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가 책으로 사람을 키우고, 예술로 꿈을 응원하며, 장학사업으로 다음 세대를 후원해 온 '출판 백만장자' 안종만의 삶을 통해 '진정한 부란 무엇인가'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17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 회장 안종만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이 공개됐다. 그는 교과서와 사전, 각종 학술 도서를 비롯해 약 9천 종의 책을 출간하며 연 매출 최대 150억 원, 연간 100만 부 판매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출판계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출판인으로서의 성공뿐 아니라, 30년간 약 600점의 그림을 수집한 예술 애호가이자 파주 출판 단지 1호 갤러리 설립자로서의 또 다른 삶도 조명됐다.
이날 서장훈과 장예원은 안종만이 설립한 갤러리를 찾아 전시 공간을 둘러봤다. 해당 갤러리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가 머물렀던 이도현의 집 촬영지로 알려진 장소다. 이곳에서는 특히 BTS가 실린 잡지를 활용해 만든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놀라운 사실은 해당 작가가 갤러리의 창작 지원 사업을 통해 배출된 1호 작가라는 점이었다.
안종만은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보며 후원을 결심했고, 2008년 갤러리를 설립한 뒤 지금까지 약 200명의 신진 작가를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그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구매했다는 이야기에 서장훈은 "그분들이 지금 유명해지셨다면 그림 값도 굉장히 올랐겠다"고 물었다. 이에 안종만은 "처음 구매 가격보다 10배 이상 오른 작품도 있다. 하지만 그림 구매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공개된 철통 보안 속 그의 비밀 수장고에서는 세계적 거장 바스키아,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이 모습을 드러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세 사람은 70만 권의 책이 보관된 출판사 물류 창고로 이동했다. 수많은 고시생들의 길잡이가 되어준 법률 서적과, "사전 팔아 사옥 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대사전 시리즈의 비화가 흥미를 더했다. 이 출판사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문을 열었다. 안종만의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안원옥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에 책이라는 양식을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교사 시절 모아둔 전 재산을 털어 출판사를 세웠다. 그렇게 아버지 대부터 시작된 책에 관한 사명은 안종만을 거쳐 그의 아들에게까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안종만은 1950년대부터 아버지가 펴낸 책들을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아끼는 책은 1958년 출간된 김소월의 '초혼'이었다. 서장훈이 직접 책의 일부를 낭독하자 안종만은 끝내 울컥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함께 출판사의 근간이 된 '출판보국' 정신도 공개되며 울림을 전했다. 안종만은 "책은 사람을 키우고 국가를 키운다. 이에 필요한 책이라면 내가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안종만은 파주 한국 최초 출판 도시 조성에 참여한 핵심 인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훈장을 수훈했다. 그 시작은 험난했다. 1980년대 파주는 38선과 가깝다는 이유로 아무도 찾지 않는 허허벌판이었고, 비가 오면 발이 빠져 장화를 신고 다녀야 했을 정도로 열악했다. 그럼에도 안종만은 "책 읽는 사회를 만들어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360개 출판사와 의기투합했고, 마침내 48만 평 규모의 거대한 문화 도시를 탄생시켰다. 안종만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로스쿨 도입으로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법학 서적을 주로 출간하던 그의 출판사는 매출이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끊임없이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장학재단을 설립해 현재까지 약 1000명의 학생에게 20억 원가량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책으로 시작된 창업 정신은 이제 미래 인재를 키우는 나눔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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