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끼리 OTT 계정을 나눠 쓰고, 동료에게 업무 시스템 비밀번호를 잠시 알려주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알려준 비밀번호로 다른 사람 계정에 접속했다가 조사를 받게 되고 유죄를 받는 일이 예상 외로 빈번히 발생한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핵심은 접근권한을 누가 정하느냐이다. 대법원은 그 주체를 계정 이용자가 아닌 서비스제공자로 본다. 업무상 알게 된 상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군 웹메일에 접속해 협박성 이메일을 보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용자가 승낙했더라도 제3자가 단순한 심부름꾼에 불과하거나 서비스제공자가 그 사용을 허락했다고 볼 수 있는 등의 예외가 아니라면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870 판결). 비밀번호를 받았다고 계정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권한이 있는 사람도 안심할 수 없다. 개통·불통·유심 변경 때만 전산망 접속이 허용된 통신사 대리점 계약자가 대량 문자 발송용 조작을 위해 접속하자, 대법원은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은 침입을 인정했다. 학원 계정 등록을 중개하던 업체 직원이 학원 계정으로 직접 접속한 사건도 유죄가 확정됐다. 약관상 양도가 금지된 게임 계정을 돈 주고 산 구매자 역시 정당한 접근권한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처벌 범위가 무한정 넓은 것은 아니다. 로그인 없이 주소만으로 열리는 다면평가 결과 페이지에서 끝자리 숫자를 바꿔 동료 51명의 결과를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주소를 개별 전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접근권한을 본인으로 제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도1086 판결). 접근 제한 여부는 보호조치와 약관 같은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죄는 '누가, 어떤 범위로 허락했는가'라는 사실관계에서 갈린다. 실제 사건을 맡아 보면 당사자들이 막연히 괜찮다고 여긴 지점이 정확히 처벌의 경계인 경우가 많다. 계정을 빌려준 쪽도, 넘겨받은 쪽도 그 허락의 범위를 한 번쯤 따져볼 일이다. 이미 혐의를 받고 있다면 승낙의 경위와 서비스 약관, 보호조치 유무부터 차분히 확인하는 것이 대응의 출발점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