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과거 주주들의 중요성을 나름 강조한 발언들이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 나와 그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나타난 실제 주주들의 표심이 장 고문이 손잡은 MBK나 영풍이 아닌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으로 크게 기울었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돼 일반주주의 의사가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표결에서 양측 후보 간 큰 격차가 나타나면서 장 고문이 2년 전 강조했던 '주주'라는 명분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초기부터 MBK와 손잡은 배경으로 대표적으로 '주주'를 들었다. 그는 202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봐야 회사가 오래 간다"고 말했다. 또 "주주를 위한 길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전했으며, 지역사회와 노조 등의 반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주주들의 지지가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2년이 지난 지금, 장 고문의 당시 발언이 현실화되었을까. 최근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확인된 표심을 보면 발언과 현실 사이는 괴리가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의 최대 승부처였던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출석 의결권 수 기준 81.8%의 찬성을 얻었다. 반면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의 찬성률은 27.9%에 그쳤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양측 대주주 지분 경쟁보다 외국인과 기관, 개인 등 일반주주의 선택이 승부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에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출이 일반주주들의 표심을 읽는 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과 외국기관은 98.3%가 백 후보를 선택했다. 국내 개인주주도 79.1%가 백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의 백 후보 지지율은 86.9%였다. 반면 박 후보 지지율은 국내 개인주주 20.9%,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 13.1% 등에 머물렀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당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 수 기준 62.98%의 찬성을 얻어 영풍·MBK 측 '6인 선임안'의 52.21%를 앞섰다.
영풍·MBK는 적대적 M&A 초기부터 현 경영진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자신들이 이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작 일반주주의 의사가 크게 반영되는 구조의 표대결에서는 현 경영진 측에게 표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양측이 명분 이상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는게 대체적인 흐름이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 이후 홈플러스 사태,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등 위기가 연이어 불거지며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최근에는 김병주 MBK 회장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한 뒤 기업회생을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감사위원 선거에서 나타난 압도적인 표 차이는 MBK·영풍 측이 주장해온 경영권 교체와 주주가치 제고 논리가 일반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풍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실적 저조에 시달렸으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규모는 크지 않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지난 상반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때문에 영풍·MBK의 명분이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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