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의 명칭을 무단 사용해 도메인을 만들고,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며 MBK파트너스(MBK)와 영풍 측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미국 현지에서 관련 업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윤종하 MBK 부회장과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가 어떤 자격으로 참여했는 지에 대한 논란도 있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MBK가 고려아연의 지분 확보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 윤 부회장, 장 대표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최근 고발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영풍·MBK은 지난 6월 프로젝트 크루서블과 테네시주를 결합한 'crucibleTN.com'이라는 도메인을 등록자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등록했다. 이어 7월에는 테네시 주정부 관계자와 지역 인사, 언론인 등에게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명칭을 표시한 리셉션 초대장을 보냈으며 같은 달 9일 내슈빌의 허미티지 호텔에서 실제 행사를 개최했다. 고려아연은 이 과정에서 일체의 협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영풍·MBK은 이에 대해 자신들이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 그룹'인 만큼 회사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사업과 관련해 현지와 소통하는 것이 정당한 주주활동이라 설명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은 모든 주주의 회사"라며 "회사의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핵심광물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최대주주로서 너무나 당연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법상 회사의 대표 권한은 원칙적으로 이사회가 선임한 대표이사에 있고, 중요 업무집행도 이사회의 의사결정 영역인 만큼 지분을 많이 보유했다는 이유로 주주·관계자가 회사의 특정 사업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보유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영풍·MBK 측이 연 리셉션에서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를 설명한 인물이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였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세환 대표는 엄밀히 따지면 고려아연의 주주인 영풍의 공식 임원도 아니라는 점, 그리고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영풍의 기술을 프로젝트와 연결해 소개한 것은 전문성과 공식적인 책임 체계에 기반한 기업지배구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윤 부회장의 경우 고려아연의 주주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기타비상무이사이긴 하지만,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특정 사업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영풍과 MBK가 최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실제 사업 당사자인 고려아연이나 다른 주주들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특정 사업에 대한 홍보 행사를 여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이런 행사를 열어 고려아연의 다른 주주들이나 투자자, 미국 정부와 지역 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불필요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며 "또 오히려 최대주주라는 점을 내세워 다른 주주들의 권리나 회사 이사회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최대주주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정부나 투자자들과 소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장세환 대표의 경우 영풍의 공식 임원도 아닌데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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