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발리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오전에 오프닝 축하공연으로 세 곡을 부르고, 오후에는 버추얼 아이돌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는 일정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연구자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지만,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술 발표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았다. 공연과 발표를 연달아 경험하면서, 노래가 청중과 관계를 만드는 방식도 이전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오전 공연에서 부른 곡은 〈인연〉, BTS의 〈Dynamite〉, 〈You've Got a Friend〉였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보니 세 곡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청중과 접점을 만들고 있었다. 〈인연〉을 알고 있다며 반갑게 말을 걸어온 해외 참가자가 있었고, 〈You've Got a Friend〉는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듣기에 익숙한 팝이었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Dynamite〉에서 나왔다. "다음 곡은 BTS의 〈Dynamite〉입니다"라고 중간 멘트하자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K-POP의 해외 인기를 수치나 기사로 접하는 것과는 다른 장면이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BTS라는 이름과 한 곡을 동시에 알아듣고 반응했다. K-POP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이미 청중 사이에 공유되고 있었다.
〈Dynamite〉를 부르면서는 작은 실수도 있었다. 영어 가사가 많은 도입부에서 가사를 틀렸다. 곡을 마친 뒤 객석에 실수를 인정했다. 마침 이번 학술대회에서 AI와 인간을 주요 화두로 다루고 있어 "제가 AI가 아니라 사람이라 가사를 틀렸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가사를 틀린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라이브에서도 실수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다만 라이브에는 이미 벌어진 상황까지 무대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 있다. 이날에는 노래가 끝난 뒤 던진 짧은 말이 어색해질 수 있었던 순간을 풀어주었다. 무대에서의 멘트 역시 노래와 별개로 존재하는 시간이 아니라 관객과 라포(Rapport)를 만드는 과정이다.
보컬 트레이닝에서는 음정과 리듬, 호흡과 발성처럼 노래 자체를 구성하는 요소를 주로 다룬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진다. 누구 앞에서 어떤 곡을 부를 것인지, 한 곡에서 다음 곡으로 어떻게 넘어갈 것인지, 관객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같은 것들이다.

무대에서 관객과의 관계는 노래를 시작한 뒤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곡을 선택했는지에서 이미 첫 번째 접점이 생기고, 곡을 소개하는 말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반응하는 방식에서도 관계는 계속 만들어진다. 선곡이 청중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든다면, 멘트와 현장에서의 반응은 그 접점을 실제 관계로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오전 공연을 마치고 오후에는 같은 사람들 앞에서 연구 발표를 했다. 사실 내게는 공연보다 영어로 진행하는 학술 발표가 훨씬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막상 앞에 서보니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완전히 낯선 사람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몇 시간 전 내 노래를 들었고, 함께 웃었고, 쉬는 시간에는 공연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 사람들이었다.
그것이 오후 발표의 내용이나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연구 발표는 결국 연구의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발표를 시작하는 내 입장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오전에 만들어진 접점과 라포가 낯선 사람들 앞에서 말을 시작할 때 작은 완충지대가 되어주었다.
돌아보면 이날 무대에서 특별히 새롭게 배운 기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 각각 따로 생각했던 것들이 한자리에서 연결됐다. 선곡에는 청중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었고, 노래 사이의 멘트에는 그 접점을 관계로 이어주는 기능이 있었다. 그리고 그 관계는 노래가 끝났다고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보컬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과 관객과 관계를 만드는 일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무대에서는 둘이 함께 움직인다.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가와 그 노래를 누구에게 건넬 것인가. 이번 발리의 무대에서는 그 두 가지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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