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술 취한 수지를 방으로 은근하게 데려가는 '압서방', '늑대소년'에서 9대 1 가르마를 하고 박보영을 유혹하다가 마음 같지 않으니 폭력을 휘두르는 지태. 둘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다.
'올드보이'에 유지태 아역으로 출연한 소년이 또 동일인물이라면? 과연 이 청년은 무채색인지, 아니면 쓰는 대로 그려지는 백지 같은 배우인지 궁금해질 법 하다. '혜화,동'까지 챙겨봤다면 유연석이란 배우가 달리 보일 것 같다.
유연석. 본명 안연석. 올해 나이 스물아홉. 공군 만기 제대. 경상도 진주에서 배우 하겠다고 경기고로 전학 왔다. 세종대에서 연기 공부하다가 친구인 이청아 소개로 현재 소속사(킹콩 엔터테인먼트)에서 일을 하고 있다.
유연석은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지만 사람들에겐 수지와 박보영에게 못된 짓을 한 '국민여동생 킬러'로 기억되고 있다. 이제 막 배우로서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한 유연석과 만났다.
-'늑대소년'에서 박보영을 괴롭히는 철딱서니 없는 졸부 아들로 나오는데. '건축학개론' 압서방을 보고 감독과 제작자가 연락한 것인가.
▶그건 아니다. '건축학개론'이 나오기 전에 이미 촬영에 들어갔으니깐. '심야병원'이라는 드라마를 찍을 때 제안을 받았다. '혜화,동'을 봤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연히 두 영화 속 모습이 연결 되지만 신경 쓰진 않는다. 오히려 악역이 캐릭터가 인상적이지 않나.
-수지에 이어 박보영까지. 이 정도면 국민첫사랑 킬러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것 같은데.
▶어휴 겁나는 소리다. 주인공은 너무 보이면 이야기에 지장을 줄 수 있지만 악역은 장면이 적어도 이야기에 질문을 줄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비호감이지만 동정에 여지가 있는, 사랑 받고 자라지 못해 그렇게 변해버린 인물을 보이도록 노력했다.
-9대 1 가르마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사실 원래는 좀 더 비열한 역할이었는데 9대 1 가르마를 하면서 영화의 부드러운 전체 분위기에 적절히 맞아떨어졌는데.
▶원래 시나리오에는 기름지게 머리를 '올빽'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너무 강렬해지더라. 그래서 9대1 가르마를 생각했다. 9대1 가르마를 한 악역들이 등장하는 '범죄와의 전쟁'도 찾아보기도 했다. 결국 든 생각은 '범죄와의 전쟁'과는 달라야겠다는 것이었다. 조성희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건축학개론'에서도 그랬지만 '늑대소년'에서도 악역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다. 또 너무 달라서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고.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에선 유학파 유기농 농부인데.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다. 매 역할마다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관객들이 호기심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압서방과 '늑대소년' 속 인물 중 어떤 게 스스로와 더 닮아있나.
▶'늑대소년'이 닮았다기보다 압서방이 너무 나와 거리가 멀다. 진주에서 연기 하겠다고 경기고로 전학 왔다. 형이 재수한다고 서울 올라왔는데 종로학원이 경기고 근처였다. 그래서 경기고로 갔다. 나와 너무 달랐다. 위화감이 컸다. 위화감이 컸던 걸 압서방에선 전반대로 표현했었다.

-여담이지만 '건축학개론'에서 압서방은 과연 술 취한 수지를 방에 데리고 가서 뭘 했을까.
▶잘 못 이야기하면 큰 일 나는데. (웃음) 감독님과 키스 정도는 한 걸로 정리했다. 더 진전이 없었으니깐 수지가 나중에 이제훈을 찾아가지 않았겠나.
-연기 한다고 고등학교 때 형과 둘만 있는 서울에 왔다. '올드보이'도 찍고. 세종대에서 원하는 학과도 갔고. 귀도 뚫었다. 정말 딱 놀기 좋은 환경인데.
▶그렇기엔 너무 절실하고 절박했다. 고등학교는 딱 전학 온 시점이 개학할 때였다. 사투리만 안 쓰면 내가 전학 온 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그 속에서 다들 대학입시 준비하는데 홀로 연기 공부한다고 다녔다. 놀더라도 절실했다. 남들 사춘기를 겪을 때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 때 서울에 연기하겠다고 각오하고 올라왔으니깐.
-'건축학개론'으로 조정석이 확 떴는데 부럽지 않나.
▶사람인데 어떻게 안 부럽겠나. 누구는 킬러인데 정석이 형은 CF를 많이 하지 않나.(웃음).원래 납뜩이 역으로 오디션을 봤었다. 그런데 납뜩이보다는 압서방이 더 어울린다고 해서 그렇게 됐다. 압서방이 얼마나 좋나. 또 '늑대소년'에서 지태가 얼마나 좋고. 이제 시작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하나하나 쌓이는 게 아니겠나.
-'엄마가 뭐길래'에선 멜로라인의 중심이다. 드디어 사랑을 이루나.
▶그저 감사할 뿐이다.(웃음) 감사하게도 새로 할 영화에선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전형적이지 않고, 늘 새롭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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