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 분야는 전통의 계승과 더불어 문화예술인들의 독창성이 더해지면서 발전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나아가 문화예술이 산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 어서 자생적인 발전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문화예술산업이 성공하려면 독창적인 창작에 대한 불법적인 복제를 막을 수 있는 보호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현행 지식재산권 제도가 보호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본 소고에서는 문화예술계가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인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특히 디자인권에 대한 소개를 해 보려고 한다.
산업발전을 견인하는 기업들은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는 통상 주가로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기업의 가치가 장부가치를 크게 웃도는 경우가 많다. 장부가치를 초과하는 기업의 가치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에 내재된 무형의 어떤 것에 대해 시장이 평가하는 가치 부분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업 내부의 무형의 어떤 것들이 기업의 수익 창출에 기여한다면 무형자산이라고 부를 수 있고, 이러한 무형자산에는 영업권, 신용도와 더불어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의 지식재산권도 포함된다. 통상적으로 무형자산들은 대부분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간의 창작활동의 결과물이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창작활동의 결과물인 무형자산을 보호함으로서 지적인 창작활동을 장려해 나갈 필요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이러한 창작활동의 결과물들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인데, 이는 창작활동의 다양성과 창작내용의 독창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세우기가 곤란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창작활동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 먼저 창작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방안이나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만들어 냄 또는 그렇게 만들어 낸 방안이나 물건.'이고 둘째는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또는 그 예술 작품'이다. 첫 번째의 범주는 산업에 가깝고, 두 번째는 순수 예술에 가깝다. 국가는 이들 창작활동들을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제도를 운영한다. 지식재산권이란 문학 예술 및 과학작품, 연출, 예술가의 공연, 음반 및 방송, 발명, 산업디자인 등에서 발생하는 창작활동을 보호하는 권리로서 저작권, 특허권, 디자인권(과거 의장권) 등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저작권은 창작의 두 번째 범주인 순수예술적인 창작,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을 보호하는데 유용한 지식재산권이다.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문학 작품, 음악 작품, 연극 작품, 예술 작품 등으로 가장 광범위하고, 보호기간이 사후 70년으로 상대적으로 길며, 출원이나 등록 등 특별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 분쟁이 발생하면 어디까지 독창성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침해 판단의 곤란함으로 인해 저작권자가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고 분쟁비용도 상당하여 대응을 포기하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한편 첫 번째의 범주에 속하는 창작을 보호하는 지식재산권으로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특허청에 출원하고 심사를 거쳐 등록되어야 비로소 권리가 발생한다. 절차적인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등록이 되면 침해 발생으로 권리 행사시에 침해입증이 저작권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용이하여 시간적 비용적으로 대응이 훨씬 유리하다. 이는 특허청에서 전문적인 특허심사관, 디자인심사관 등이 심사를 하여 등록 여부를 결정함으로서 1차적인 객관적 판단을 거친 것이고, 등록된 권리는 등록공보를 통해 공개함으로서 창작자의 권리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은 기술적 사상의 창작인 발명과 고안을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문화예술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디자인보호법에서 규정하는 디자인권은 예술 작품이 결합된 물건을 보호한다고 생각하면 접근이 빠를 것 같다. 다만 디자인보호법에서 요구하는 요건들을 갖추어야 심사를 통해 등록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다.
디자인보호법에서 정의하는 디자인이란 "물품의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디자인권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공업상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서 신규성 및 창작비용이성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요약하면 디자인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창작의 결과물이 물품성, 공업성, 신규성, 창작비용이성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선 물품이란 독립성이 있는 구체적인 물품으로서 유체 동산을 말한다. 물품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디자인보호의 목적이 디자인이 표현된 물품의 수요 증대를 통해 산업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건물과 같은 부동산은 대상이 아니지만 조형물처럼 이동 설치가 가능하다면 물품성이 있다. 액체처럼 구체적인 형상이 없고 병과 같은 용기에 의해 형상이 정해지는 경우는 간접적으로 용기 디자인을 출원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미적인 창작이 표현된 물품이 다양한 물품에 체화 가능한 경우 유사물품이 아닌 이상 별개의 디자인으로 취급되므로 여러 건으로 출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이 자동차에 관한 것인데 유사한 형상의 장난감 자동차에서도 보호를 받으려면 물품이 다르므로 실제 자동차와 완구자동차로 각각 출원하여야 한다.
공업성은 공업적 생산방법(수공업 포함)에 의하여 동일한 물품을 양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작품활동하는 작가들과 디자인 출원 가능성을 상담하다 보면 이 부분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보통 예술작품들은 디자인권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단 하나의 작품이라는 희소성을 중요시하여 반복 재생산이 어렵고, 가공하지 않은 자연물 자체를 이용하는 경우 공업성이 없는 디자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계의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이 디자인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어떤 물품에서 표현되는 것이 공업성과 물품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 산업발전 측면에서 중요하다. 디자인권으로 보호받는 작품의 경우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많이 받을수록 보호의 진가가 드러나게 된다.
인사동에서 기념품점을 방문해 보면 단순한 전통문양을 입힌 기념품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념품에도 독창적인 제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불법적인 카피품을 막기 위해서는 디자인권으로 보호함으로서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할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으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다양하고 독창적인 제품들을 시장에 내보낼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연극 등의 경우, 연극 자체는 디자인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연극에 등장하는 소품들은 디자인권의 대상이 된다. 전통적인 하회탈은 신규성이 없는 디자인이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있다면 심사를 거쳐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작비용이성은 출원 전에 그 디자인이 속하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공지된 디자인 등으로부터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의 경우 등록이 곤란하다는 개념이다. 통상 작가분들의 경우 창작비용이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신규성 요건은 출원 전에 공지 등이 된 디자인에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출원 전에 이미 공지된 디자인에 디자인권을 줄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 누가 공지시킨 것인지는 따지지 않기 때문에 간혹 창작자 스스로 공지한 것에 의해 등록을 못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1년이라는 공지예외주장 가능한 기간이 있지만 최선의 방법은 디자인등록을 위한 출원을 가능한 빨리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스 같은 사이트를 종종 방문해보면 전통적인 디자인을 작가 나름대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눈에 띤다. 제품 소개에 '디자인출원중' 또는 '디자인등록번호 제30-000000호'이라는 문구가 있으면 한번 더 유심히 살피게 되는 것은 변리사라는 직업적인 특성만은 아닐 것이다.
이상에서 간략히 문화예술산업 발전을 위해 디자인권에 의한 보호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디자인권에 대한 설명을 두서없이 하였으나 이를 계기로 문화예술계에서도 디자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예술산업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김수섭 행정사법인 CST 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