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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제 홍수, 이유가 있다

일본영화제 홍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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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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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가 몰려온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영화와 한국 스타들이 앞다퉈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일본 영화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홍수처럼 개최되는 일본영화 상영전을 통해서다. 현재 진행중이거나 곧 시작될 열본영화 상영전만도 여러 편.



1965년부터 1998년까지의 일본영화 44편과 신작 2편이 소개되는 제 1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는 단연 돋보이는 행사다. 일본 문화청이 직접 팔을 걷어부쳤고 일본의 대표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가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인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물색했다. 10일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인기작이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서울 일주아트하우스와 일본국제교류기금은 1년을 준비한 끝에 '일본 다큐멘터리 특별전-역동의 기록, 매혹의 필모그래피'를 마련했다. 오는 19일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20세기 일본의 초상을 보여주는 걸작 다큐멘터리 16편이 상영된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오는 22일부터 '신출귀몰-기타노 다케시 특별전'을 개최, 코미디언이자 배우이며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 5편을 소개한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오는 28일부터 '일본테마영화제III-허구에의 매혹 그리고 진실의 힘'을 시작한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은 3번째 행사.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지원을 받아 4주동안 매 일요일마다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이같이 일본영화 상영전이 활발히 이뤄지는 데는 일단 대중문화 개방의 영향이 크다. 문화의 장벽을 막아놓은 동안 소개되지 못했던 일본 영화들이 봇물처럼 소개되는 것이다.


시네마테크 부산의 박경남 홍보팀장은 "전체적으로 일본문화개방과 함께 일본 측에서 활발한 프로모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러 일본영화가 소개되고 있는 것도 그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에 소개되고 있는 일본 작품들이 이미 일본에서 개봉한 지 시간이 오래 지난데다 정식 개봉관이 아닌 영화제나 기획전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신승준 문예팀장은 "무엇보다 이들 작품의 흥행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브레터'의 성공 뒤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일본 영화가 거의 없다. 일본내 히트작 '자토이치'도 한국에서는 참패했다. 현재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 50·60년대 일본영화는 세계적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대중성까지 있었다면 왜 개봉이 안됐겠나."


시네마테크 부산의 박경남 팀장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그 동안 비교적 싼 가격에 DVD 판권을 사들인 배급사들이 정식 개봉에 부담을 느끼고 영화제 쪽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


박 팀장은 "판권을 수입한 영화사에서는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작은 영화제를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개봉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비교적 싸고 쉽게 양질의 작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사실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 쉽게 영화를 교류할 수 있는 나라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무상렌트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자막까지 완비된 일본 영화 프린트를 50 작품 넘게 갖추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본부의 아카이브에 보관된 것까지 따지면 수백여편이 넘는다. 살림이 빠듯한 작은 영화제나 상영관으로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지원이다.


일본 영화 마니아층이 이미 형성돼 있어 어느 정도의 관객이 들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다가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의 수가 늘어나며 영화 수요가 폭증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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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처럼 각종 영화제가 쏟아지는 데 의도나 목적이 없을 리 없다. 메가막스 일본영화제를 주최한 일본문화청 테라와키 켄 문화부장은 한류 붐을 통해 일본인이 한국 문화에 친숙해진 것처럼 그같은 힘을 일본 영화를 통해 한국인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승준 팀장 역시 "일본 영화제를 후원하고 개최하는 데는 분명 의도가 있다. 일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일본 영화를 즐기는 관객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랄 나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일본 영화를 바라보는 한국 관객의 시선도 예전과 달라진 걸까. 지난달 개봉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영화로서는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소규모로 개봉하기는 했지만 독립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50%가 넘는 관객점유율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으며 곧 개봉할 이와이 순지 감독의 '하나와 앨리스' 역시 많은 국내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 한류가 붐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스타나 영화가 각광받고 있는 시점에서 우르르 열리는 일본영화제들은 문화란 어차피 일방적으로만 흐를 수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일본 영화의 폭넓은 소개는 독특하고도 의미있는 작품을 손쉽게 접할 기회라는 점에서 우리 관객에게도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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