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장점이요? 음 엉뚱하지만 겁 없는 거요"
신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당돌함이 아닐까? 선배 연기자들과 연기 호흡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내야 한다. 신예 김규선은 최근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여')에 '반지녀'로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첫 회에서 이신영(박진희 분)의 마음을 흔든 작업남의 내연녀로 출연한 것. 모텔 이층에서 한 번에 뛰어내려 태연하게 "오빠! 가자"라고 외치는 그녀의 당당함이 눈길을 끈다. 심지어 신영을 찾아가 2000만원 상당의 반지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그녀의 이 같은 당당한 끼(?)는 촬영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박진희는 "요 놈 요 놈 신통하네! 정말 연기가 처음이야"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그녀는 안양예술고등학교에서 동국대학교 연극과를 거치는, 흔히 젊은 연기자들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첫 비중 있는 연기였지만 오랜 기간 준비해온 솜씨를 선보였을 뿐이다.
"촬영하면서 NG가 거의 안 났어요. 제 장점은 무조건 해보는 무한한 용기(?)인 것 같아요. 사실 '아결여'를 찍을 때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기도 했는데. 티는 안 났어요"
드라마에서는 발칙한 '반지녀'였지만, 사실 그녀가 얼굴을 알린 것은 유한킴벌리 '화이트' CF 였다. 깔끔하고 청순한 외모의 스타를 배출하는 등용문으로 알려진 '화이트' CF는 큰 기회였다. 그녀의 당당함은 마지막 면접에서도 드러났다.
"마지막 면접에서 어떠냐는 질문에 제가 다른 애들보다 좀 더 나은 것 같은데요 라고 말했다. 딱딱했던 면접장 분위기가 폭소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결국 '화이트' 모델로 선발됐다"
그녀의 이런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김규선은 "여대생의 풋풋함. 솔직함. 당당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한다. 솔직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어려움 없이 대한다고.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굳이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나는 당당하니까. 그것은 단순무식한 정면 돌파의 방법이 아니다. 스스로 오랜 시간 고민했기에 장단점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그녀는 주위 사람을 관찰한다. 최근에는 동대문 풍물시장에서 상인들을 보면서 혼자 상상력을 펼쳤다. 저 소품은 여기에 쓰면 되겠고, 저런 상인의 연기는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사람들은 해맑게 웃기만 하는 김규선을 기억하지만, 그녀는 뒤에서 이렇게 자신만의 눈과 연기 실력을 고민해왔다.
이에 그녀는 여배우로서 망가지는 게 두렵지 않다. '화이트'의 이미지를 살려 남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청순녀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단다.
"저는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 선배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굳이 예쁘게 나올 필요는 없잖아요. 또 고 장진영 선배처럼 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스펙트럼 넓은 연기도 하고 싶어요"
김규선은 올해 영화 '심야의 FM'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녀는 극중 슬픈 아픔을 겪게 되는 캐릭터를 맡았다. 대사는 별로 안 나오지만 우는 모습이 클로즈업된다고. 이에 그녀는 요즘 어떻게 하면 우는 모습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고민에 빠졌다.
"짧은 순간에 관객들에게 슬픔을 느끼게 해야 돼요. 어떻게 울어야 할까 고민해요. 아마 하반기가 되겠죠? 제 우는 연기 기대해보세요"
청순녀에서 발칙녀까지 신인에게 소화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연기를 선택하고 싶지 않다. 무조건 부딪쳐 내 것으로 소화해내겠다는 각오가 숨어 있다. 외유내강인 김규선. 2010년 충무로가 발견해낼 블루칩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