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22주년 창간 기획 [AI 시대, K콘텐츠의 길을 묻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AI는 콘텐츠 판도도 바꾸고 있습니다.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영화와 드라마의 연출 기법부터 제작비 구조까지 K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연출의 한계를 깨는 기술적 혁신에 기대가 커지는 한편, 콘텐츠 저작권 문제와 인간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스타뉴스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AI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K콘텐츠의 현주소를 짚고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와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봅니다.
'김부장' 액션도 손석구 아역도..AI, K콘텐츠의 '구원투수'일까①
방송국 적자 시대..천정부지 제작비 AI가 해결할 수 있을까 ②
"기술은 바꾸고, 이야기는 지켜라"..AI 시대, K콘텐츠의 생존법③
"사람 아닌 AI로 만들었습니다"..SNS 점령한 'AI 숏폼'의 공습 ④

종합편성채널 JTBC가 200억 원 규모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며 대중문화 전반에 충격을 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OTT가 TV 방송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역전했고, 방송가에선 재정난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OTT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사이, 전통적인 TV 방송은 이를 따라잡는 데 한계를 보이며 방송사들의 경영난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비단 JTBC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KBS도 올해 1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돼 전사적인 위기관리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광고는 전반적으로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2026년 상반기 지상파 광고 규모는 3104억이다. 15년 전인 2011년 지상파 광고 규모는 1조 1164억, 10년 전인 2016년 지상파 광고 규모는 7930억이었다. 15년 전과 비교해 거의 4분의 1토막,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난 꼴이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의 제작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드라마는 편성 요일과 작품 수가 줄어들고 있고, 예능 역시 새로운 포맷을 시험하는 파일럿 제작이 줄었다. 인기가 검증된 원작 만화, 소설 IP를 드라마화하면서 제작 형태는 보다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이 방송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작비와 제작 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에는 비용 문제로 시도하기 어려웠던 장면과 포맷을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과연 AI가 적자에 허덕이는 방송사의 제작비 부담을 덜고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을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각 방송국은 현재 상황을 '지상파의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MBC 한 관계자는 "MBC의 경우 올해 7월 광고 판매액만 보더라도 작년 7월에 비해 10%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상파 전체 광고 판매액은 2016년 7월 1253억 원에서 2026년 7월 540억 원으로 감소했다.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반면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회당 제작비는 10년 전 평균 6~8억 원 수준에서 현재는 평균 15억 원까지 뛰었다. 광고 수입은 절반 이하로 감소한 반면 프로그램 제작비는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방송사의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지상파에 미래가 있느냐?'란 질문은 10년 전에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 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내부 구성원들의 경우 위기의식을 많이 느낀다"며 "오는 10월부터 방송 광고 규제가 완화된다. 그러나 아무런 제한 없이 광고를 할 수 있는 OTT, 유튜브와 비교하면, 여전히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가 많다. 주시청시간대 광고 비율을 20%로 묶어두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BS 관계자도 광고 매출 감소에 대해 "이는 모든 방송사가 공통으로 겪는 현실이다. 시청자들이 OTT·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전통적인 광고 재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드라마 편성 축소,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 위축 같은 현상이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EBS의 경우 광고 매출이 한때 400억원대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180억원대로 반 토막 난 상황이다. 여기에 EBS는 상업 방송사보다 훨씬 엄격한 광고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매출 감소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제작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는 더욱 구체적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광고가 점점 줄어드는 게 수치적으로도 보인다. 드라마를 안 만들면 흑자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제작단가가 높아져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할 여건도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 출연료 상승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그 중 OTT에서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연기자들 단가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업계 생태계를 파괴할 정도로 큰 자본으로 독식해가고 있는 느낌이다"며 "그 기준을 가지고 다시 방송국에 출연료 딜을 하다 보니 제작비 초과를 감수하며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드라마 파트는 OTT의 막대한 자본과 경쟁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점점 양극화가 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결국 방송사 적자 사태의 핵심에는 '줄어드는 광고 수익'과 '높아지는 제작비' 사이의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TV 광고가 여전히 높은 도달률과 노출 효과를 갖고 있음에도,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가 OTT와 유튜브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광고비 역시 플랫폼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물가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제작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방송사 적자의 원인은 결국 광고 시장의 플랫폼 이동이라고 본다. 시청 습관이 옮겨가며 광고비가 빠지고, 매출이 줄어드니 방송사는 신규 기획보다 검증된 포맷에 기대게 되고, 그럴수록 콘텐츠는 힘이 빠지고 시청률도 떨어져 광고가 또 이탈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늘어난 배우들의 몸값도 한몫한다. 글로벌 OTT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배우 출연료를 끌어올리면서 해당 수준이 사실상 시장의 새로운 기준처럼 받아들여졌고, 방송사 역시 출연료 협상에서 이전보다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출연료 상승 자체는 OTT 시대 이전부터 이어진 현상이지만, 광고 매출 감소와 맞물리면서 방송사의 수익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최근 방영된 SBS 드라마 '김부장' 속 소지섭의 3분 액션신은 AI 기술 활용의 좋은 선례가 됐다. 해당 신은 실제 촬영 없이 100% 생성형 AI로 제작됐는데, 한국 상업 드라마 최초의 도전이었다. 건물 폭파부터 차량 추격, 수중 신까지 이어지는 긴 시퀀스 전체가 AI 영상 플랫폼 '에이크론(AICRON)'으로만 만들어졌다. 통상 AI 영상은 몇 초짜리 컷 단위 VFX 보조에 쓰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김부장'은 분 단위의 길이를, 인물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김부장' 제작진은 해당 신 연출 과정에 대해 "대규모 폭발, 차량 전복·추락, 수중 신 등 기존 방식으로는 대규모 세트 제작과 특수효과, 장비 파손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고비용·고위험 시퀀스에 생성형 AI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CG와 특수효과에서 절감한 예산과 시간을 실제 배우들의 액션 및 드라마 밀도를 높이는 현장 촬영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한정된 제작 환경 속에서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다른 드라마, 예능에서 어느 정도의 AI 기술을 접목한 방송을 선보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제작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안전상의 위험이 큰 장면, 또는 기존에는 예산 때문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에서 AI 활용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I는 제작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연출자의 상상력을 화면에 구현하도록 돕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에 가깝다"고 전했다.

