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화력이 약하다.
2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한 '불의 여신 정이' 15회는 7.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한 주 전 13일 방송분이 나타낸 시청률인 9.6%보다 1.8%포인트가 하락한 기록이자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지난 7월1일 첫방송 당시 시청률 1위로 시작한 '불의 여신 정이'는 15회 만에 시청률 꼴찌로 내려앉았다. 최근 1년 간 '빛과 그림자', '구가의서', '마의' 등으로 월화드라마 사극 불패 신화를 써오던 MBC가 체면을 구긴 상태다.
이 같이 '불의 여신 정이'가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궁중암투..뻔한 스토리
'불의 여신 정이'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된 가장 큰 문제점은 뻔한 전개에 시청자가 싫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극중 유정(문근영 분)이 유을담(이종원 분)의 딸이 아닌 아버지의 원수인 이강천(전광렬 분)의 친딸이라는 설정은 너무 닳고 닳은 콘셉트다. 앞서 방송한 '마의'에서도 백광현(조승우 분)의 출생의 비밀이 등장했던 만큼 사극의 이 같은 스토리는 시청자들이 염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극중 유정을 좋아하는 광해군(이상윤 분)과 태도(김범 분)의 삼각관계 러브라인 역시 식상한 로맨스를 연출하며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광해군과 유정은 왕과 평민이라는 신분차이 때문에, 지지부진한 로맨스를 연출하며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또한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태도의 모습 역시, 어느 드라마에서 본 듯한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무능력한 선조(정보석 분)를 중심으로 인빈 김씨(한고은 분)가 자신의 아들 신성군을 왕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벌이는 공상모략과 궁중암투도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그 무언가'가 부족하다!
드라마를 보는 가장 큰 재미는 무엇보다 주인공의 둘러싼 갈등을 보고 감정을 이입하고,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불의 여신 정이' 역시 극중 유정이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는 만큼 주인공인 유정을 둘러싼 각종 난관을 극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극의 중요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불의 여신 정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유정에게 시련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권력을 힘에 입을 광해군과, 일편단심 순정을 바친 태도가 유정의 옆을 지키고 있으니, 시련을 겪기에는 힘든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정작 고난을 겪는 인물은 유정이 아닌 궁중암투 속에서 홀라 고군분투하는 광해군이 되고, 유정을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얻지 못하는 태도가 되버리며 이야기의 중심이 흩어지는 것이다.
앞서 유정이 청나라 사신의 꾐에 넘어가 희생양으로 잡혀가게 된 상황에서도, 유정 본인이 직접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전혀 없었다. 위험을 눈치 채고 자신을 구하러온 광해군과 태도를 가만히 보기만 했을 뿐이다.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캔디형 여주인공 유정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최초의 사기장이 되는 백파선의 모습이다. 하지만 '불의 여신 정이'에는 주인공 유정을 성장시키는 '그 무언가'가 부족하다.
◆동시간대 경쟁작이 너무 세다..불운한 대진운
'불의 여신 정이'는 첫방송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경쟁작인 SBS '황금의 제국', KBS 2TV '상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불안한 1위를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불의 여신 정이'는 지난 5일 첫 방송한 KBS 2TV '굿닥터'에 바로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꼴찌로 밀려나게 됐다.
이처럼 동시간대 흥행불패 장르라는 의학드라마와 경쟁하는 것이 잔잔한 스토리를 내세운 '불의 여신 정이'로서는 불운한 대진운인 것이 사실이다. '굿 닥터'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서번트 증후군 의사인 시온(주원 분)을 내세워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며 매회 화제가 되고 있다.
동시간대 SBS '황금의 제국' 역시 지난해 SBS '추적자'를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촘촘한 스토리로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동시간대 드라마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불의 여신 정이'에게도 반등의 기회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 32부작으로 기획된 '불의여신 정이'는 이제 이야기의 초·중반부를 풀어내며 본격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전개나 통쾌한 복수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조선시대 최고의 사기장 백파선의 치열한 예술혼을 그려내겠다는 기획의도만큼 꿈을 찾아가는 한 여인의 모습을 치열하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덜렁대고 털털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배우 문근영의 연기와 더불어 이상윤, 김범, 박건형, 서현진, 이광수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드라마의 중심을 잡고 있다. 또한 변희봉, 전광렬, 정보석, 성지루 등 연기파 중견 배우들이 활약하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시킬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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