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dict
'골프 클래스', 스스로 클래스를 만들어 낸 유일한 자동차
Good
- 작지만 알차고 당차다. 운전에 빠지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다 갖췄다
- 이전 245마력보다 상승한 265마력의 산뜻한 출력을 주무르는 느낌
Bad
- 가격은 왜 자꾸 올리고 난리야
- '더! 더! 더!' 튜닝에 대한 거대한 '뽐뿌'가 요동친다
Competitor
- 현대차 아이오닉 5 N : 해치백이지만 사실상 SUV 덩치나 다름이 없다
- BMW M135i : 신나게 달리는데 집중한 브랜드가 작정하고 만든 포켓 로켓

세계적으로 해치백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SUV 때문이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해치백을 만들 돈으로 SUV를 차급별로 만드는 것이 더 수익성이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해치백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자동차인가! 폭스바겐 골프 GTI가 바로 그런 차다. 말 그대로 이 차가 최고의 해치백이라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이제 새로운 해치백들은 골프와 비교해서 크다던가 혹은 더 넓다는 점들을 장점으로 앞세운다. 골프가 기준인 탓이다. 고성능 해치백 가운데 골프 GTI를 주목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이번에 시승한 폭스바겐 골프 GTI는 8세대 버전의 페이스 리프트 버전이다. 8.5세대로 통칭하는데 로고 라이팅을 적용하고 출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인포테인먼트를 개선하는 등의 소소한 개선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MQB 에보 플랫폼을 기반에 터보차저로 과급한 2리터 가솔린 엔진과 7단 듀얼 시프트 기어박스(DSG)로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은 242마력으로 최대토크는 37.7kg.m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6.2초. 출중하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지만 같은 속도를 달려도 폭스바겐 GTI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더 빠르게 느껴지고 더 상쾌하게 여겨진다. 마법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이 차를 본격적으로 타기 전 얼핏 겉보기에 폭스바겐 골프GTI는 너무 겸손하다. 붉은색 외장 컬러가 아니라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 인지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 기존 폭스바겐 골프와는 분명히 다른 요소는 금새 찾을 수 있다. GTI 전통의 디자인으로 채운 휠과 타이어는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다. 전면부 허니콤 타입의 범퍼 그릴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어뷰에선 좌우로 큼지막하게 채운 머플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테리어 역시 세미 타입의 버킷 시트에 양각으로 새긴 GTI 문양도 이채롭다.
물론 GTI만의 컬러 배치도 놓칠 수 없는 요소다. 붉은색 스티치로 감싼 스티어링 휠은 D컷으로 멋을 냈다. 계기판 역시 붉은색 계열로 마음을 가다듬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 골프 GTI는 본격적인 고성능 자동차의 느낌까지는 없다. 나머지는 이 차를 소유하며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할 부분들인 셈이다. 자신만의 고성능을 그려보고 설계할 수 있어 마치 '캔버스'처럼 가꿔가는 차가 바로 폭스바겐 골프 GTI인 셈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서 문제긴 하지만…


선호도에 따라 다르지만 전륜구동 방식의 고성능 해치백을 유독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륜 특유의 언더스티어를 더 예측하기 쉽다는 이유와 함께 초반 가속시 민첩한 피드백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 GTI는 그런 측면에서 거의 교과서와 다름없는 움직임을 발휘한다. 엑셀레이터에 대한 차체 피드백이 대단히 빠르다. 무엇보다 터보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출력에 대한 손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속도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고조되는 배기사운드는 이 차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된다.
섀시 튜닝도 흠잡을 데가 없다. 기본적으로 다소 튀는 듯이 서스펜션이 단단하지만 못 견딜 정도까지는 아니고 고속에서는 오히려 차가 도로에 묻히는 듯이 내려 앉으며 묵직한 감각을 발휘한다. 독일차 특유의 감각이지만 폭스바겐 골프 GTI는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간 느낌이다. 그런데도 이 차가 콤팩트 해치백이라는 점은 독일 해치백 기술력에 대해 감탄하게 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폭스바겐 골프 GTI는 그야말로 밟으면 밟는 대로 뻗어나간다. 좌우로 굽이치는 산길 오르막은 이 차가 절정의 감각을 발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대다. 코너를 찌르듯이 파고들어도 민첩하게 차를 조작하기가 수월했다. 감속과 가속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DSG의 변속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탄력적이고 치밀하다.
요즘 폭스바겐의 가솔린 차들은 대부분 EA888 엔진이 들어가는 것 같다. 2L 가솔린 엔진은 6세대 GTI부터 들어갔는데, 여러 전동화 이슈들이 떠올라서 인지는 몰라도 이번에 시승한 폭스바겐 골프 GTI 엔진은 가장 정점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2L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얹어 무지막지한 힘을 쏟아내는 차도 있지만 골프 GTI는 출력의 선이 뚜렷하고 주행 속도에서 충분한 회전수를 보여주는 탓에 출력적으로 아쉬움이 남지는 않는다. 메르세데스-AMG A45처럼 하드코어한 긴장감을 즐긴다면 모를까 적어도 폭스바겐 골프 GTI는 현실과 타협한 듯하면서도 튜닝의 영역을 활짝 열어둔 차로 느껴졌다.

5세대 골프 GTI(Mk5)를 처음 시승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핫 해치'니 '포켓 로켓' 등등 낯 간지러운 말들을 이 작은 해치백에 많이도 담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몇 일간 이 차를 타며 느껴보니 골프에 대한 애정의 언어로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실용성을 위해 태어난 해치백에 고성능 퍼포먼스 기능을 얹었으니 사랑받아 마땅할 터. 유럽 최고의 차로 항상 리스트에 골프가 있는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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