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양국을 대표하는 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일 경제연대'를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 양문석 제주상의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부회장 등 기업인 16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미쓰비시상사 상담역), 우에노 다카시 요코하마상의 회장(우에노트랜스테크 회장),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상의 회장(고베제강 수석고문), 후지사키 사부로스케 센다이상의 회장(후지사키 회장), 구라하시 준조 아오모리상의 회장(구라하시건설 회장), 기타자와 도시후미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 상담역 등 6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최근 양국의 교류 확대 등을 언급하며 "두 나라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예를 들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해 의료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EU(유럽연합)의 '솅겐 조약'처럼 여권 없는 왕래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AI·반도체·에너지 등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공급망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한편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 질서 유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양국이 함께 직면한 중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해결책 모색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경제계는 직항 노선 확대에 따라 상호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양국 상의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경제는 물론 관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기반을 더욱 넓혀 나가기로 했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특별대담에서는 한일 협력을 '경제연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이 논의됐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미래 산업 전환과 산업·통상 구조 재편 등 양국이 동시에 직면한 구조적 도전을 조명했으며 양국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특별대담에는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 ▲야마사키 시로 내각관방 참여 ▲이주인 아쓰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통상 구조 재편 속에서 한일 양국이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룰 테이커(Rule Taker)에서 룰 세터(Rule Setter)로의 전환'을 제안하며 한일 경제연대를 통해 양국이 공동시장으로서 외연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협력 잠재력이 큰 분야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AI·반도체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협력과 공동 멀티모달 AI 플랫폼 구축 등 양국의 강점을 결합한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단일 국가의 한계를 넘어 한일 공동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양국 상의는 주요 사업 방향을 공유하며 상호 이해를 넓혔다.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은 APEC CEO 서밋 성과와 메가 샌드박스, 한국 경제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을 소개했고 일본 측에서는 후지사키 사부로스케 센다이상의 회장이 지역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공동 연구개발(R&D)과 공급망 협력 가능성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의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은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역할을 한일 협력의 새로운 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회의 기간 동안 국교 정상화 이후 60년간의 경제협력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 전시도 함께 진행됐다. 기술 교류와 글로벌 합작 투자에서 출발해 미래 산업 공동 대응으로 확장된 다양한 협력 사례가 소개됐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이번 회장단 회의는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으로 협력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60년의 성과를 되짚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대한상의는 일본상공회의소와 긴밀히 협력해 한일 경제연대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15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는 내년 일본 센다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