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저(低) PBR 기업'으로 지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가 저PBR 기업에 대한 개선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영풍의 경우 기업가치와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더욱 커진 바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증권가에 따르면 영풍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NH투자증권은 영풍의 PBR을 0.22로 평가했으며, 한국거래소 기준으로도 지난 3월 31일 기준 0.28에 불과하다. 통상 PBR이 1 미만이면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장부가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저PBR 기업을 개선 대상으로 지목한 상황에서 영풍은 '열등생'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현 정부가 저PBR 기업 문제를 직접 지적하고 나선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밖에 안 되는 (종목을) 사 모아서 청산하는 게 두 배 정도 남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라며 "썩은 물건과 제대로 된 물건이 섞여 있으면 그 가게는 가기 싫게 된다"고 언급하며 저PBR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풍의 이러한 저평가의 배경에는 구조적 리스크가 겹쳐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수질오염과 토양오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환경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폐수 무단 배출로 58일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오염토양 정화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등 추가 조업정지 처분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이처럼 환경법 위반에 따른 제재가 반복되면서 기업 가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풍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환경 관련 법 위반으로만 당국으로부터 총 41회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풍은 영업 지속을 위해 이행해야하는 조건(통합환경허가 조건)인 제련잔재물 전량 처리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아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역시 부진하다. 영풍은 최근 별도 기준으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연간 별도 영업손실이 2777억원까지 확대되며 위기에 몰렸다. 환경 리스크와 실적 부진이 맞물리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영풍은 최근 주당 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종목토론방 등을 중심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확산됐다. 실제 투자자들은 "주주농락", "주주들 거지 취급하는 회사", "배당금 5원 실화냐" 등의 반응을 쏟아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영풍은 이에대해 "주식배당을 포함하면 주당 약 1685원 수준의 배당 효과가 있다"며 "주식과 현금을 합산한 배당 규모가 약 3%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또 "고려아연 지분과 서울 강남의 영풍 본사를 비롯한 건물 등 보유한 자산이 많고 PBR이 높게 잡히고 있다"며 "적자인 상황에도 주식배당과 액면 분할을 단행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는 점을 두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있었다. 자사에서는 저PBR, 적자, 배당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에서 상대 기업에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주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의안 분석에서 "영풍은 최근 수년간 환경·안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시장의 신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며,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로서 장기 산업 운영보다는 상대적으로 단기적 관점의 재무적 투자자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가 존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이뤄진 표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고려아연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 핵심 안건인 '이사 5인 선임안'은 62.98%를 득표하며 가결된 바 있다. MBK·영풍 측의 '이사 6인 선임안'은 52.21%를 얻었다. 두 안건의 득표율 격차는 약 10.8% 포인트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5% 안팎으로 추정되는 고려아연의 소액주주 지분율과 현경영진 및 MBK·영풍간 지분율 격차 등을 고려하면, 소액주주 대부분이 사측 안건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 선임 결과도 마찬가지다. 양측의 지분 격차와 국민연금의 기권 등을 감안하면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의장이 2,3위로 이사에 재선임된 것은 외인·기관·소액주주의 사실상 몰표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주들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누가 장기적인 산업 운영 역량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영풍은 장기화하고 있는 경영권 분쟁에 몰두하기보다는 당장 현 정부가 문제를 삼은 저PBR은 물론, 지속해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는 환경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일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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