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요, 군대에서 축구하는 영화가 절대 아니라니까요."
너털웃음과 함께 새 작품에 대해 말하는 이성재(40)의 모습은 그 영화만큼이나 유쾌하고 따뜻했다.
한국전쟁 60년과 2010 남아공월드컵 모두를 공략한 걸까?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감독 계윤식)는 군대와 축구의 절묘한 조합이지만, 이성재의 말마따나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다는, 군대에서 축구하는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건 소박한 꿈을 이루고 싶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만 그 평범한 사람들이 휴전선의 북한군이고, 그 소박한 꿈이 남한의 2002 월드컵 중계를 듣는 것일 뿐. 이성재는 축구공에는 사상이 없다며 일탈을 주도한 북한군 분대장으로 분했다.
"사실 축구는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매일 찼는데, 요샌 왠지 힘들어서…. 음음, 캐릭터보다는 스토리가 좋았어요. 2002년을 겪었다면 학생이든 노인이든 쉽게 보실 거예요. 파도를 타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죠."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역시 사건의 주모자와 조력자로 인연을 맺었던 동갑내기 강성진과는 11년만에 같은 관계로 만났다. 사실 그 전에는 서로 말도 못 놓던 사이였다고. "가깝게 느껴도 말을 못 놓는 사람이 있다"던 이성재는 "이제 제대로 된 친구가 됐다"고 웃었다. "촬영장 군기는 성진씨가 다 잡았다"고 눙치며.
아닌게 아니라 일종의 군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부대원이 모여 중계방송을 듣는 장면은 사실 고요 속에 촬영됐다. 울리지 않는 라디오 앞에서 일제히 한숨짓다 박수치고 열광하는 호흡이 웬만한 팀워크로 나오겠나. 대화와 토론이 이어졌다. 덕분에 이성재는 후배들을 이끌고 맏형 노릇을 처음 제대로 했다.
"편하게 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후배들은 어려워하더라고요. 아, 군기는 성진씨가 다 잡았다니까요!"

그와의 이야기가 왠지 더 편안했던 건 부드러워진 그의 얼굴 때문인지도 몰랐다. 다음 작품을 위해 머리를 탈색하고 나타난 이성재. 위태로울 만큼 날이 섰던 얼굴의 변화가 첫 눈에도 확연했다. 근육운동을 안 한 지 3년이 돼 간단다.
"정신 건강에 안 좋더라고요. 몸을 유지해야 되니까 약속을 잡아도, 어디를 가도, 몸이 아파도 운동을 해야 되잖아요. 운동중독자들은 알아요. 그러다 내가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다가 정작 더 중요한 걸 잃어버리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필요하다면 또 할 수 있겠지만.
요즘엔 가수든 배우든 다 벗고 보여주니까 스트레스가 엄청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집착하지 말라고. 지금 몸이요? 복근이 없어도 봐줄 만합니다.(웃음)"
달라진 게 몸뿐이겠나. 이성재는 "많이 여유가 생겼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연이어 흥행 부진을 겪으며 머리 속이 복잡했던 것도 사실. 이성재는 "불안하고 조바심 나고… 그런 게 3년 전까지는 있었는데 지금은 덜하고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안 해도 될 걱정을 하는 게 스스로에게 마이너스가 됐다"고 돌이키면서. "시행착오는 겪었을지언정 후회하는 작품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배우로 살기가 어떠냐고. 망설이 없이 돌아온 대답은 "세상에 배우보다 좋은 직업이 없는 것 같다. 축복받은 직업이다"는 것이었다.
"60년대 70년대였다면 제가 어디 주연을 하겠어요. 장동건씨같은 부리부리한 사람이라야죠. 평범하고 친근한 얼굴도 주연하는 게 축복이고, 그 스타트를 끊어준 한석규형에게도 감사합니다. 경제적인 걸 떠나서,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할 거예요. 혹시 여자로 태어난다면 아주 섹시한 여배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성재는 "지금이 10년 전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10년 후의 모습은 지금보다 더 좋은 얼굴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만심이 아니라 배우로서 자긍심의 표현이었다. 그는 "60대에 이르렀을 때 가장 멋진 얼굴이 됐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그의 얼굴은 분명히 점점 멋있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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