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한 엔터테인먼트 현직자의 강의를 들었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내게 오래 남은 단어는 '결과물'이었다.
하나의 앨범을 만들기까지 여러 아이디어와 판단이 오가지만 결국 시장에는 실제로 만들어진 음악과 콘텐츠가 나온다. 강의를 듣고 돌아와 내가 하고 있는 보컬 트레이닝을 생각했다. 보컬 트레이너의 결과물은 무엇일까.
최근 레슨에서는 설명과 결과 사이의 거리를 자주 경험한다. 문제점을 설명하고 학생에게 '이해했어요'라는 대답을 들었는데도 소리가 달라지지 않을 때가 있다. 레슨 중에는 원하는 소리를 냈지만 다음 시간에는 다시 이전의 소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알아듣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할 수 있는 것과 반복해서 재현하는 것도 다르다.
보컬 트레이닝에서는 많은 내용을 말로 전달한다. "호흡의 압력을 조금 더 유지해보자", "뒷공간을 넓게 써보자", "모음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가보자" 같은 설명을 한다. 손으로 소리의 방향을 보여주거나 공간에 빗대어 표현할 때도 있다.

하지만 노래는 결국 귀로 듣고 몸으로 만들어내는 소리다. 트레이너가 알고 있는 소리와 감각을 말로 전달하면 학생은 그것을 다시 자신의 귀와 몸을 통해 소리로 바꾸어야 한다. 트레이너에게서 학생으로, 다시 학생의 몸에서 소리로 이어지는 번역 과정이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설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됐다. 춤 수업을 보면서 이 차이가 더 잘 보였다. 동작을 여러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선생님이 직접 한 번 보여주는 것이 빠른 순간이 있었다. 보컬도 비슷하다. 트레이너가 목표가 되는 소리를 직접 들려주면 학생은 자신의 소리와 무엇이 다른지를 귀로 비교할 수 있다. 설명 몇 문장보다 정확한 시범 한 번이 빠를 때가 있다.
보컬 트레이닝에서는 이런 시범을 모델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트레이너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사람마다 음역과 음색, 신체 조건과 발성 습관이 다르다. 시범은 복사해야 할 답이라기보다 지금 찾고 있는 소리를 학생이 귀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에 가깝다.
변화에는 시간도 필요하다. 한 시간 안에 문제를 찾고, 새로운 소리를 시도하고, 이전 소리와 차이를 확인한 뒤 다시 노래에 적용하려면 여러 단계를 거친다. 그래서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다뤘는가보다 레슨 전과 후에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레슨실에서 소리가 달라졌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 변화가 레슨 밖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최근 한 학생에게 얼마나 연습했는지를 물었더니 레슨곡을 매일 차에서 듣고 있다고 했다. 반복해서 듣는 것도 곡을 익히는 과정이다. 하지만 노래를 듣는 것과 자신의 목소리로 특정 부분을 반복하고 수정하는 것은 다른 활동이다. 특히 발성 습관을 바꾸려면 레슨에서 찾은 소리를 직접 내보고, 녹음해 듣고, 이전의 소리와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학생의 연습량만 문제 삼을 수도 없다. "연습해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을 어떻게 연습할 것인지 알려주는 것도 다르기 때문이다. 레슨에서 새로운 소리를 한 번 찾아냈다면 다음 레슨까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반복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레슨과 레슨 사이의 시간을 설계하는 것 역시 트레이닝의 일부다.

설명을 이해하고 연습도 하는데 변화가 더딘 경우도 있다. 자신이 내는 소리와 목표로 하는 소리의 차이를 충분히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고, 차이는 들리지만 몸으로 구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대로 원하는 소리가 한 번 나왔더라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본인이 알지 못하면 같은 소리를 다시 찾기 어렵다.
한 번의 설명이 반복할 수 있는 변화가 되기까지는 그 사이에 여러 과정이 놓여 있다.
설명 → 인지 → 시도와 재현 → 피드백 → 반복 → 결과
항상 이 순서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학생에게는 정확한 시범이 필요하고, 어떤 학생에게는 자신의 소리를 구별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 또 어떤 학생에게는 새로운 발성을 배우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낸 소리를 혼자 반복할 수 있는 연습 방법이 먼저 필요하다.
그렇다면 보컬 트레이너의 결과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레슨에서 전에 내지 못했던 소리를 내는 것도 변화다. 한 곡을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부르게 되는 것도 변화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만들어낸 소리가 한 번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학생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인지하고, 다시 재현하고, 트레이너가 없는 시간에도 반복할 수 있어야 변화가 축적된다.
한 번 만들어낸 소리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가.
보컬 트레이닝의 결과를 생각할 때 이 질문은 꽤 구체적인 기준이 된다. 트레이너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설명했는가보다 학생이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차이를 듣게 되었는지, 이전에는 만들지 못했던 소리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설명이 이해에 도달하는 것과 이해가 재현 가능한 소리가 되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보컬 트레이닝의 결과는 그 거리를 조금씩 줄여가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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