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은 지난해 한국 드라마가 재발견한 보석 같은 존재다. 연극판에서는 '에쿠우스' '햄릿' 등으로 친숙한 존재지만 TV에서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로 인정을 받았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그에게 기회를 가져단 준 작품이다. 인기에 욕심은 없지만 인지도가 있어야 연기하고 싶은 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다음 선택은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하 '불꽃나비')의 고종이었다. 의외였다. 지금의 김영민이라면 드라마의 주연배우로 연기할 수도 있고, 자신이 돋보이는 캐릭터를 맡을 수도 있다. 엄밀히 '불꽃나비'의 고종은 주인공이 아 아니다 왜 김영민은 이 같은 선택을 했을까?
김영민은 "의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배우로서 작품에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고종을 재해석하는, 순종적이지 않고 자기 의지가 있는 고종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답했다.
그가 표현해낸 고종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만났던 인물이 아니다. 아버지 대원군에게 휘둘리고, 아내 명성황후의 말을 듣는 의지박약의 군주가 아니었다. 특히 명성황후의 호위무사 무명(조승우 분)을 질투하는 부분은 팩션이지만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에서 표현해내고 싶었던 것은 역사적 의식보다는 인간 고종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드러내는 장면이 인간적이지 않나? 한 나라의 군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질투를 담은 것 같다"(웃음)
그의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은 명성황후와 고종의 정사신이다. 고종은 침소에서 멀리 떨어지려는 무명에게 왕비의 곁을 지키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김영민과 수애의 농도 짙은 베드신을 기대하지만 결과물은 색다르게 완성됐다. 보통적인 베드신이 섹스 하는 모습 자체를 담는 것에 반해 고종과 명성황후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감정을 극대화 시켰기 때문이다.

"김용균 감독님과 가장 많이 생각했던 장면이다. 세 사람이 벽 하나를 두고 한 공간에 있는 것 아닌가. 그 세 사람의 모습은 어땠을까? 또 고종의 소유욕이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나. 왕으로서 이야기하기 힘든 왕비의 외도에 대한 감정을 표현해내려 했다"
김영민은 이에 이 베드신을 가학적인 모습으로 연기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나쁜 마음이죠" 이 같은 의도에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고. 사실 얼굴을 클로즈업해 베드신을 찍다보니 한 사람의 얼굴만 촬영하게 된다. 김영민이 열심히 인상을 쓰고 있는 동안 호흡을 맞춘 수애는 그 표정에 웃음을 참기 힘들었을 터.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그는 또 하나의 도전을 잘 끝냈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영민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대중들을 찾는 연기자로 남고 싶다.
"인기는 빨리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 저처럼 늦게 오는 사람도 있어요.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배우는 창녀 같은 존재다. 선택 받아져야하기 때문에 배우는 아픔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억지로 바라는 건 제 소관 밖의 일 같다"
그에게도 슬럼프는 온다. 김영민 왈 3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온단다. 하지만 이제 연기가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확고한 신념이 든 후에는 그것조차 받아드리려고 한다. 사람들은 아직 그를 '베토벤 바이러스'의 괴짜 천재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항상 새롭게 해석되는 캐릭터로 다가가고 싶다. "매사에 진지한 모습도 까부는 모습도 모습 김영민 안에 있다. 전 개방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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