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저녁,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은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서바이벌 프로그램뿐이다. 지상파 3사는 주말 오후 시간대에 모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KBS 2TV '도전자', SBS '기적의 오디션', KBS 2TV '탑밴드'가 그것. 오는 12월에는 SBS에서 아이돌가수를 키우는 'K팝스타'까지 방영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서바이벌 천국, 아니 지옥이다.
단지 양의 문제만은 아니다. 긴장감 떨어지는 구성과 식상한 전개 등의 질적인 요인은 서바이벌 특유의 흥미를 반감시키며 그저 그런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종영한 MBC '위대한 탄생'은 지상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첫 신호탄을 알렸다. 하지만 케이블을 견제하기 위해 사전 준비기간 없이 성급하게 제작된 탓에 프로그램의 질은 신통치 않았다. 탈락자가 선정되는 생방송 무대 역시 미흡한 진행과 저품질의 음향시스템으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반면 케이블채널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호평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선두격인 Mnet '슈퍼스타K'를 비롯해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QTV의 '예스 셰프', 스토리온 '다이어트 워' 등은 시즌 2,3을 거듭하며 매 시즌마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슈퍼스타K'는 오는 8월 시작되는 시즌3 지원자만 2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타 프로그램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채널선택 확률이 떨어진다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케이블채널에서 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오랜 준비기간이다. 케이블채널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즌제를 유지하며 1년에 1번씩 방송되고 있다. 방송되는 몇 개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인 셈. 출연자 선발부터 포맷과 진행방식에 대한 고민까지,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지다 보니 실수의 염려와 방송상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포맷이 외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을 수입해서 쓰다 보니 시행착오의 확률도 적다. 수입했다고 해서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정서에 맞게, 혹은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수정하는 점 또한 높이 살만하다. '코리아 갓 탤런트'는 영국의 '갓 탤런트'를 수입했지만, 문자투표가 인기투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연이 다 끝난 후 10분간만 투표를 진행하도록 수정했다. 게다가 출연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공연순서까지 문자 내용에 포함시켜, 공연을 보지 않은 이들의 투표를 사전에 배제했다.
둘째, 솔직한 스토리다. 케이블채널의 서바이벌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은 절대 사이가 좋을 수만은 없다. 생전 처음 만나는 수십 명을 한 공간에 넣고 협동과 경쟁을 반복으로 시키는 데 마찰이 없는 것이 이상한 셈. '슈퍼스타K2'에 나왔던 김그림과 김보경의 대립 장면, '예스 셰프2'에서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이은애 등은 연출되지 않아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갈등상황이다.
오히려 '화기애애한' 장면을 위한 연출을 배제했을 때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이다. 케이블채널의 서바이벌은 출연자 개개인이 지닌 안타까운 사연과 더불어 '열정'으로 가득 찬 출연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상황을 극적으로 전달해 '관계'의 재미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장르의 차별화다. 춤과 노래, 연기 등 연예인이 되는 것이 전부인 지상파의 서바이벌에 비해 케이블채널은 모델, 디자이너, 요리사 등 다양한 직업군을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지만 실제 그 직업의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한 것이다.
특히 모델이나 디자이너는 20~30대 여성들로부터 로망이 되는 직업군. 단순히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 아니라, 여성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대리만족의 기쁨까지 제공한다.
때 아닌 서바이벌 경쟁에 뛰어들어 억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지상파 프로그램이라면, 케이블채널의 성공 요인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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