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재훈. 컨츄리꼬꼬 출신의 가수이며, 탁월한 MC인 그지만 알고보면 탁재훈은 배우 출신이다.
탁재훈은 스무살 시절 영화가 하고 싶은 마음에 스태프로 영화계에 뛰어들었으며, 제대 후 94년 영화 '혼자 뜨는 달'로 데뷔했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뒤 95년 '내가 선택한 길'로 가수 데뷔를 했으니 탁재훈의 연예 활동 뿌리는 분명 영화였다.
탁재훈이 가수 출신 '쌈마이'(3류) 연기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시상식에서 '왕따'를 당해도 충무로 언저리에 늘 머물러 있는 것은 청년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이 바로 영화에 있기 때문이다.
비록 방송에서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탓에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지만 탁재훈은 2002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를 시작으로 매년 한 편 이상 영화에 출연했다.
14일 개봉하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또 한 번 도전장을 던지는 탁재훈을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에 출연하는 사실이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놀림거리가 되곤 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연기에 도전하는 까닭이 있다면.
▶왜 연기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있었다. 4년 동안 방송을 하면서 영화를 꾸준히 했다. 방송도 두 개 이상 할 수가 없었다. '무릎팍도사'도 들어왔지만 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집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나날이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스무살 때 품었던 꿈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꿈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점차 정극 연기에 도전하고 있지만 '가문의 위기' 시리즈 때문에 코믹 배우로 워낙 각인이 박혀 있는데.
▶나도 답답할 때가 있다. 왜 나만 그렇게 비출까라는 생각도 있고. 과도기를 거치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보여주면 언젠가는 진심을 알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코믹 이미지는 방송에서의 이미지 탓도 크다. 방송을 접고 연기에만 '올인'할 생각은 있나.
▶한 때 방송을 그만두고 연기만 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하는 것은 치사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기가 나중에 한 일도 아니고 만일 그렇게까지 한다면 더 부작용이 생길 것도 같더라.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은 생각이 참 많다.
-방송에서 얄미운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내 성격대로 하면 방송을 할 수 없다. 난 내성적인 성격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터프한 척, 그런 성격이 아닌 척, 자기 주문을 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중간에 여배우도 바뀌고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참여한 까닭이 있다면.
▶'어린왕자'를 한 다음 로맨틱코미디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가문의 위기'에서 코미디를 한 다음 '연애참'에서는 정극 연기를 했다. 그래서 여러 장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배우가 바뀌어도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책임감 때문이다. 영화 몇 편 했다고 경솔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출연한 영화가 모두 개봉한 것만으로 난 복 받은 사람이다.
-코미디부터 정극까지 항상 소심한 남자를 연기했는데.
▶착해 보인다, 가벼워 보인다, 쉬워 보인다...내가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모자라 보이면서도 재미있는 사람이 다가가기 쉬울 것 같더라. 너무 완벽하면 동경의 대상이 될 뿐이지. 처음 봐도 항상 봤던 사람처럼 보여지고 싶다. 무엇보다 방송 이미지와 영화 이미지가 겹쳐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배우부터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가수 출신 배우로 생각하는데.
▶정체성을 고민한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자랑스럽더라. MC하면서 가수도 하면서 영화까지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쉽게 오겠나.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텐데.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되면서 탁재훈표 예능이 위기라는 소리가 들린다. 마흔이 넘어 연기에 계속 도전한다는 것도 무모해 보일 수 있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또 솔직히 뚜렷하게 직업적 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열렸지만 어차피 방송은 흐름을 타게 돼 있다. 요즘 누구라인, 누구라인, 그러는데 그런 말도 웃기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서 15년째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품은 소심남을 연기한다. 어깨에서 힘이 많이 빠진 듯이 보이는데.
▶감독님도 생활 연기를 주문했다. 난 방송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한쪽 힘을 풀어놓고 한다. 준비를 하면 어느순간 다 무너지더라.
-정극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상당한 것 같은데.
▶그쪽에 목표가 있으니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코미디도 아무나 못한다. 코믹 연기에 대한 자긍심도 있다. 짐 캐리처럼 코미디에서 시작해 정극으로 갈 준비는 다 돼있다. 사람들이 관심이 없을 뿐.(웃음)
-영화제에 가면 혼자 있기도 하고, 배우들 속에서는 왕따 같은 모습도 보이던데.
▶충무로 정통파들이 아직까지 내가 필요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 큰 상을 받는다는 것은 아직까지 내 상상에만 그치는 일이다.
이런 내 모습이 아웃사이더 같기도 하다. 되든 안되든 계속 모습을 내비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보는 것도 같다. 하지만 난 이런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될 때까지 계속 모습을 내보일 것이다. 아, 그래도 당분간 영화제에 가면 앞 줄에는 앉지 않을 계획이다.(웃음)
-매번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매번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도전해서 실패한 것은 결코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잃을 것도 없다. 내 아이들에게 내가 출연한 작품을 보여줄 생각이다. 스스로 위축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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