들한테는 신인 때부터 공포 영화 섭외가 많이 들어오긴 한다. 저도 많이 들어왔는데 저는 오히려 제가 진심인 분야를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웹툰이 실사화가 많이 되는데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면 조심스럽고, 잘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고사한 적도 많다. 그런 것처럼 그동안 공포영화는 너무 좋아하는데 제 외모나 연기 톤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못 했다.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근데 주제의 힘이 컸던 것 같다. 다른 건 판타지적인 게 많은데 평범한 사람들도 층간소음은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용기가 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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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이즈'(감독 김수진)의 주연배우 이선빈이 17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2025.06.17 /사진=이동훈 photoguy@ |
이어 "내 욕심에 막 덤비면 안 되는 장르라는 걸 느꼈고, (대본이) 매력적이라면 물론 하겠지만, 진짜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한다. '노이즈'였기 때문에 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촬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층간 소음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 '노이즈'가 청각 장애를 활용해 소리에서 오는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청각 장애가 있는 역할을 맡은 이선빈은 "소리를 주제로 한 영화인데 청각장애를 가진 캐릭터니까 그 농도를 디테일하게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른 영화와는 차이점이 있는 연기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소리를 강조한 영화지만, 들리지 않을 때의 공포도 같이 조성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건 오로지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인 저한테서 표현된다고 생각했다. 그걸 최대한 안 놓치고 디테일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촬영 당시 진짜 보청기를 착용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걱정했는데 진짜 보청기를 차니까 몰입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저는 결국 들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표현이 어렵긴 했다. 상황과 대본 장소가 주는 힘도 컸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 순간에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선빈은 '노이즈'가 모든 캐릭터가 빛나는 영화라고 밝히며 "요즘 캐릭터가 다 살아있어야 관객들이 사랑해 준다고 생각한다. 제가 걱정됐던 부분도 '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사람들이 질려하면 어떡하지?'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모든 캐릭터, 그리고 잠깐 나와주시는 분들까지도 임팩트 있게 잘 살려주시니까 지루할 수 있는 순간을 살려주시는 것 같아서 도움을 많이 받고 감사했다. 저는 혹여나 한 캐릭터에 치중될까 봐 걱정했는데 그게 좋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노이즈'에서 원톱 주연 배우로 나선 이선빈은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그는 "(부담감이) 너무 무거운 육체적인 것보다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심지어 저는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면서 "작품 촬영하면서 더 느끼고 있다. 바빠지면서 저는 열정 가득한데 몸이 안 따라주는 경우가 있다. 제가 아프기만 해도 촬영이 취소되고 몇백명의 사람이 붕 뜨는 경험을 했는데 너무 힘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드라마 '감자연구소'를 찍으면서 대상포진이 생겼다. 근데 날씨 좋은 야외에서 찍어야 하는 장면이었다. 일주일 동안 촬영을 못 했는데 다음에 장마 소식까지 있어서 죄송스러워 집에서 울었다. 무게감이 더해질수록 트라우마까지 생기더라"라며 "원톱 주연이라거나, 제가 끌고 나가야 하는 작품이면 부담감이 가득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다행인 건 제가 워낙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사람인데 이 일에는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주인공이라고 뭔가 누린다기보다는 눈치를 보면서 행동한다. 오히려 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변 선배들한테도 그렇게 배웠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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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이즈'(감독 김수진)의 주연배우 이선빈이 17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2025.06.17 /사진=이동훈 photoguy@ |
'술꾼도시여자들' 시리즈부터 '소년시대'까지 강렬한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코미디 이미지가 각인된 이선빈이다. 그는 여러 작품을 통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선빈은 "사실 저는 연기 인생에서 코미디보다 장르적인 걸 많이 했다. 근데 잘 안됐을 뿐"이라고 웃으며 "그래도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다는 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이틴 영화나 드라마를 한 다음에 싱그러운 역할을 하고 로맨스도 한번하고 사극도 하고, 이미지 변신할 때가 오면 액션하려고 마음먹었다"며 "근데 교복도 안 입혀주더라. '소년시대'는 그 시대에 노안인 학생이 많아서 가능했던 것 같다. 저는 연기하면서 저를 알아가고 있다.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없고, 다 때가 있다"고 말했다.
'노이즈'를 찍은 해 영화 '숨비소리', '수능, 출제의 비밀', 드라마 '소년시대'까지 찍었다는 이선빈은 "당시에 도전을 많이 했는데 지금 나오는 것 같다. 누군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좋게 봐주시는 한 분만이라도 있다면 제 연기 인생에서 소중한 작품일 것"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불러주시는 곳이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지금처럼 연기를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