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며 양사 간 협력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2028년형 전기차에 탑재할 각형 배터리 공급을 두고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벤츠는 유럽 내 생산 거점이나 라인을 벤츠 전용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체코 등이 신공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부터 벤츠 경영진과의 접촉을 이어오며 협력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의 회동과 올해 3월 유럽 출장 등에서 이 회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이 벤츠 측과 배터리 공급 방안을 구체화했다. 이 회장은 다임러AG 시절부터 벤츠와의 관계를 구축해왔으며, 전장 자회사 하만을 통해 벤츠 전기차에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급하는 등 협력 범위를 넓혀왔다.
삼성SDI가 벤츠와 협력하게 되면, 벤츠 전기차에 삼성SDI 배터리가 처음으로 탑재된다. 공급 규모는 수십 기가와트시(GWh)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 계약이 이뤄질 경우 수주 금액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벤츠가 MMA(Mercedes Modular Architecture) 플랫폼 기반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해당 플랫폼이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어 삼성SDI의 배터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벤츠는 기존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CATL, 파라시스 등 다양한 업체로부터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 여러 폼팩터의 배터리를 조달해왔다. 그러나 유럽 내 각형 배터리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었으며, ACC(Automotive Cells Company)를 통한 자체 조달 계획은 생산 지연과 수율 문제 등으로 차질을 빚었다. ACC의 프랑스 공장은 13GWh 규모로 출발했으나 실제 생산량은 제한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내 각형 배터리 생산 역량을 갖춘 삼성SDI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유럽연합(EU)의 산업가속화법안(IAA) 등 정책 변화로 인해 유럽 내 생산과 공급망 강화가 요구되는 점도 삼성SDI와 벤츠 간 협력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장기 공급 계약이나 기술 협력,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EU 원산지 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SDI의 벤츠 공급이 성사되면, BMW와 폭스바겐에 이어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3사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삼성SDI는 BMW용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의 헝가리 괴드 공장 양산 준비도 진행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28년 이후 150GWh 이상을 공급할 예정이다.
벤츠는 최근 전기차 판매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해 5만400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판매 회복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어, 삼성SDI와의 협력 규모도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핵심은 대규모 생산 거점 구축"이라며 "외부에서 배터리를 들여오는 구조로는 원가 통제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SDI의 벤츠 공급은 2028년형 전기차 프로젝트로 물량 자체가 큰 편"이라며 "각형 배터리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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