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준 "비주얼 때문에 이준기 매니저로 오해"

곰처럼 커다란 덩치에 검붉은 얼굴, 찢어진 눈매. 자칭 '비주얼 배우' 박효준에게 외모는 커다란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의 말대로 비주얼 덕에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게 됐으며, 비주얼 탓에 수많은 영화에서 비슷한 이미지로 소모됐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햄버거'란 별칭을 얻은 그는 항상 작품 속에서 누군가의 친구 또는 부하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모두 비주얼 때문이다.

"항상 비슷한 이미지로 보여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죠. 등장하는 장면이 적다보니 다른 부분을 보여주기도 힘들었구요. 속상하기도 했지만 튀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들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박효준은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 해 '오로라 공주' '카리스마 탈출기' '파랑주의보' '러브하우스'에 출연했으며, 올 해는 15일 개봉하는 '비열한 거리'를 비롯해 '스승의 은혜' '특별시 사람들' 귀신이야기' 등에 출연을 앞두고 있다.

여러 감독들이 수많은 배우들 속에서 박효준을 찾는 것은 분명 그에게 그만의 특별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효준은 "그냥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고 겸손해 했지만 그만의 독특함은 그의 출연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쉽사리 눈치챌 수 있다. 강한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비굴하고, 무서운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웃음을 주는.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의 부하 역을 맡은 그는 이 영화 속에서도 스쳐가는 많은 배우들 중 단연 두각을 드러낸다. 그 나이 또래(27)에 마음 약한 조폭을 연기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유하 감독이 박효준을 '말죽거리 잔혹사'와 비열한 거리'에 연이어 캐스팅한 것은 박효준의 그런 잠재력을 눈여겨 봤기 때문이다. "유하 감독님이야 말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이에요. 나조차 모르는 내 모습을 많이 끄집어 내줬죠."

유하 감독을 통해 발견됐고, '햄버거'라는 별명을 얻은 박효준이지만 이제 슬슬 그는 '햄버거'에서 졸업하려 한다. 햄버거에서 벗어나 배우 박효준으로 인정 받고 싶은 당연한 욕심 때문이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마마보이였고, '파랑주의보'에서는 귀여운 배역이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은 나를 '햄버거'로 생각하죠. 그동안은 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는 변명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도 없어요. 다음 작품들에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워지거든요."

박효준은 현재 여배우 신이가 겪고 있는 길을 그대로 밟고 있다. 수많은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다 마침내 주연을 꿰찬.

그동안은 같은 소속사 동료인 이준기의 매니저로 착각한 사람도 많았다.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또 비주얼 때문이다. 과연 박효준이 비주얼을 발판으로 그 한계를 넘어 신이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고, 안올 수도 있죠. 연기에 대한 욕심을 내야지, 비중에 대한 욕심을 내면 안될 것 같아요. 사람들로 하여금 박효준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게 해야죠."

비주얼 배우 박효준이 비주얼의 덫을 이겨내고 이름 석자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 지 그의 다음 작품들이 기다려진다.

<사진설명=박효준은 같은 동작이라도 표정과 의상 만으로 전혀 다른 인상을 풍긴다. 영화 속 이미지를 닮은 사진(위)과 태극 전사를 응원하는 사진을 비교하면 바로 느낄 수 있다.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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