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서 K-POP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나에게 9월 개강 주간은 늘 흥미로운 관찰의 시간이다.
매 학기 강의실을 채우는 학생들의 면면을 보면 K-POP을 향한 관심이 음악 감상을 넘어 얼마나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체감하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고, 전공과 무관하게 현상 자체가 궁금해 찾아온 학생도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와 진입 경로를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율도 적지 않다.
첫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이 강의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다.
"어릴 때부터 K-POP을 들으며 자라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답부터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데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산업의 구조와 직무를 알고 싶다"는 현실적인 목적까지 다양하다.
그 사이에는 K-POP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왔다는 답도 있다. 좋아해서 찾아온 사람과 좋아하지 않아서 찾아온 사람이 같은 강의실에 앉아 있는 셈이다.

도대체 어떤 음악이 '듣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음악을 움직이는 산업의 구조까지 궁금하게 만드는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영화사의 조직이나 투자·배급 구조까지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서 출판사의 편집과 유통, 마케팅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만드는 산업을 궁금해하는 것은 대체로 별개의 관심사다.
그런데 K-POP에서는 그 둘의 거리가 유난히 가깝다. 팬들에게 '컴백', '연습생', '데뷔', '콘셉트', '프로듀서', 'A&R', '초동', '프로모션', '팬 플랫폼' 같은 산업의 언어는 낯설지 않다. 새로운 앨범이 나오면 노래만 듣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를 해석하고, 프로듀서와 작곡가의 크레디트를 살펴보고, 소속사의 프로모션 방식까지 이야기한다.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그 아티스트를 만드는 사람과 회사, 시스템에 대한 관심으로 뻗어나간다.
K-POP에서는 아티스트가 대중 앞에 등장하기 전부터 수많은 기획과 선택이 이루어진다. 멤버 구성과 트레이닝, 음악과 콘셉트, 비주얼과 퍼포먼스, 콘텐츠와 프로모션, 팬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서로 다른 영역이 하나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K-POP은 이러한 기획을 통해 만들어지는 동시에, 기획과 제작의 과정 상당 부분을 다시 콘텐츠로 만든다.
팬들은 완성된 음원과 무대만 접하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데뷔 전 연습 과정부터 아티스트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까지 함께 접한다. 컴백을 앞두고 콘셉트 포토와 트랙리스트가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크레디트를 살펴보고,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의 비하인드와 안무 연습 영상을 본다. 활동이 끝난 뒤에도 자체 콘텐츠와 팬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 곡은 누가 선택했을까. 이 콘셉트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A&R은 무슨 일을 할까. 왜 이 멤버에게 이 파트를 맡겼을까.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제작 과정으로, 제작 과정에 대한 관심이 사람과 직무로, 다시 회사와 산업으로 확장된다.
K-POP의 리스너는 그래서 조금 독특한 위치에 놓인다. 완성된 음악을 듣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 안의 서사를 읽는 사람이기도 하다. K-POP에서 제작 과정은 음악 바깥의 부수적인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고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의 일부가 된다.

반면, 제작 과정이 많이 공개된다고 해서 산업의 작동 방식까지 모두 보이는 것은 아니다. 과정은 많이 보이지만, 그 과정을 움직이는 판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연습생이 연습하는 모습은 볼 수 있지만 수많은 지망생 가운데 왜 특정 멤버가 선택되었는지 그 판단의 전 과정을 알기는 어렵다. 새 앨범의 콘셉트와 티저는 볼 수 있지만 왜 지금 이 음악과 콘셉트를 선택했는지, 그 결정에 어떤 논의와 시장 판단이 있었는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음반 판매량과 차트 순위는 실시간으로 접하지만 하나의 앨범에 얼마가 투자되고 수익이 어떤 계약과 유통 구조를 거쳐 움직이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A&R이라는 직무의 이름은 익숙해졌지만 실제 회사 안에서 누구와 협업하고 무엇을 판단하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
보이는 것은 많아졌지만, 보이는 것이 곧 산업의 전부는 아니다. 첫 수업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들어가고 싶은데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을 매 학기 만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K-POP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음악 바깥으로 확장시킨다. 하지만 그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려고 하면 콘텐츠를 통해 보아온 세계와 실제 산업을 움직이는 구조 사이에는 여전히 정보의 간극이 존재한다.
누가 이 음악을 선택했을까. 왜 이 멤버들이 한 팀이 되었을까. 왜 지금 이 콘셉트여야 했을까. 어떤 선택은 성공하고 어떤 선택은 실패했을까. 그리고 그 판단을 내린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매 학기 첫 수업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호기심도 이 질문들 주변에 모인다.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음악만 들어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생긴 것이다.
이것이 K-POP이 음악을 넘어 비즈니스의 영역까지 관심을 확장시키는 방식 중 하나다.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콘텐츠가 되면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가'라는 다음 질문을 남긴다. K-POP을 둘러싼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음악과 동떨어진 곳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음악을 소비하는 경험 안에서부터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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