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극장가 흔든 '반전'의 영화들..앞으로는?

'써니', '최종병기 활', '마당을 나온 암탉' 그리고 '도가니'…. 2011년의 극장가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올해 극장에서는 유난히 많은 의외의 기대작들이 저력을 과시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164만)를 시작으로 '아이들'(187만), '위험한 상견례'(260만)가 연이어 흥행하며 올 1분기를 장식했다. 노년 로맨스, 가슴아픈 실화, 복고 코미디를 시도한 이들 작품은 모두 '과연 흥행할까'하는 의구심 속에 개봉했으나 결국 관객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의외의 성공은 봄을 지나 여름,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초 개봉 첫 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지지부진한 출발을 보였으나 롱런에 성공한 강형철 감독의 '써니'는 그 대표적인 예다. 영화는 737만4527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감독판은 이와 별개로 9만555명의 관객을 모아 '써니'의 총관객은 746만여명에 이르렀다. 올해 한국영화 최고 기록이다.

반전의 승리는 여름 내내 이어졌다. 100억 영화 4편이 연이어 맞붙은 치열한 여름 시즌, 최종 승리를 거둔 '최종병기 활'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 낮은 화제성 속에 맨 마지막에 스타트를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740만7242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반면 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3D 괴수 블록버스터 '7광구'는 224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7광구'는 성공이 예상됐던, 성공해야 했던 프로젝트였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7광구'의 경우 개봉 전 인지도와 선호도가 80∼90%에 달했다. 이건 1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수치다.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프로젝트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반전은 계속됐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전 '마당을 나온 암탉', 그리고 '도가니'가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연이은 신기록 작성 끝에 꿈의 관객 200만 달성에 성공했다. 현재 누적 관객은 219만. '7광구'에 필적하는 기록이다. 잊혀서는 안될 장애학교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스크린에 되살린 '도가니'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과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4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들썩이는 등 사회적 파장도 엄청나다.

이에대해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시쳇말로 영화는 '까 봐야 안다'고들 하는데 그런 현상이 요즘 들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배급시기, 대진운 등도 중요하지만 입소문의 영향력이 점점 커진다"고 말했다. 한 홍보사 대표는 "트위터의 영향도 상당하다"며 "일단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괜찮더라' 아니면 '이건 아니더라'라는 소문이 워낙 빠르게 직접적으로 나간다. 좋은 영화는 더 좋게, 아쉬운 영화는 더 나쁘게 과장돼 묘사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한 배우는 "그러니까 답이 없다. 고민 할 필요도 없다. 영화를 잘 만들면 된다"는 답을 내놨다.

마지막 석달이 채 남지 않은 2011년. 이 다음 반전의 흥행작은 무엇이 될까. 아니면 화제의 기대작들이 명불허전을 증명할까. 개봉을 앞둔 흥미진진 프로젝트는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다.

청춘스타 유아인과 연기파 배우 김윤석이 뭉친 '완득이'를 시작으로 송혜교 남지현이 호흡을 맞춘 이정향 감독의 복귀작 '오늘', 아이돌 탄생기를 그린 '미스터 아이돌'이 10월을 장식할 예정. 11월이면 장근석 김하늘의 '너는 펫', 솔직담백 싱글남녀의 이야기 '커플즈', 손예진 이민기의 호러 로맨스 '오싹한 연애' 등 독특한 사랑이야기들이 관객을 찾는다. 아직도 뇌리에 선명한 고 최동원·선동렬의 세기의 대결을 그린 '퍼펙트 게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돌아온 강제규 감독이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중일 톱스타를 모아 만든 280억 전쟁 대작 '마이웨이'는 영화계 전체의 관심이 집중된 빅 프로젝트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