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브랜드의 뿌리이자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했던 모델 S와 모델 X의 생산을 전격 중단한다. 글로벌 누적 1,000만 번째 순수전기차 출하 직후 단 46일 만에 기존 자동차 생산 설비를 모두 철거했으며, 그 자리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양산 라인을 구축 중이다. 이는 단순한 차량 교체가 아닌 '전기차 제조사'에서 'AI·로봇 기업'으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적 전환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저율 가동 라인 수술… 연 3억 달러 절감·13억 달러 매출 잠재력
철거 결정의 배경에는 철저한 기회비용 계산이 깔렸다. 모델 S와 모델 X의 2025년 연간 인도량은 약 6만~8만 대 수준으로 테슬라 전체 인도량의 4% 미만이다. 이 자체만으로 위기감이 감돌았다. 여기에 연간 10만 대 규모로 설계된 프리몬트 공장 라인이 60~70% 저율 가동에 머물면서 매년 2억~3억 달러(약 2,700억~4,100억 원)에 달하는 고정비와 감가상각비 손실이 더해졌다.

12일 북미발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S·X 라인이 차지하던 약 2만~3만 ㎡ 규모의 핵심 부지를 옵티머스 생산공간으로 전환한다. 옵티머스의 판매가를 대당 2만 5,000달러(약 3,400만 원)로 설정할 때, 초기 주당 100대 생산만 달성해도 연간 13억 달러(약 1조 7,800억 원) 이상의 신규 매출이 생긴다. 아울러 테슬라 자동차 부문 마진율이 2022년 25% 이상에서 15% 수준으로 급락하고 중국 시장 점유율이 5% 미만으로 위축된 것 역시 저율 가동 라인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
머스크 "1만 개 부품 새로 개발… 역사상 가장 어려운 양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 및 로봇 회사"라고 강조해 왔다. 46일 만의 라인 철거에 대해 머스크는 "기존 라인을 완전히 철거하고 4개월 만에 새 라인을 깔아 가동하는 것은 전 세계 어떤 회사도 해내지 못한 속도"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하지만 로봇 대량 생산의 난제도 인정했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는 역사상 가장 큰 제품이 되겠지만 대량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는 가장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자동차 부품을 쓸 수 없어 1만 개가 넘는 부품을 전부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만 개 부품 중 가장 느리거나 문제 있는 부품 하나 때문에 전체 생산이 지연될 수 있다"며 초기 생산 곡선이 평탄하고 길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연 1,100만 대 양산 목표… 배수진 친 테슬라와 공급망
테슬라는 프리몬트(연 100만 대)와 텍사스 오스틴(연 1,000만 대) 공장을 축으로 옵티머스 대량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머스크는 프로젝트 회의에서 "연말까지 주당 2,000~2,500대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담당 팀 전체를 해고하겠다"며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엄포에 공급망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일부 중국 협력사는 공장 생산 능력의 70%를 테슬라 로봇 부품 생산에 배정하며 신규 공장 건설도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생산 라인을 철거한 공간은 테슬라가 선언한 'AI·로봇 기업'이라는 미래를 채워 넣는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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