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살고, 대기업에 다니는 김낙수 부장이 타이틀 방어전에 실패했다. 수심에 잠긴 그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극본 김홍기, 윤혜성/연출 조현탁, 이하 '김 부장 이야기')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중년 김낙수(류승룡 분)가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대기업 부장이 아닌 진정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2일 방송된 4회에서는 김낙수가 영업팀 부장 타이틀 방어전에 실패하고 아산공장 관리직으로 인사 발령 통보를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서울 자가 아파트'에 사는 김낙수는 '대기업' 영업팀 '부장'이라는 타이틀이 만족스럽다. 아내 박하진(명세빈 분), 아들 김수겸(차강윤 분)과 관계도 비교적 원만하다. 게다가 아들 수겸은 재수 끝에 명문대에 진학해 김낙수의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김낙수에게 서울 자가 아파트, 대기업, 부장, 명문대 재학생 아들은 성공의 증표이자 자신이 열심히 살아온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김 부장 이야기'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는 않으나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입소문의 중심에는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평이 있다. 김낙수와 주변 인물들의 삶을 보고 있으면 이게 드라마인지 현실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열심히 '발'로 뛴 김낙수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자신이 신입사원이던 20년 전처럼 발로 뛰는 영업으로 '큰 건'까지 따냈지만 20년 헌신의 대가는 좌천이었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공장 관리직 인사 발령 통보 앞에서 '부장' 타이틀은 아무짝에 쓸모도 없어졌다. 이로 인해 김낙수는 일생일대 위기에 봉착했으며, 안정적이라 여겼던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김낙수는 성공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가정에 소홀하기도, 동료들 마음에 비수를 꽂기도 했다. 아들이나 회사 후배들에게 하는 말을 보면 시쳇말로 '꼰대'에 가까우나 마냥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직면해온 문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젖어들지 못 하고 고립된 김낙수에게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투영돼 있다.
'김 부장 이야기'는 김낙수에게 닥친 암울한 현실을 마냥 무겁게만 다루지 않는다. 대사에는 시종 재치가 묻어 있고, 연출 역시 감정 과잉을 경계하는 듯 느껴져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상당하다. 그러다 보니 찰리 채플린의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현시점 최악, 즉 비극에 놓인 김 부장의 삶은 역설적이게도 비극으로 비춰진다. 이에 시청자들은 드라마 한 회차가 끝나는 시점에서 김낙수의 현실이 남일 같지 않아 울어야 되나, 웃어야 되나 하는 심정에 놓인다.
김낙수 주변 인물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아들 수겸은 자기 말마따나 '뭘로 돈을 버는지 모를' 스타트업 '질투는 나의 힘'에 합류해 최고 파괴 책임자(CDO) 직함을 받았다. 스무 살 수겸의 첫 반항이자 늘 김낙수가 하란 대로 살아온 그가 알을 깨는 순간처럼 보였다. 그러나 혁신경영론에 입각한다는 스타트업 동료들이 온갖 이유로 파티를 열고 허구한 날 술판을 벌이자 수겸은 고민에 빠진다. 이렇듯 드라마는 김낙수를 통해 기성 세대의 고충을, 수겸과 회사 후배들을 통해 청년들의 고민을 짚어낸다.
'김 부장 이야기' 포스터에는 노을 지는 하늘, 황금빛 야경을 배경 삼아 회사 옥상에서 춤을 추는 김낙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명장면이 저절로 떠오르는 포스터다. 김낙수는 이 고비를 극복하고 '진짜 자기만의' 춤을 출 수 있을까. 이제 막 변곡점을 맞은 '김 부장 이야기'가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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