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야구'·장시원 PD..자의식은 과잉, 책임은 회피 [최혜진의 혜안]

최혜진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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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최혜진 기자의 눈(眼)으로 바라본 방송, 영화, 연예계 이슈.

/사진제공=SBS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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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식은 넘치는데, 책임 의식은 부족하다. 아류 취급을 받고 있는 '불꽃야구'와 이를 이끄는 장시원 PD에 대한 방송가 안팎의 평가다.

'불꽃야구'는 스튜디오 C1에서 제작한 야구 예능이다. 출발점은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였다. JTBC는 '최강야구' 시즌4를 앞둔 지난 2월 제작비 과다 청구 등의 문제로 스튜디오 C1과 계약을 종료하고 제작진을 교체했다. 이에 스튜디오 C1 수장 장시원 PD는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명예훼손"이라며 반발했고, 지난 4월 독자적으로 '불꽃야구'를 론칭했다.


JTBC는 '불꽃야구'가 '최강야구'와 유사한 콘텐츠란 이유로 스튜디오C1과 장시원 PD를 형사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저작권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중대한 혐의가 포함됐다. 실제로 두 프로그램은 제목만 다를 뿐, 출연진과 포맷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장시원 PD는 "'최강야구'로 명명된 야구 프로그램에 관한 아이디어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면 그 저작권은 창작자인 C1에 있다"며 JTBC의 주장에 반박했다. 또한 "JTBC가 가지고 있는 권리라고 하는 것은, 촬영물 납품을 위한 공동제작 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이미 촬영된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을 OTT 판매, 재전송 등을 목적으로 원시 저작권자인 C1으로부터 이전받은 것뿐"이라며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불꽃야구' 제작까지 강행, 지난달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1화부터 5화까지는 JTBC 측의 저작권 침해 신고로 비공개 처리됐다. 유튜브가 JTBC 측 입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에 스튜디오 C1은 SBS플러스와 생중계 협약을 체결해, 오는 22일 직관 경기를 중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불꽃야구'의 행보에는 도의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첫 번째 문제는 장시원 PD의 태도다. 제작 능력은 인정받을 만하지만, 제작 주체가 자신이라는 점만 앞세워 방송가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고 도의적인 윤리를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능계에는 장시원 PD처럼 이름을 알린 스타 PD들이 적지 않다. MBC '무한도전'을 이끌었던 김태호 PD, KBS 2TV '1박 2일'을 연출했던 나영석 PD가 대표적이다. 두 PD 모두 자신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기존 방송사를 떠난 뒤에는 해당 방송사에서 만든 포맷을 그대로 따라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았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은 기존 방송사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연출자와 방송사 간의 기본적인 질서이자 상식이다.

반면 장시원 PD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최강야구'의 IP는 엄연히 JTBC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장시원 PD는 간판만 다르게 달고, 유사 콘텐츠 제작을 강행했다. 장시원 PD는 "JTBC가 현재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IP는 방영이 완료된 시즌3의 촬영물에 한정된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기만적 행위는 방송가 질서를 무너트리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장시원 PD/사진=뉴시스
장시원 PD/사진=뉴시스
두 번째 문제는 '불꽃야구'의 감성팔이다. 감성을 호소하며 팬심을 동원하고 있다.

'불꽃야구'는 저작권 신고로 유튜브에서 영상이 삭제되자 "콘텐츠 자율성과 시청자 권익을 지켜나가겠다"며 여론전을 펼쳤다. 강경한 입장이지만, 실상은 감성에 기대는 방식이다. 정작 저작권 문제라는 본질은 희석된다.

그럼에도 '불꽃야구' 측의 감정 호소는 여론을 제대로 움직였다. '불꽃야구' 팬들은 국민 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저작권 침해 신고와 형사 고소를 진행하면서,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기획·연출한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차단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부당함을 호소하는 취지의 청원 글들을 올렸다.

게다가 '불꽃야구' 측은 SBS플러스와 중계 협약까지 체결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보기 좋은 명분까지 내세웠다. 시청자들을 위한 결정이라면서, 결국 시청자와 방송사 모두를 도의적 딜레마에 빠뜨리는 선택이다. SBS플러스는 타 방송사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콘텐츠를 중계한다는 것에 대한 비난을 받고 있다.

그사이 '불꽃야구'와 장시원 PD는 감정적 메시지 뒤에 숨었다. 시청자를 방패 삼아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자의식과 감성팔이는 넘치지만, 정작 책임 있는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팬심은 방패가 될 수 없다. 지금 '불꽃야구'에게 필요한 것은 성숙한 윤리 의식과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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