EBS는 실제로 올해 AI 교육 애니메이션 제작 편수를 확장하며 제작비 절감을 기대했다. EBS 관계자는 "AI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대형 스튜디오들이 특수효과와 후반작업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제작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고, 광고업계 역시 AI 기반 영상 제작으로 단가를 낮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방송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외면하기보다는, 오히려 선제적으로 AI를 도입해 제작 효율을 높이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EBS의 경우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AI 드라마 부활 수업', 'AI 인물 한국사' 등을 통해 새로운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방송 제작 전반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솟는 제작비와 줄어드는 광고료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방송국에 AI 기술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한 MBC 관계자는 "AI 활용은 비단 제작뿐 아니라 방송사 체질을 바꾸는 데 유용하다고 본다. 업무 단계를 단순효율화할 수 있다. MBC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아 외부로 맡기던 일들을 내부에서 처리하면서 비용 절감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MBC는 AI클립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담당자가 직접 숏폼클립을 제작하고 있다. 과거에는 숏폼 클립제작을 클립당 제작비를 주고 외부 업체에 의뢰하고 클립이 완성되면 담당자가 감수했는데, 이제는 담당자가 자신의 책상에 앉아 직접 많은 양의 클립을 혼자서 만들고 있다. 클립 생산량도 많아졌고 외부에 의뢰하던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는 내년 초 전사적인 AI 에이전트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각종 통계, 비율 등 방송 관련 업무 상당수가 AI로 해결된다. AI 에이전트로 편집 등 제작 과정 효율화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활용해 업무를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제작 현장에서도 AI 활용이 이미 시작됐다.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인서트 클립을 직접 촬영하는 대신 AI 생성형 영상으로 대체하고 있다. MBC '심야괴담회'에서도 AI 생성형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는 대규모 군중 장면, 액션신 등에서 비용과 촬영 시간 단축을 위해 AI 활용이 도입되고 있는데, 기존의 비용을 10분의 1까지 줄이고 있다고 한다.
KBS AI 프로덕션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기존 제작과정에서 일부에 대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획 단계의 자료조사, 아이디어 발굴, 대본 및 구성안 작성 보조, 방대한 영상 아카이브 검색, 자막 생성, 번역 및 더빙, 멀티 캠 영상 편집을 위한 워크플로 개선, 특히 그래픽이나 VFX와 같은 특수효과 부분에서는 예산 절감과 제작 기간 단축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반복적이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던 작업을 AI가 지원함으로써 같은 인력과 예산으로 더 좋은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제작진이 보다 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다만,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은 결국 기획력, 창의성 및 신뢰성에서 나오며 관련된 저작권, 초상권 및 인격권 등도 중요하므로 인간의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이 중요하다. 방송사의 제작비 문제는 AI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제작 구조와 유통, 수익모델까지 함께 개선해야 하는 문제다. 그 과정에서 AI는 제작비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품질을 높이며 방송 제작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 방송 홍보사 대표는 "단순한 비용 절감만으로 해결하기보다는 IP 확보, 글로벌 유통, 디지털 콘텐츠와의 연계 등 하나의 콘텐츠에서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때인 것 같다"고 짚었다.
반면 AI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제작비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드라마나 예능의 제작비에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비용이 상당 부분 차지하기 때문이다. 배우 출연료, 촬영인력 인건비, 세트 및 로케이션 비용, 장비 대여료, 저작권료 등이 대표적이다.
AI는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업무에서 특히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자료 조사나 번역, 자막, 영상의 일부 후반작업, 이미지·자료 정리, 초안 작성 등 제작과 마케팅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실제 현업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여러 사람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던 업무(회계, 클리핑, 기획안 제작, 이미지 수정, 간단한 영상 편집 등)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제작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출연자의 출연료나 작가·연출 등 창작 인력의 인건비, 대규모 촬영에 필요한 비용까지 AI가 당장 대체하기는 어렵다. AI가 줄일 수 있는 비용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비용 절감과 창작자의 역할·권리 사이에서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AI를 방송사 적자 문제의 현실적인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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