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곱상한 얼굴이지만 화장기는 전혀 없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녀가 상대를 향해 한 마디 내뱉는다. “무좀이나 옮아라!” 예쁜 얼굴에서 서슴없이 내뱉는 말을 듣고 있자면, 일상 그대로의 삶을 맛깔스럽게 담아낸 그녀의 모습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신인 탤런트 이하나.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능청스런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하나, SBS ‘연애시대’(극본 박연선연출 한지승)에서 맡은 손예진의 여동생 유지호 역이 첫 연기데뷔다. 활동 경력도 지난해 여름 출연한 CF 1편이 전부. 어떻게 생초짜인 그녀가 기대 이상의 호평을 이끌어 내며 ‘연애시대’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었을까.
“사실 남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부끄러웠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래서 처음엔 실수도 많이 했는데 촬영을 시작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작품을 위해 고생하는지 알겠더라구요. 그 분들을 보면서 ‘내가 여기서 잘 못하면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부끄러움을 버리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이하나는 처음에는 과분한 역이 주어졌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했다. 그러나 드라마를 찍으면 찍을수록 부담감이 밀려왔다. ‘잘할 수 있을까’, ‘나 때문에 드라마에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닐까’ 등 이런 저런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작품이 끝나면 작은 역부터 차례대로 밟아가고 싶어요. 물론 지금은 완벽한 지호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할 거에요. 다행히 드라마 출연분이 남아 있어 안심이에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다는 말이니까요.”

부끄럽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얼굴이 붉게 물드는 그녀, 그런데 알고보니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이하나의 꿈은 원래 가수다. 아버지는 이윤수의 히트곡 ‘먼지가 되어’를 작곡한 이대헌씨며, 어머니 역시 70, 80년대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던 가수다.
이런 집안 배경 탓이었을까. 이하나는 음악이 좋았고, 무작정 가수가 되고 싶었다. 나름대로 재능도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으레 ‘저 아이는 평생 음악을 하겠구나’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연기자가 돼 TV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가족들도 놀라고 친구들도 믿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것을 보고 하나 둘 연락을 해왔어요. 평생 음악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반응이었죠.
사실 음반 준비를 몇 년간 해왔는데 번번이 실패했어요. 음악을 짝사랑했는데, 연기가 나를 사랑해줘서 기회가 찾아왔어요. 꼭 삼각관계 같아요. 나는 음악을 짝사랑하는데 ‘연애시대’에 출연할 기회가 찾아온 걸 보면 연기는 나를 사랑해 주는 그런 관계요.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아요.”
이하나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일”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욕심이 많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연기한다고 음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을 뿐 언젠가 음반을 낼 기회가 찾아올꺼라 믿어요.”
그러면서 이하나는 즉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줬다. 이어 보사노바풍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하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며 조금씩 성장할 신인 이하나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아직 다른 작품이라든지 딴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다른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버릇없는 거죠. 나 같은 신인에게 지호를 맡겨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사실 처음부터 지호가 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지금도 부족하고 부끄럼도 많이 타요. 하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조금 더 솔직해지면 시청자들도 어느 순간 지호가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거에요. 보시는 분들께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사진 = 윤인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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