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등 미 주요 자동차 제조사 및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 경영진 간의 백악관 회동이 발단이 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소비자의 자가 수리 권리(Right to Repair)'를 둘러싼 전례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자리에서 포드 및 GM 임원 등 업계 리더들은 소비자가 차량을 직접 수리하거나 사설 정비소를 이용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제한해 달라는 취지의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직후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그들은 사람들이 자기 차를 고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이상하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 정비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제조사들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미국의 이런 법안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국제 표준'으로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가 수리를 제약하려는 표면적인 명분은 '보안과 안전'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확대로 차량 내 진단 데이터의 해킹 위험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소비자 단체와 일반 정비 업계는 차량 소유권과 함께 수리할 권리도 소비자에게 귀속되며, 핵심 데이터를 제조사가 독점하는 것은 결국 공식 서비스센터의 가격 폭리와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한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 모두 급격히 전기차와 SDV로 전환되 면서, 단순 소모품 교체조차 센서 리셋이나 소프트웨어 재설정 조절 없이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보안을 이유로 진단 프로그램 접근을 차단하거나 과도한 인증 비용을 요구함에 따라, 국내 사설 정비소들은 기술과 장비가 없어 정비를 포기해야 하는 생존권 위기에 내몰렸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정비 데이터 제공 의무가 규정되어 있으나 대기업 제조사들이 우회 전략을 쓰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고, 특히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배터리의 정보 독점으로 인해 소비자가 수천만 원의 배터리 전면 교체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미국의 규제 흐름이 향후 국내 소비자 선택권과 직결되는 만큼, 우리 정부와 국회도 실효성 있는 '소비자 수리권 보호' 입법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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