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우 감독에 손예진 지창욱 나나 완벽 캐스팅 실망스러운 국내 반응과 다른 뜨거운 해외 반응 힌국의 '브리저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이번 추석 연휴 시즌에 맞춰 넷플릭스가 내놓은 간판 작품은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스캔들’이다.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프랑스 연애소설 ‘위험한 관계’(1782)를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를 드라마 시리즈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2026년판 ‘스캔들’은 기대와 달리 장점보다 아쉬운 점이 두드러진다. 단순히 리메이크의 한계로 치부하기 어려울 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통하였느냐?” 2003년 원작 영화의 명대사다.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관객 352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성과와 맞물려 영화가 관객에게도 ‘통했다’는 의미로 회자되기도 했다. 원작 영화는 18세기 타락한 프랑스 귀족 사회를 그린 라클로의 소설을 18세기 조선의 사대부 사회로 옮겨왔다. 인물 관계와 ‘유혹 게임’이라는 핵심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한국적 정서를 더해 원작을 새롭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캔들’은 두 원작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드라마만의 색깔을 만들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서간체로 쓰인 원작 소설의 ‘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원작 영화가 18세기 조선 양반가를 재현했던 것처럼 드라마 역시 당시의 생활 풍속을 보여주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북촌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풍속화가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활용하는가 하면 정조의 화성 축성과 화성 행차, 과거시험 현장, 판소리 등을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둔 만큼 글로벌 시청자를 겨냥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성격도 강하다.
드라마와 두 원작의 가장 큰 차이는 세 주인공을 그리는 방식이다. 소설의 메르테유와 발몽, 영화의 조씨 부인과 조원은 사랑 자체보다 상대를 유혹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쾌락을 얻는 인물들이다. 투르벨 부인과 숙부인 정씨는 욕망보다 도덕과 정절을 중시하며 이들과 대비를 이룬다.
드라마는 두 원작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조윤(손예진)과 조원(지창욱)의 과거를 새롭게 설정해 두 사람의 관계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로 확장한다. 안희연(나나) 역시 열녀가 되기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조원의 유혹을 마주하며 사랑과 정조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원작이 유혹과 정복의 게임에 초점을 맞췄다면, 드라마는 인물들의 감정과 사연에 주목한다.

처음에는 조윤과 조원의 관계를 파고드는 이야기가 드라마만의 특색인가 싶어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된다. 흥미는 오래가지 않는다. 과거 장면에서 세로로 늘인 듯한 화면비가 몰입을 깨뜨리는 데다, 조윤과 조원의 과거는 오히려 원작에서 사랑과 배신, 질투와 복수가 뒤엉킨 복잡미묘한 관계를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축소해버린다.
조윤을 억압의 시대에 갇혀 뛰어난 재능을 펼치지 못한 여성으로, 원작 영화에서 출세와는 거리가 멀었던 조원을 정조와 밀담을 나눌 정도로 긴밀한 사이로 각색한 시도는 흥미롭다. 다만 두 인물의 행동과 욕망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한다.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성적 욕망은 인물의 감정과 관계 속에서 서사적으로 풀어내기보다 장면 자체를 통해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조원의 여러 성적 장면 역시 욕망을 가진 인물의 매력을 보여주기보다 자극적인 상황을 반복하는 데 그치고, 일부 조연이 등장하는 장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원작과 비교하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매력은 아쉽게 다가온다. 관계를 주도하고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던 조윤은 몰래 계략을 꾸미는 안방마님 정도에 머물고, 조원은 첫사랑의 실패로 비뚤어진 난봉꾼에 가까운 모습이다. 안희연 역시 상황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세 인물 모두 욕망과 관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루는 데서 오는 세련됨과 기품을 보여주지 못한다. 금기를 넘나드는 원작의 인물들이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를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캐스팅과 캐릭터 설정 역시 매끄럽지 못하다. 주연 배우들의 조합이 의외였던 만큼 처음에는 신선한 캐스팅을 기대했지만, 막상 작품을 보고 나면 배우와 캐릭터의 결합이 충분한 설득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캐릭터 설정에서도 부자연스러운 점들이 눈에 띈다. 원작에서 순진한 두 젊은이의 관계가 극에 또 다른 긴장감을 더한 반면, 드라마에서는 인호와 소옥의 성격과 관계가 입체적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일부 조연들의 연기 역시 개성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작품의 전체적인 톤과 어긋난다.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로 승부수를 띄운 '스캔들'은 기대작이었던 만큼 실망도 크다. 원작과 달라진 세 인물의 선택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인간의 욕망이 중심인 이야기가 사랑으로 옮겨가면서 ‘위험한 관계’는 평범한 삼각관계에 머물고, 원작이 지녔던 팽팽한 긴장감도 사라졌다. 원작 영화의 성공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더욱 아쉽게 느낄 수밖에 없다.
2026년판 ‘스캔들’은 원작의 매력을 확장하기보다 북촌을 비롯한 조선의 풍속과 볼거리를 전면에 내세운 ‘북촌 스캔들’ 정도의 변주에 그친다. 로맨스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한국판 ‘브리저튼’으로 볼 수도 있는 이 작품이 원작과 다른 매력으로 글로벌 시청자에게 통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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