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dict
EX90 가격 듣고 깜짝 놀란 사람을 위한 플래그십 볼보
Good
- 방음 패키징은 최근 본 신차 중 가장 뛰어나다
- 7294만원하는 가장 낮은 트림 마저도 배터리가 92kWh로 채웠다
Bad
- 근본은 있다지만… 세단도 SUV도 아닌 '어벙벙한' 자세와 '꺼벙한' 생김새
- 퍼포먼스 모드도 있고 456마력이나 발휘하지만 운전하는 재미가 전혀 없다
Competitor
- 렉서스 ES 350e : ES90을 7294만원에 내놨더니, 보란 듯 7160만원으로 출발
- 테슬라 모델 YL : 볼보가 더 좋다 해도 테슬라를 뒤돌아보게 되는 심리

볼보 ES90은 올해 볼보코리아가 집중하는 회심의 한방과 같은 차다. 가격경쟁력을 갖추려 유럽보다 값을 크게 깎았고, 이전 EX30의 배터리 문제 시시비비로 인해 구겨진 체면을 살려야 하는 데다 '전기 플래그십'이라는 간판까지 더했다. 이 차로 전동화 부문에서 볼보코리아가 자리매김을 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힘든 상황에 빠진다. 회사 상황도 '잘 팔리는 차'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 됐다. 시승회에 자주 나오지 않던 이윤모 대표이사까지 나와 직접 시승회 상황을 살폈을 정도다.
볼보 ES90는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장 5m, 전폭과 전고는 1942mm, 1550mm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거 수치가 3102mm로 눈에 띈다. 전기차라서 가능한 수치를 넘어 사실상 동급에선 손가락에 들 만큼 상당하다. 늘어난 축거는 그대로 뒷좌석의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최저지상고다. 에어서스펜션에 대한 내용을 접어두고서라도 177mm이상이다. 볼보는 이전부터 크로스컨트리 모델을 자사의 주요 라인업으로 두고 모델을 양산했는데, 스웨덴이라는 독특한 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볼보 ES90에 그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패스트백 타입으로 트렁크 리드를 부풀러 적재공간을 마련한 것 역시 왜건 제작에 잔뼈가 굵은 볼보만이 가능했던 묘수다.

이번 볼보 ES90은 특히 갖춰진 장비가 화려하다는 것.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B&W 스피커 시스템, 안마 기능까지 갖춘 냉온통풍시트에 800V 전동화 아키텍처 그리고 350W급 초급속 충전까지 가능하다. 트윈 모터(Twin Motor)는 상온 기준 복합 520km(도심 548km, 고속 486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이 정도면 현재 국내시장에서 볼보 ES90과 빗댈 아우디 A6 E트론, BMW i5, 메르세데스 벤츠 EQE 350+, 렉서스 ES 350e까지 다 따져도 동급에서 따라올 차가 없다.
충전과 주행 그리고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볼보 ES90은 어떤 부문을 살펴봐도 플래그십이란 위치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아울러 인테리어 소재 부문에서도 놀라운 점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가죽과 플라스틱 그리고 알루미늄 소재를 부위별로 적절하게 활용했다. 그러면서도 앰비언트 라이팅 기술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화려한 면모를 표현하고 있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단단한 편이다. 이 단단한 승차감은 차내로 들어오는 진동과 손끝에서 스티어링 휠을 휘감을 때 만나는 묵직함이 합쳐져 전달된 것일 터. 그리고 이런 단단함은 운전자로 하여금 차체의 견고함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실내로 들이치는 잡음이나 잔진동들이 거의 없었기에 가능했다. 도로에서 의례 만날 수밖에 없는 포트홀이나 도로이음새 들로 인해 앞서 예상했던 충격과 소음량보다 극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볼보는 승차감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단단한 맛을 냈다. 이번에 시승한 ES90 승차감은 이런 단단함의 스펙트럼이 약간 더 부드럽게도 혹은 조금 더 단단하게도 조절할 수 있다. 듀얼 챔버식 에어 서스펜션이 제 역할을 한 셈이다. 그 덕에 전기 플래그십이라는 가격도 충분하게 됐다.

