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군 무대 통산 233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경기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적이 없었다. 늘 승부처의 불을 끄거나 경기 후반을 지키던 '국가대표 불펜 투수 출신' 이로운(22·SSG 랜더스)이 마침내 데뷔 첫 선발 시험대에 오른다. 2군에서 무려 8kg을 감량하며 독하게 준비한 그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이숭용 SSG 감독은 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3일 선발 투수로 내정된 이로운의 몸 상태와 구체적인 등판 계획을 설명했다.
2023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해 2025년 11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대비하는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며 리그 정상급 구위형 불펜으로 자리매김한 이로운은 지금까지 1군 233경기를 전부 구원 투수로만 소화했다. 특히 직전 시즌 무려 33개의 홀드까지 수확하며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올라섰다. 그런 그가 통산 234번째 경기에서 생애 처음으로 선발 투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을 던진다.
이번 선발 전환은 단순한 대체 요원 차원의 임시 기용이 아니다. 이로운 본인의 강력한 의지와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사실 이번 시즌 이로운은 다소 부진했다. 3일 선발 등판을 앞둔 현재 45경기 5승 3패 7홀드 평균자책점 7.08로 썩 좋지는 않다. 지난 8월 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선발 전환을 준비했다.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에 사실상 어려워진 SSG의 2027시즌 준비의 일환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이숭용 감독은 이로운의 몸 상태에 대해 "8kg 정도 빠진 것 같더라. 트레이닝 파트에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체중 및 체지방 수치를 체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올해 2군으로 내려가기 전에는 205시즌보다 4~5kg 정도 불어 있는 상태였다"고 짚었다. 이어 "선수가 안 좋을 때는 신체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본다. 그런데 2군에 내려가 한 달 정도 머무는 사이, 몸 상태를 가장 좋았던 지난해 수준으로 완벽하게 맞춰서 올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2군에서 배영수 투수코치와 함께 정말 독하게 준비했다. 본인이 선발 보직에 대한 욕심이 워낙 컸고, 선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기회와 동기부여를 주니 스스로 철저하게 몸을 만들어 왔다"며 이로운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로운의 프로 첫 선발 등판에 대한 세부적인 기용 청사진도 정해졌다. 첫 등판인 만큼 투구 수는 100구가 아닌 90개 안팎으로 제한한다. 이 감독은 3일 이로운의 등판 계획에 대해 "초반에 조금 흔들리거나 점수를 주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을 주면서 지켜볼 생각이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4경기 정도 더 등판 기회를 주면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마무리 캠프와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져 본격적인 선발 경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겠다고도 했다.
이번 시즌 '좌완 에이스' 김광현의 이탈로 선발 로테이션에 어려움을 겪었던 SSG는 다음 시즌 1군 6~7선발을 넘어 퓨처스팀까지 아우르는 '10선발 뎁스' 구축 계획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로운의 선발 안착은 여러모로 좋은 시나리오다. 8kg을 감량하며 독기를 품고 돌아온 '국대 불펜' 이로운이 234경기 만에 마주한 생애 첫 1군 선발 마운드에서 어떤 새로운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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