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애'의 변영주 감독이 새 영화 '발레교습소'를 내놨다. 전작에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했던 변 감독은 대상을 바꿔 수능을 막 끝낸 불안한 청춘들을 따스하게 보듬는다.
15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시사회가 끝난 뒤 변 감독은 20년쯤 전 그 시기를 거친 사람의 감정으로도 어떤 진정성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며 말을 꺼냈다. 청산유수였다.
"제가 열아홉일 때는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많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12년동안 아무도 내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게 좋다거나 세상이 어떻다고 말해준 적이 없으면서 갑자기 '너 어른됐으니 전망을 밝혀' 이러는거다. 재수 없었다.
나는 그때 담배를 배우고 술을 마셨고 종로에 있는 학원에 간다고 돈을 받아서 노량진 동시상영관에서 영화를 봤다. 대학교 4학년이 돼서야 알았다. 그때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없었다는 것. 여전히 어른이 아니라는 것. 계속 지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
그 청춘들을 하필 구민회관 발레교습소에 모은 이유는 세가지다. 이 아이들에게 평소에 길을 가다가 만나는 동네의 허접한 사람들,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공간이 필요했고, 둘째 지금껏 몸을 드러내 본 적 없는 아이들의 몸이 제대로 드러나는 것을 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아무리 배워도 인생에 추호도 도움이 안되는 일을 시키고 싶었다고.
"발레를 성공해서 얘네들의 삶이 성공하는 게 아니다. 얘네들의 삶은 그저 스타트라인에 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공연 장면도 송년잔치처럼 찍었다. 다행히 배우들도 4달동안 연습을 했지만 기대이상 잘하지는 못했다.(웃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불안한 열아홉 청춘들의 등을 가만히 두드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얘기를 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열아홉 니들 큰일났다'고 할거냐, 아니면 '니들 그러면 안된다'고 함정에 빠뜨릴거냐. 둘 다 싫었다. 내가 열아홉 때 바랐던 건 좋은 교육보다는 등을 두드려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건 등을 두드려주는 영화다. '이봐 괜찮아, 아직 시간 많아.'"
"불안한 스무살들과 스스로가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25살들이 실패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저 우리는 계속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젊어서부터 뭔가 명확한 것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사실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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