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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척척박사] 29. 끝나지 아니한 이어령

[행정척척박사] 29. 끝나지 아니한 이어령

발행 :

전시윤 기자
(서울=뉴스1)
(서울=뉴스1)





90년 전 이 땅에 한 천재가 왔었다.


이어령, 그는 영원히 꿈꾸는 소년이었다. 늘 왜? 라는 물음을 달고 살았다. 세기를 넘나들며 숱한 논쟁을 불붙이고 때론 무모하다 싶을 만큼 기존의 사고체계에 도전하는 일을 일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고 생각지 못한 숱한 창조적인 과업을 이루어 나갔다.


20대 초반에 해방 이후 기성 한국문단의 잘못된 권위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최초의 글 「우상의 파괴」(1956)를 썼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천재 시인 이상(李箱)을 재평가하고 발견해냈다. 오랜 역사 속에 감추어져 있던 한국인의 자화상을 드러내고 수필문학의 혁명적인 신기원을 이룬 250만 여부의 최장기 밀리언셀러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를 저술했다. 이는 오랫동안 삶 속에 숨겨있던 한국인의 특성을 작가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끄집어낸 명저로서 부동의 지위를 다졌다.


일본인들보다 더 정곡을 찌른 일본과 일본인 분석서로서 「축소지향의 일본인」(1981)의 출간은 한국인이 쓴 책으로는 일본에서 최초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작가는 일본 문화가 가진 독창적인 특징이 바로 '축소지향'이라고 주장했다. 하이쿠, 분재, 트랜지스터라디오, 쥘부채 등 일본인이 가진 축소지향(minimalism)의 요소가 일본을 공업사회의 거인으로 끌어올렸으며, 반대로 침략의 야욕 등 확대지향 시도는 늘 처참한 실패로 이어졌음을 지적하면서, '도깨비가 되지 말고 난쟁이가 되라' 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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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명세를 탄 이어령은 이후 88서울올림픽 개.폐막식을 총괄 기획하면서 '벽을 넘어서'를 주제로 5천 년 한국문화의 원형질을 발굴하고 이를 전 세계에 일거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정적 속에 커다란 종합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굴렁쇠를 굴리고 간 소년은 잔디밭 한가운데서 인류를 향한 희망의 손 흔들기를 함으로써 절정을 이루었다. 그것은 전쟁과 침략과 압제를 뚫고 솟아난 위대한 민족문화의 새로운 발현이었다.


그 여세를 몰아 노태우 정부에서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관 주도적인 문화행정에 일대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3대 문화운동으로서 "메마른 바위에 생명의 이끼 입히기, 문화의 우물터에 하나의 두레박 놓기, 문화의 불을 일으키는 부지깽이 되기"를 펼치면서 새로운 문화의 바람개비 역할을 하였다. 이를 이어령 문화주의라고 하였으며 이후 한국문화정책의 기조를 새롭게 다져나가게 되었다.


(서울=뉴스1)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경국대전은 1434년 주조된 금속활자 초주갑인자로 1500년대 전반기에 인쇄됐으며 전체 6권 중 이전, 호전, 예전 3권(2책)이 지정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소장품인 경국대전의 보물 지정을 기념해 본관 1층 전시실에서2022년  9월25일까지 ‘아! 조선 법전의 놀라운 세계’ 특별전시를 열었다.
(서울=뉴스1)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경국대전은 1434년 주조된 금속활자 초주갑인자로 1500년대 전반기에 인쇄됐으며 전체 6권 중 이전, 호전, 예전 3권(2책)이 지정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소장품인 경국대전의 보물 지정을 기념해 본관 1층 전시실에서2022년 9월25일까지 ‘아! 조선 법전의 놀라운 세계’ 특별전시를 열었다.


재임 중 한글연구의 기반이 된 국립국어연구원의 설립, 국립중앙도서관을 독서공간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이관받은 일, 그리고 장관으로서 마지막 국무회의 석상에서 마침내 관련 법령을 의결하기까지 치열하게 투쟁(?)하면서 예술 영재 양성을 위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설립함으로써 오늘날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밑거름이 되게 하였다.


이 세 가지는 장관으로서 반드시 이루고 가겠다고 다짐한 일이었는데 약속대로 성취하였다. 까치소리 장관, 갓길 용어의 보급, 쌈지공원 등 숱한 일화를 겸한 업적들을 남기면서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관료의 두꺼운 껍질을 벗기며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워 나갔다.


이후 밀레니엄 새천년 즈믄동이의 세계최초 탄생을 알린 자정의 광화문 행사, 그리고 세계 문화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제2회 유네스코 서울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의 성공개최를 통하여 4차산업혁명이 공식 선포되기 꼭 6년 전에 4D 영상 공연을 성공리에 선보인 점 등은 늘 시대를 앞서가면서 창조와 상상력과 도전의 발걸음을 멈추지 아니한 모습으로 기록되었다.




이어령은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자랑스러움을 일깨워주는 일에 생애를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끊임없이 창의와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 시대의 문화와 문학의 별이었다. 그의 생전 빛나는 통찰은 언제나 우리 사회와 지식인의 지향할 바를 알려주었다.


그는 생애 마지막 수년간 최후의 불꽃을 사르면서 "너 두고 나 절대로 안 죽어!"를 역설적으로 외치면서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우리에게 남겼다. 소멸하지 않은 지성의 불꽃놀이를 생의 마지막까지 해나갔다. 그러면서 별을 바라보며 별과 마주하며 별을 노래하면서 영원한 별로 향하여갔다.


이어령의 삶에서 「지성에서 영성으로」(2007)의 이행은 또 다른 영적인 측면에서 가족관계와 신앙을 통한 깊은 내면을 드러낸 밀리언셀러로서 이 땅의 기독교인뿐만 아니리 슬픔과 고통에 쌓인 많은 사람을 치유하는 역할을 했다.


자녀 사랑에 관한 한 이 땅의 모든 아버지에게 그것은 숙명처럼 무한대에 가까운 굴레겠지만 선생께서는 이를 모든 아버지와 부모에게 지성을 넘어서 영성을 지향하는 위대한 깨우침과 해법으로 승화시켰다.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 엄숙하다. 이어령은 마지막 순간에도 끝까지 눈을 뜨고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영원한 우주로 떠났다고 큰 아드님인 이승무교수가 증언했다.


선생의 영면 1주기를 맞아 고인을 추모하는 일이 여러 각도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오는 2월24일에 1주기 추모식과 특별전 개막식이 예정되어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에는 1주기 추모 국제학술대회가 영산대학교 총장 주최, 동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주관으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다. 나아가 재일본 대한민국 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는 3월24일에 도쿄의 주일 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이어령 선생 1주기 추모특별전을 개최한다.


이 일은 필자가 이끄는 CST에서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맡아서 준비하고 있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어령 선생의 유산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고 재창조하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하나씩 가시화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내용을 보면서 선생이 남긴 자취와 그 후속의 과제를 남은 자들이 이어가고 승화하고 교훈으로 삼고,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창조해나가는 일이야말로 진정 끝나지 아니한 이어령의 이야기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아니! 우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그분의 숨결과 살결을 대하면서 끝나지 않고 꿈꾸는 소년 이어령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박광무 행정사법인 CST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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