또 전자식 스티어링 휠과 에어 서스펜션 덕에 충격량은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모드별로 편차가 크지는 않다. 대체로 단단한 편이라는 데 대부분 시승한 기자들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시승차로 나선 볼보 ES90은 사륜구동 옵션을 갖춘 트윈모터 버전트림이다. 456마력으로 과거라면 슈퍼카의 출력범위에 근접한 수준이다. 볼보 ES90은 신형 그랜저보다 공차중량만 따져도 900kg이나 무거운 2.5t에 이른다. 다만 무게에 대한 부담을 말끔하게 지웠다. 전기모터 특성상 출력은 그야말로 '즉각적'이니 무게에 대한 부담이 극히 적었다. 덕분에 차의 몸놀림이 그야말로 낭창낭창하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는 과정이 밋밋하고 패들시프트도 없는데다 전기차의 속도감은 사뭇 냉정한 느낌마저 들어 운전의 재미는 없었다.

볼보 ES90의 결정적 장점은 적막하리만치 고요한 정숙함에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태생적으로 조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모터와 부품간 제어의 소음을 시작해 타이어 마찰음과 풍절음이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볼보 ES90은 이런 소음을 철저하게 배제한 점들이 눈에 띈다. 전기차를 감안하더라도 조용하다. 방음제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는 볼보코리아 관계자의 말을 뒤로하더라도 차 문 자체가 두껍고 웨더스트립의 형상과 크기 그리고 두께가 범상치 않았다.
특히 웨더스트립은 안쪽은 물론 도어스탭 하단까지 촘촘하고 꼼꼼하게 마감했다. 그간 보았던 볼보와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차에 올라 문을 닫으면 마치 '속세를 떠난 기분'마저 들 정도. 무엇보다 주행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밀폐감은 플래그십이라는 면모를 느끼게 만든다. 기어 시프터를 아래로 내리면 파일럿 어시스트를 시작한다. 매끄럽고 편안하며 잠깐이지만 도로상황을 읽어 스스로 나아간다. 계기판 대신 들어온 얇고 긴 디스플레이와 HUD로 시선은 전방에 고정할 수 있다.

탄탄한 차체 강성에 듀얼 챔버식 에어 서스펜션까지 장착했으니 코너에 깊숙이 빠른 속도로 차를 밀어 넣어도 차체 거동이 불안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퍼포먼스 모드에서는 네바퀴를 모두 굴리는 탓에 주행안정성은 플래그십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 특히 제동력에선 어떤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선형적인 제동력을 발휘하면서도 깔끔하게 차를 원하는 선에 맞춰 세운다.
소비자들에게 볼보 ES90의 특장점은 물론 가격이다. 경험상 수입차는 소비자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싸면' 정말 잘 팔린다. ES90은 예상 범위를 넘지 않았다. 프리미엄을 자처했던 고가의 전기차들이 고배를 마신 경험들을 잘 살폈던 것이다. 무엇보다 EX30으로 볼보코리아가 어떤 곤욕을 치렀는지 그리고 앞서 1억 2120만으로 출시한 볼보의 덩치 큰 전기 SUV가 받은 냉혹한 평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었다. ES90은 가격도, 갖춰 놓은 장비도 손색이 없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중국차는 물론이고 최근엔 렉서스 ES 350e까지 수입차 부문에서 가격 전쟁이 점차 불붙고 있다. 볼보 ES90 역시 7천만원대로 시작하는 가성비 매력을 갖췄다. 사실상 웬만한 스펙이나 헤리티지 혹은 UX-UI 측면에서 매력은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이 차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볼보 브랜드 최고의 차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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