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즌 NC 다이노스 선수단을 이끌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리더십을 보여준 박민우(32). 시즌 종료의 아쉬움 속에서도 선수들에게 애정을 보냈다.
NC는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2선승제)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정규시즌 4위 팀이 1승 어드밴티지를 얻고 가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는 1차전을 4-1로 승리했지만, 이 과정에서 김형준(왼손 유구골 골절)과 박건우(오른쪽 햄스트링 통증)가 부상을 당했다. 두 선수는 모두 2차전을 벤치에서 출발했고, 특히 김형준은 시즌아웃되고 말았다.
이에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NC는 승부수를 뒀다. 바로 박민우를 3번 지명타자로 출전시킨 것이다. 박민우는 올 시즌 117경기에서 타율 0.302(404타수 122안타), 3홈런 67타점 64득점, 28도루, OPS 0.810의 성적을 거뒀다. 득점권에서 강한 모습(타율 0.432)을 보이며 중심타선을 지켰고, 2루수 골든글러브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만 올해 시즌 내내 잘 버텨줬지만, 9월 중순 들어 허리 상태가 좋지 않으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치료를 거친 그는 홈 최종전을 앞두고 지난 3일 1군에 복귀했고, 다음날 경기에서 대타로 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호준 NC 감독은 "수비와 주루는 어려워도 타격은 100%라고 한다"고 말했다.
6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벤치에서 시작한 박민우는 3번 타순에 대타로 나와 볼넷 하나를 골라냈다. 이어 박건우의 부상 속에 2차전 스타팅으로 나간 그는 4타석에서 안타 2개와 볼넷 하나로 찬스를 만들었다. 비록 팀은 무득점에 그쳤지만, 박민우만큼은 타석에서 분전했다.
더 높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시즌이 끝난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민우는 경기 후 "우리 선수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선수단에게 잘못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선수지만,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대표해 우리 선수들이 진짜 너무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박민우는 "비록 두 게임만 하고 끝났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팬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셨다"며 "팬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렇게 박민우가 말한 이유가 있었다. NC는 올 시즌 우여곡절 많은 시즌을 보냈다. 3월 말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비극적인 관중 사망사고로 인해 2달 동안 원정길에 올랐고, 시즌 중에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정규시즌 막판 9연승을 달리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 3.5%(9월 20일, KBO PS Odds 기준)를 뚫고 5위에 올랐다.
김형준과 박건우 외에도 마무리 류진욱과 유틸리티 플레이어 최정원이 각각 팔꿈치 통증과 왼손 두상골 골절로 아예 엔트리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2차전을 앞두고는 필승조 김진호와 김영규의 등판도 어려웠다. 이호준 NC 감독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못하겠다. 짠하다. 고맙고 대견하고, 선수들도 짜낼 만큼 짜내고 있다. 감독으로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감독이 울었다는 걸 들었다는 박민우는 "농담처럼 '세계 3대 눈물이다.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이호준의 눈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라커룸에서 선수단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도 좋았다. 딱 보기에도 강하신 분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받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NC의 올해 포스트시즌은 2경기로 끝났지만, 젊은 선수들이 경쟁의 즐거움을 느낀 건 큰 소득이다. 박민우는 "가을야구가 처음인 선수도 있을텐데, 짧게나마 경험했다는 자체가 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100%가 아닌 몸 상태에서도 팀의 마지막 경기에 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지만, 박민우는 아쉬움만 남았다. 그는 "내가 나와서 지는 것보다 안 나가고 이기는 게 훨씬 좋다"며 "끝났으니까 아쉽고, 선수들에게 미안함도 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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